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의 이례적 ‘집콕’
매달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 개최했던 이더리움 커뮤니티, 코로나19로 온라인 전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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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dy Dale
Brady Dale 2020년 7월16일 07:00
출처=코인데스크 아카이브
출처=코인데스크 아카이브

올해는 모든 것이 모두에게 참 이례적인 한 해이지만, 이더리움의 경우에는 특별히 더 그런 것 같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두번째로 큰 블록체인이자 가장 많은 개발자가 참여하고 있는 이더리움은 관련 행사가 많이 열리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오프라인 모임이 중단되거나 취소됐다.

컨센시스(ConsenSys)에 몸담으며 이더리얼(Ethereal) 행사를 발족했던 아만다 카삿은 코인데스크에 보낸 이메일에서 “그들은 계속해서 개발(BUIDLing) 중”이라고 말하면서 “이더리움은 기본적으로 협력에 의해 움직이도록 설계돼 있어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는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율과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한 달에 한 번꼴로 이더리움 관련 국제 행사가 개최됐겠지만, 올해는 모든 것이 멈춰 섰다. 올해 10월 개최 예정이던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대표적 연례행사 데브콘(Devcon) 역시 내년에 모이기로 했다. 이더리움 개발 콘퍼런스 에드콘(EDCON)도 올해는 행사를 개최하지 않는다.

이더리움 확장 프로젝트 옵티미즘(Optimism)을 이끌고 있는 왕징란은 “국제 행사가 좀 과도하게 많이 열린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에드콘이나 데브콘 같은 주요 행사마저 열리지 않는다고 하니 아쉽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의 이더리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인 만큼 이더리움 커뮤니티가 대면 접촉을 피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실제로 가장 최근 대규모로 열렸던 이더리움 행사 EthCC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집단 감염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임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이는 이더리움 커뮤니티에 또 다른 어려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더리움재단(Ethereum Foundation)에 있다가 현재는 스페이스메시(Spacemesh)에 있는 이더리움 핵심 개발자 레인 레티그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동안 얼마나 제대로 일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생산성이 평소의 60~70%로 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20% 정도에 가까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성취감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장 많은 수의 개발자가 참여하고 있는 이더리움의 참여자들이 모임을 자주 가지려고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함께 있을 때 느끼는 기쁨이 이더리움의 기반 기술을 뒷받침하는 결속력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오프라인 행사는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근간을 이루고 우리를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 때문에) 구성원 간의 유대가 어쩌면 조금씩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 기약 없이 지속된다면, 심각하게 걱정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마지막 데브콘? 출처=코인데스크 아카이브
어쩌면 마지막 데브콘? 출처=코인데스크 아카이브

 

 

우선은 원격으로

반면 토큰 투자자 윌리엄 모우가야르는 이러한 우려를 단번에 일축했다. 그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애초에 가상 공간에서 일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레티그는 사람들이 너무 오랫동안 모이지 못하고 행사를 통해 즉석에서 만나지 못하게 됐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우려했다. 그는 동료의 말을 인용해 “내가 여기 있고 우리 모두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멋진 일을 함께하면서 그것을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상의 공간에서는 여기서 말하는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무엇을 함께 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게 된다.

대규모 이더리움 행사가 앞으로 언제 또 열릴 수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카삿은 “이더리움 커뮤니티가 워낙 행사에 관심이 많아 내년에는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가 다시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방식이 함께 동원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행사가 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카삿은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며, 오프라인 만남을 위주로 개최되는 행사들도 이를 활용하게 되리라 전망했다.

 

손실

컨센시스에서 개발자 관계 업무를 맡고 있는 쿠간 브레넨는 “오프라인 행사가 열리지 않아 더 많은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다소 근시안적인 관점 같다”고 말했다.

옵티미즘의 왕진란도 오프라인 행사에 대해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누던 프로젝트 개발자들을 만나고 트위터에서 즐겨 읽던 암호화폐 관련 인물들을 만날 훌륭한 기회”라고 평가하면서 오프라인 모임이 지니는 가치를 강조했다.

레티그는 이더리움 행사가 특히 큰 도움이 되는 사례로 구성원들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작업하는 프로젝트를 들면서 이더리움재단의 이와즘(eWASM)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이와즘은 웹어셈블리(WebAssembly) 코드를 이더리움으로 일부 옮겨오고 있는 프로젝트다. 당시 이와즘 구성원들은 데브콘이나 ETH덴버(ETHDenver) 등 해커톤 행사가 열릴 때마다 개최지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구해 그곳에서 일주일 동안 함께 살며 함께 작업했다고 한다. 평소에는 하기 어려운 물리적인 만남의 기회였던 것이다.

레티그는 이런 모임이 “일로도, 사회적인 면에서도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TH덴버 2019년 행사. 출처=코인데스크 아카이브
ETH덴버 2019년 행사. 출처=코인데스크 아카이브

지금도 이더리움재단에서 이와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제레드 와싱저도 “사기 진작 차원에서 오프라인 행사는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컨센시스의 브레넨도 이더리움 관련 행사를 계기로 다양한 프로젝트의 구성원들이 모여 업무를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언급했다. 새로운 제품이 이더리움 행사를 계기로 출시되고, 세상에 알려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개발자들의 열정을 다시 일깨우는 효과도 있다.

이더리움재단의 허드슨 제임슨은 이더리움 행사가 제품을 시험 가동해 볼 수 있는 계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말하면서 “이를 통해 많은 이더리움 개발자들이 자신감을 얻고 스스로 개발한 것을 사용해 보면서 기쁨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반면 아직 온라인 행사에서는 실제 제품을 가동하는 것보다 베타 테스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카삿은 “온라인 네트워킹 또는 후원, 티켓 판매가 완전하게 이뤄진 온라인 행사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온라인 행사는 후원사에도 더 어려운 선택일 수 있겠지만, 이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도록 창의적인 솔루션이 등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득

한편 모우가야르는 어쩌면 그동안 행사가 너무 많았을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생산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번 휴식기를 통해 얻는 효과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DTC캐피털(DTC Capital)의 스펜서 눈은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 행사는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데 불과했다”고 코인데스크에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온라인에서 훌륭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구성원들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다만 코인데스크와 인터뷰를 진행한 인물 중 온라인 모임의 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표출한 사람은 눈이 유일했다. 특히 레티그는 홀이나 로비에서 진행되는 오프라인 행사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을 잘 살리는 온라인 행사는 없고, 사람들이 행사에 참석하는 이유는 바로 이 경험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에는 경비를 줄이고 콘퍼런스의 콘텐츠를 전자적으로 접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제임슨은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것은 특혜이며, 이는 본질적으로 계급 체계를 만들어 낸다”고 말하면서 이더리움에 대한 논의를 더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온라인 환경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대화에 참여할 수 있고, 그들이 원하는 시간에 실시간으로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형평성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

브레넨은 이를 한 단계 더 가져가 온라인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실제 기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이 카리스마 넘치는 연사가 무대에서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열광하는 대신 스스로 코드를 가지고 작업할 방법을 마련해줄 필요를 느꼈다고 말하면서 “컨센시스 라이브 행사를 통해서 하고자 하는 것 중 하나가 스크린을 통해 코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우가야르도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 장기 워크숍에 참여했던 경험을 얘기하면서 집에서 작업하면 집중도가 올라간다고 언급했다.

이더리움재단의 제임슨도 동의했다. 그는 이에 대해 “다음 열리는 대규모 행사에서 새로운 대형 발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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