비자카드로 긁고 암호화폐로 결제한다
크립토닷컴·코인베이스·바이낸스 등
비자 제휴카드 서비스 운영
국내도 ‘차이’ 등 출격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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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기자
박근모 기자 2020년 7월7일 06:00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모든 거래가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암호화폐로 일상이 가능한 세상을 꿈꿨다. 그 꿈이 어느덧 실현되는 것일까. 암호화폐를 통한 간편결제에 이어 암호화폐 연동 카드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크립토닷컴은 비자와 제휴해 암호화폐 기반 결제 카드를 출시했다.  출처=크립토닷컴 홈페이지
크립토닷컴은 비자와 제휴해 암호화폐 기반 결제 카드를 출시했다. 출처=크립토닷컴 홈페이지

암호화폐 프로젝트이자 서비스 플랫폼인 크립토닷컴은 글로벌 신용카드사 비자와 제휴해 2018년 10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암호화폐 기반 결제 카드를 출시했다. 모든 비자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이 카드는 지갑 앱에서 암호화폐를 싱가포르달러로 환전해서 쓴다. 곧 카드를 통한 충전과 결제, 현금 인출 등이 모두 싱가포르달러로 진행되는 식이다. 크립토닷컴의 지갑 앱은 7개국 법정화폐와 4개 암호화폐의 구매, 사용, 교환, 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카드가 연동된 것은 싱가포르달러뿐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지난해 3월 비자와 손잡고 암호화폐 기반 ‘코인베이스 카드’를 영국에서 출시했다. 코인베이스 계정에 보유하고 있는 잔고 범위 안에서 쓸 수 있는 직불카드로, 일반 카드처럼 상품이나 서비스 구입에 사용할 수 있다. 지난 3월에는 거래량 기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도 비트코인 등으로 결제 가능한 ‘바이낸스 카드’를 가상 베타버전으로 출시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암호화폐가 연관된 카드 서비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약간의 차이가 있다. 크립토닷컴은 하나의 앱에서 관리되는 다양한 법정화폐·암호화폐를 싱가포르달러로 환전한 뒤 비자 카드를 통해 실생활에서 쓰는 방식이다.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 카드는 암호화폐 직접 결제가 이뤄지며 결제 시점의 환율을 반영한 법정화폐 액수만큼 빠져나간다. 하지만 그나마 자체 가맹점에서만 가능하도록 제한되는 등 모든 비자 가맹점에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암호화폐 기반 결제 카드 발급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암호화폐 프로젝트 테라의 제휴사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이는 이달 중 비씨카드와 손잡고 ‘차이 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도 복수의 국내 블록체인 기업이 암호화폐 기반 결제 카드 발급을 위해 카드사와 논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암호화폐를 직접 카드 결제 수단으로 쓰려는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차이는 이달 중 비씨카드와 손잡고 ‘차이 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출처=차이 홈페이지
차이는 이달 중 비씨카드와 손잡고 ‘차이 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출처=차이 홈페이지

암호화폐라는 무형의 기술이 카드라는 유형의 도구를 만난 것은 일견 크게 발전할 수도 있어 보이지만,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한계에 맞닥뜨렸다. 우선 기술 문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초기 암호화폐가 결제 수단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은 시간 때문이었다. 이들 암호화폐는 결제에서 완료까지 최소 3분에서 최대 30분 이상 걸렸다. 비자나 마스터 카드는 초당 3천~4천개의 거래를 처리하는 반면, 비트코인은 초당 3개를 처리하는 수준이니 실생활 적용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지금은 ‘라이트닝 네트워크’, ‘플라즈마’, ‘샤딩’ 등 암호화폐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한결 나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더 큰 문제는 현행법과 제도다. 물건 가격이 암호화폐로 표시돼 있지 않는 한 법정화폐와 암호화폐의 환전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가 화폐인지 증권인지와 같은 기본적 위상에 대한 논쟁도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이용한 교환이 발전하기는 힘들다. 심지어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다른 나라에 있다면 각국 당국의 수출입 무역과 외국환 등 규제를 받을 수도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이 거래 당사자들을 직접 연결해 수수료를 낮추기는커녕 오히려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암호화폐 기업들이 카드를 도입하는 것은, 여전히 일반 대중에게 카드는 친숙하고 암호화폐는 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암호화폐 기반 결제 카드를 준비 중인 한 기업의 관계자는 “현재 환경에선 암호화폐 기반 카드 서비스가 비용 면에서 유리한 결과를 약속하진 못하지만, 암호화폐를 접하는 사용자 경험 면에서는 여전히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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