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의 죽음과 브릭하우스의 탄생
아직 끝나지 않은 저널리즘 토큰화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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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Kuhn
Daniel Kuhn 2020년 9월1일 07:00
마리아 부스티요스. 출처=브릭하우스
마리아 부스티요스. 출처=브릭하우스

디지털 잡지 포풀라(Popula)의 창립 에디터 마리아 부스티요스는 집산주의 사업 모델 하에 운영되는 브릭하우스(Brick House)의 창립회원 중 한 명이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미디어 스타트업 시빌(Civil)의 초기 지지자이자 후원자였던 부스티요스는 언론인이 소유하는 미디어 기업을 항상 꿈꿔왔다고 말했다.

브릭하우스는 9곳의 자매 매체와 함께 10월에 출범할 예정이다. 각 매체는 회사의 지분을 하나씩 보유하게 된다. “소유주도, 경영진도, 투자자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브릭하우스의 수익 모델은 연 75달러인 구독료다. 구독자는 창립 매체의 발행물을 받아볼 수 있다. 창립 매체로는 수사 저널 슬러지(Sludge), 팟캐스트 FAQ NYC, “세상 변두리의 지엽적인 장소들”에 관해 기고하는 블로그 No Man Is an Island 등이 있다.

부스티요스는 블루스타킹이라는 이름으로 줌을 통해 전화를 걸어왔다. 블루스타킹은 책을 많이 읽은 여성을 뜻하는 오래된 비속어다. 시빌의 폐업과 브릭하우스의 토큰 경제가 아닌 사업 모델, 불변의 기록 보관 기술과 언론의 자유에 관해 이야기했다.

 

―브릭하우스라는 이름은 코모도스의 음악에서 따온 것인가?

=연관이 많아 보이지 않는가? 협동조합과 언론의 자유를 보호할 방법에 관해 톰 스코카와 이야기하다 떠오른 이름이다. 나는 무너지지 않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것이 시발점이었다. 이후에 이 이름이 많은 면에서 적절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브릭하우스에는 소유주도, 투자자도 경영진도 없다. 언론인이 소유한 미디어 협동조합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말해줄 수 있는가?

=대부분 기업 활동은 주식의 성장에 기초한다. 기업은 곧 소유자 간에 분배된 주식이고, 주식의 가치는 성장하며 판매도 가능하다. 언론의 본질은 기업 활동이라기보다 공공의 신뢰다. 판매 가능한 주식이라는 개념과 투자자가 소유주인 구조는 공공에 정보를 전달하는 일과 상충한다. 이것이 계속 언론인들에게 해가 되었다.

브릭하우스의 주식은 판매나 양도할 수 없다. 우리는 브릭하우스에 속한 모든 매체에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사업 구조를 만들어냈다. 운영 계약을 통해 매출과 비용을 분담한다. 그러나 실제 주식(회사)은 판매가 불가능하다. 각 매체가 하나의 지분을 가지며, 누구도 하나 이상의 지분은 가질 수 없다. 그리고 외부에 지분을 판매할 수 없다. 지분은 회사에만 1달러에 재판매가 가능하다.

우리가 이 구조를 만들어낸 이유는 누군가가 주도권을 잡거나 출판물을 인수하려고 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최악의 경우 폐쇄나 검열, 또는 지침을 내리거나 매체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려고 할 수 있다.

공격적인 기업 인수에서는 의결권을 모으는 경우가 많다. 셸든 아델슨이 라스베가스 트리뷴 저널(Las Vegas Tribune Journal)을 인수할 때 그랬고, 피터 티엘이 거커(Gawker)를 인수할 때도 그랬으며, 조 리켓츠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출판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체의 통제권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인수로부터 매체를 보호할 수 있다면, 언론의 자유에 안전판을 보호막을 한 겹 더 씌워줄 수 있다.

브릭하우스. 출처: 마리아 부스티요스
브릭하우스. 출처: 마리아 부스티요스

―시빌과 비슷한 소유권 구조로 보인다. 시빌은 기업 활동에서 벗어나 미디어의 오아시스를 만들고자 했던 것 같다. 시빌이 실패한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대부분이 시빌의 암호화폐 경제에 관해 이해하지 못했고, 저널리즘을 토큰화하는 것이 왜 좋은 생각인지도 몰랐다. 시빌과 브릭하우스는 비슷한 점이 많다. 토큰이 언론인의 활동을 강화해주는 도구가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야기를 스테이킹하거나, 팁을 주거나 하는 등의 방식으로 미디어를 운영하는 것이다. 시빌 회원들은 저널리즘 활동을 기반으로 액면가가 매겨진 토큰을 사용함으로써 주식이 아닌 다른 도구를 통해 서로 힘을 실어줄 수 있었다.

시빌의 폐쇄 이후에 나는 은행이 ICO에 극렬히 반대하는 이유가 ICO가 은행 산업의 구조에 도전하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전통적인 벤처 캐피털이나 투자 은행을 통하지 않고도 자금을 모금할 수 있다면, 이들을 제외할 수 있기 때문에 맹렬하게 싸운 것이다. 내 이론이다.

나는 언론인들이 외부 단체에 의존하지 않고 서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겠다는 꿈을 늘 마음속에 품고 살아왔다. 외부 단체에는 지침이 있고 이로 인해 결국에는 마찰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거커가 그랬다. 누군가가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는 개인의 재산이 언론인을 통제하는 도구가 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미디어 기업이기보다는 테크 기업에 더 가깝다는 기사가 있었다. 현실적으로 미디어 회사를 미디어 회사로만 운영하는 것이 가능한가?

