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중국의 국가 주도 블록체인 인프라 프로젝트 BSN이 다음 달 글로벌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시작한다.
- BSN은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에 의존하기 때문에 지정학적 위험에 취약하다.
- 지난 몇 달간 고조된 미·중 사이의 갈등이 이러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 미국 정부는 이미 중국의 다른 기술 부문 개발에 반발하고 있다.
중국의 국가 블록체인 인프라 프로젝트인 블록체인 서비스 네트워크(이하 BSN, Blockchain-based Service Network, 区块链服务网络)의 목표는 탈중앙앱을 위한 독점적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상당한 이점과 지정학적 위험이 따른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중국은 BSN의 전 세계적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BSN은 국가 주도 블록체인 프로젝트이지만, 한편으로는 미국 테크 기업들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당장 아마존 웹서비스(AWS, Amazon Web Service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의 해외 데이터 센터를 사용한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기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사실이 더욱 눈에 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SNS 틱톡(Tik Tok)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고, 의회에서는 화웨이의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대가로 지방 통신사에 10억달러를 지원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상무부도 미국 반도체 기업이 화웨이에 반도체 칩을 공급하지 못하게 제한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29일 열린 하원 반독점 청문회에서 미·중 기술 경쟁이 제로섬 게임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완전히 다른 방식을 택해 자체적으로 인터넷을 개발하고 있다. 이 비전을 다른 국가에도 퍼트리고 있다.”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갈등이 고조되면 BSN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블록체인을 선점하고 선도하고 싶어 한다. 이로 인해 미·중 기술 경쟁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그렇게 인식할 것이다.” – 폴 트리올로, 유라시아 그룹 지정학 기술 연구 책임자
트리올로는 미·중 기술 경쟁은 수십 년간 지속해왔지만, 이제는 경쟁의 초점이 검색 엔진과 SNS에서 화웨이의 통신 장비 등 더 근본적인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은 이달 초 미국에서 휴스턴에 있는 중국 영사관을 폐쇄하고 중국이 보복으로 청두에 있는 미국 영사관을 닫으면서 정점에 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연설에서 미·중 간의 합의가 실패라고 못을 박았다.
미국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고 해도 미·중 갈등이 잦아들지는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바이든이 선출되어 새로운 행정부를 구성한다고 해도, 미국은 당연히 중국의 기술을 예의주시하며 감시하고 견제하려 할 것이다.” – 폴 트리올로
공공 정책 문제 싱크탱크인 뉴 아메리카(New America)의 디지털경제 연구원 그래이엄 웹스터는 기술이 국가 보안상의 위험을 야기하지 않더라도 정치 다툼으로 인해 금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사 작성 시간 기준으로 의견 요청에 답해오지 않았다.
견제
중국 기술 기업의 성장과 글로벌 서비스 개발을 제한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협력사를 압박해 중국 기업과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은 화웨이의 주요 공급사인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가 미국에서 생산한 도구를 사용해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했다. TSMC는 이를 “악의적인 결정”이라며 비난했다.
데이터 센터 호스트로서 미국 기업들이 지닌 위상을 고려하면 BSN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BSN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데이터 센터가 없다. 차이나 모바일(China Mobile)이 BSN이 사용하는 중국 내 데이터 센터의 90%를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 해외 데이터 센터는 아마존의 AWS에서 제공한다.
BSN이 비용을 지불하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들이 자신들의 서버를 사용해 BSN의 소프트웨어와 서버를 연결해준다.
BSN은 중국 내에서도 AWS가 제공하는 두 곳의 데이터 센터를 사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글로벌 데이터 센터도 사용한다. 또한, 도쿄에 있는 구글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와 요하네스버그의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 센터를 사용하며 파리와 캘리포니아에서는 AWS 데이터 센터를 사용한다.
데이터 센터가 물리적으로 가깝다면 탈중앙앱(Dapp) 개발자들이 BSN에 더 손쉽게 접근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것이 글로벌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도 해외 데이터 센터가 중요한 이유다.
