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방역,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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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완 한겨레 기자
조계완 한겨레 기자 2020년 8월29일 07:00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코로나19 방역과 신속한 정책 대응으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하고, 청와대가 이 소식을 들뜬 표정으로 부리나케 타전한 것이 약 보름 전(11일)이다. 경이로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며칠 만에 정세는 돌변했다. 방역당국도 잔뜩 긴장하며 초조해하지만 경제·산업 쪽도 범상치 않은 코로나19 재확산 기세에 근심에 찬 얼굴로 애태우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는 이번 재확산이 잡히는 때를 기준으로 1%포인트가량의 성장률 차이를 제시했다. 재확산 추세가 잡히지 않아 겨울까지 이어지면 우리 경제성장률이 -2.2%(기본 시나리오는 -1.3%)까지 떨어진다는 비관 시나리오다. 국내 코로나 재확산 이전인 지난 11일 오이시디는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한국만 성장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1.2%→-0.8%). 전망하는 바로 그해 성장률인데도 두 기관 전망에 최대 1.4%포인트 차이가 벌어진 건 전례가 드물다. 올해 남은 달력이 겨우 넉달이라는 점은 자못 놀라움을 더한다. 재차 엄습한 코로나가 짧은 시간에 우리 경제를 엄중한 충격에 빠뜨릴 수 있다는 뜻이다.

 성장률 -1%~-2%는 코로나 팬데믹 조건에서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라고 위안할지 모른다. 그러나 ‘기껏해야 1~2%’는 아니다. 부가가치 총생산 20조~40조원 감소, 즉 이만큼의 소득이 줄어든다는 의미여서다.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총예산이 14조2448억원이었다. 경제위기 때 늘 경험했듯 ‘국민소득 감소’ 대부분은 사회경제적 하위 집단·부문일수록 더 많이 차별적으로 감내하게 된다. 코로나가 언젠가 지나간 뒤에도 하위계층에 남긴 상처는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성장률 추락을 무릅쓰자고, 방역 그 후를 대비하자고 섣불리 설득하기도 어려운 사정이다.

 코로나 재확산 불길에 케이(K)방역모델과 경제, 둘 다 휘청거리고 있다. 정부·사회·경제 모두 예기치 못한 혹독한 시험에 들어선 광경이다. 경제와 방역은 과연 근본적으로 상충하는 가치여서 진퇴양난의 궁지 속 ‘선택’의 문제일까? 한쪽을 볼모로 잡아야만 다른 쪽이 성공할 수 있는 걸까? 경제 거시지표들은 코로나가 1분기(성장률 -1.4%·전기대비·계절조정)에 내수 서비스 부문을 휩쓸고 2분기(-3.3%)부터는 제조업 쪽으로 수축이 번지는 파급 경로에 들어서고 있다고 보고한다. 한국 성장률 전망을 올린 오이시디도 탄력 있는 반등이나 정상궤도 회복보다는 “미세 조정”이라고 설명한다. 실물경제가 식어가는 와중이라 경제가 ‘재확산 발작’에 순식간에 꺼질 수 있다.

 “방역과 경제는 반드시 함께 잡아야 하는 두 마리 토끼다.”(25일 문재인 대통령) “방역 없이는 경제도 없다.”(26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번 제2차 경제충격 위험을 대면하며 곤경에 처한 정부는 방역과 경제를 동시 조준하고 있다. 한쪽을 희생하는 건 어차피 불가능한 선택이다. 경제는 사회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고, 감염병은 경제활동의 외생변수를 넘어 이제 신진대사를 덮쳐 고장내는 내생적 요인으로 바뀌고 있다. 일자리가 무너지고 생산·소비·투자에 걸쳐 재생산 회로 곳곳이 파열되면 경제의 추세 경로는 돌이키기 어려운 축소재생산 궤도로 빠져들 수 있다.

 코로나19는 끈질기게 도처에서 출몰하며 급변사태를 일으킬 것이다. 집단행동론은 어느 집단이 유익하고 가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활동뿐만 아니라 오염·쓰레기·역병 같은 ‘나쁜 것들’을 어떻게 집단적으로 생산하지 않게 할 것인가를 빈번히 다룬다.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가 제시한 유명한 우화 중에 ‘사슴사냥 게임’이 있다. 사슴을 사냥했을 때 얻는 이익은 토끼를 잡았을 때보다 훨씬 크다. 반면에 사슴사냥은 혼자서는 어렵고 둘이 힘을 합쳐야 한다. 토끼사냥은 혼자서도 충분하다.

 사냥꾼 둘이 함께 사슴을 사냥하기로 약속하고 각자 맡은 길목을 지키고 있는데, 그 옆으로 토끼 한 마리가 지나간다. 서로가 배반을 선택하지 않고 협력할 것이라고 신뢰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더 큰 이득(사슴)이 최선의 ‘우월 전략균형’으로 나타나게 된다. 요컨대 방역과 경제, 둘 사이의 고뇌에 찬 결단이나 2단계·3단계 거리두기의 비장한 대책에 앞서 공동체를 염두에 둔 개인들의 ‘방역수칙 준수’ 협력 행동이 관건이고 또 묘약이 될 수 있다. 인류종이 번성한 까닭이 집단적 협력행동에 있다는 오래된 신념은 코로나 시대에 더 유효하다. ‘두 마리 토끼’는 매우 어려운 조합임이 틀림없지만, 케이 방역을 넘어 ‘케이 방역·경제모델’이 원천 불능인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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