“내가 중국 기업을 운영한다면, 미국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만들 때 많은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국 네트워크의 글로벌 버전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도 지정학적인 이유로 미국에 있는 데이터 센터가 서비스를 중단할 위험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 그래이엄 웹스터, 뉴 아메리카 연구원
미국이 중국 기술 기업의 세계적 확장을 저지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데이터 보안이다.
SOS 인터내셔널(SOS International)의 정보 안전 책임자 제임스 멀네본은 블록체인 기술이 이전에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던 수준의 보안과 안전성을 제공하지만, 데이터 현지화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둘러싼 각축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D.C.에 있는 SOS 인터내셔널은 미국 정부 기관과 협업하는 국방 정보 기업이다.
“국경과 각종 규제가 이전의 ‘기술 범세계주의’를 뒤집어 놓았고, 인터넷 세상은 분절되고 있다.” – 제임스 멀네본, SOS 인터내셔널 정보 안전 책임자
웹스터는 미국 클라우드 제공사들이 다양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의 서비스 사용을 허용하면 어떤 사이버 보안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즉각적인 위협은 없다
지금까지 BSN이 미국 규제 기관과 직접 충돌한 적이 없었다. BSN이 비교적 새로운 프로젝트여서 그럴 수도 있다. 아니면 BSN을 실제로 이해하는 미국 정치인들이 거의 없어서일 수도 있다.
“BSN이 5G나 인공지능 등 다른 신생 기술만큼 미국 정책 입안자들의 반발을 사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다.” – 폴 트리올로
미국 정부는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의 미국 내 사업 운영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연계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미국 기업을 두고 고민하는 모양새다.
지난 5월 연방통신위원회(FCC,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는 차이나 모바일이 미국에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제출한 신청서를 반려했다. 멀네본은 미국에 클라우드 기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하는 중국 기업들이 지정학적 위험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규제 당국에서 강경한 자세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초국가 클라우드 네트워크에 투자할 때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제임스 멀네본
정치인들은 중국 정부가 해외에서 운영되는 BSN 노드에 데이터를 요청해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 안도할 것이다.
멀네본은 중국 정부가 치외법권을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해외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설립됐더라도 중국 법을 적용받는다고 굳게 믿고 있다.” – 제임스 멀네본
이론적으로, 중국 정부는 관할 국가와 관계없이 BSN 같은 프로젝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 기업으로부터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이는 해외 데이터 센터에 저장된 데이터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BSN의 기술 프레임워크를 설계한 기술 기업 레드데이트(Red Date)는 기술적인 구조 때문에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레드데이트의 CEO 허이판은 BSN의 기술 프레임워크가 사용자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완전하게 보호하고 노드를 운영하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한 데이터 센터와 개발자를 연결해주는 기능도 보호해준다고 말했다. 허이판은 의구심을 가진 이들에게 네트워크의 코드를 직접 살펴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와의 관계
BSN 개발 협회(BSN Development Association)는 중국 최대의 경제 계획 위원회인 국가개발개혁위원회(NDRC, 발개위) 하의 공공 기관인 중국의 국가정보센터(国家信息中心, SIC)가 이끌고 있다. 국영 기술 대기업인 차이나 모바일과 차이나 유니언페이(UnionPay)도 네트워크 개발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중국 정부 기관에서 대규모 블록체인 인프라를 이끌고 중국 최대의 기술 기업들이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국가 디지털화폐와 달리, 중국 중앙은행과 공업신식화부 같은 상위 기관은 아직 BSN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와 BSN의 관계가 어떤 성격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정부와의 관계와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 의존도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BSN의 지도위원회에 외국 기업은 없다. 공식 문서에 나와 있듯 중국 정부에서는 BSN을 ‘중국 기관이 자주적으로 혁신을 이끈 글로벌 인프라 네트워크’로 만들고자 한다.” – 유라시아 그룹 5월 보고서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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