=뉴욕타임스가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주제에 관해 글을 쓰는 훌륭한 언론인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논의는 처음이 아니다. 라디오가 등장했을 때 신문은 끝났다고들 했다. 텔레비전이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인터넷으로 인해 신문이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신문을 원하고 되살리고자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다.

시빌은 블록클럽 시카고(Block Club Chicago)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블록 클럽 시카고는 계속해서 성장했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비영리 단체로 시작했다. 처음부터 모든 준비가 완벽했고, 많은 사람이 의지하는 시카고의 터줏대감이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이다. 시빌의 끝이 블록체인 저널리즘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한 가지 방법을 시도했을 뿐이며,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다.

 

―우리는 시빌의 치명적인 단점이 토큰 경제 거버넌스 구조였다는 점에 관해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나는 시빌에서 첫 번째 대규모 프로젝트로 토큰 거버넌스를 선택한 것에 반대했었다. 토큰 기반 기록 보관소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시빌에 정식으로 합류하지는 않았지만, 최초 토큰 기록 보관소를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

모든 매체를 관리하려면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시빌에는 따라야 할 규칙이 있었고, 회원들에게 의존해 새로 합류하고자 하는 매체를 심사하고 있었다. 많은 매체가 문을 두드렸다.

시빌의 자치 운영 방식에는 문제가 많았다. 나는 포풀라의 시초가 되어준 시빌에 감사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시빌은 규제와 관련해 세찬 역풍을 마주해야 했고, 그 외에도 스타트업이 마주하는 일반적인 문제가 있었다. 거기다 각양각색의 목적을 지닌 여러 단체와 퍼블리싱 플랫폼을 시작하는 일도 진행해야 했다. 고결한 실험이었지만, 조금 벅찬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토큰 큐레이션 시스템도 예외가 아니다. 창안하고 운영하기가 엄청나게 복잡한 데다, 경험이 풍부한 감독관도 필요하다. 참여한 사람들의 수도 너무 적었기 때문에 즉시 이들이 프로젝트를 좌지우지하게 되었다. 상상 속의 훌륭한 체제는 없었다.

닉 덴튼의 킨자(Kinja)와 비슷하다.

 

―킨자가 무엇인가?

=킨자는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를 혼합해 정규 사설 콘텐츠 외에도 시민 언론을 함께 운영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킨자에 글을 실으려고 천재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군중 심리’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시간 낭비로 판명됐다.

플랫폼을 출범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처음에는 작은 씨앗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을 열고 플랫폼이 스스로 운영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즉시 대중의 지혜를 이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실패한 사례들이 수도 없이 많다. 천천히 식물을 키우듯 플랫폼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브릭하우스에서 하는 일이다. 처음에 내가 알고 있는 몇몇 매체를 선택했다. 구조를 확립해 나가는 데 있어 생각이 같고 책임감 있는 매체를 선별했다. 더 많은 매체를 영입할 때 즈음에는 좀 더 일의 윤곽이 잡혀 있을 것 같다.

 

―대중의 지혜라고 했는데, 브릭하우스에서 진행 중인 여러 프로젝트가 시빌에서 시작된 것 같다. 데이비드 무어의 슬러지와 포풀라가 그렇다. 시빌이 무너지기 전에 다수의 프로젝트에서 소액 팁 기능을 개설했는데, 브릭하우스가 배포하려고 하는 크라우드펀딩 메커니즘인가?

=현재 포풀라에서는 이더(ETH)로 소액 결제를 할 수 있다. ETH 기반 소액 팁과 댓글 시스템이 있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실험이다. 브릭하우스에는 아직 암호화폐 기능이 전혀 없다.

포풀라는 블록체인 아카이빙과 암호화폐 경제를 작은 규모로 실험하고 있다. 아직 여기에 발을 담그고 있다. 브릭하우스에서 관심을 보인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아직 초기 단계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모든 프로젝트가 거대한 자금 지원 없이 자력으로 생겨났다는 것이다. 시빌은 자금 면에서 훨씬 풍족했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겨울을 지나면서 돈이 대거 증발했다.

 

―브릭하우스도 마찬가지로 자력으로 생겨난 것 같다. 킥스타터 캠페인은 모금 목표가 7만5천달러에 불과하다. 이 자금은 어디에 사용할 예정인가?

=이 모든 것은 운영 계약에서 미리 결정된다. 모금한 자금은 사이트 오픈에 사용된다. 투자자 없이 소액으로 시작해 개념 증명을 개발해 독자들에게 판매하고자 한다.

현재 우리는 독자에게 아무것도 팔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200만달러를 모금하거나 전 직원의 1년 치 월급을 모으기 전까지는 시작하지 않는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좀 더 단순한 버전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이전에 블록체인 아카이빙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기업 인수나 대중이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환경과는 상충할 것 같다. 위험하거나 불미스러운 생각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수정헌법 제1조는 반대 의견을 낸다고 해서 처벌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약속이다. 이전에는 처벌을 통해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았다. 중국에서 반체제 인사들을 잡아다 감옥에 가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브릭하우스는 9곳의 매체와 함께 출범할 예정이다. 출처: 브릭하우스
브릭하우스는 9곳의 매체와 함께 출범할 예정이다. 출처: 브릭하우스

언론의 자유는 사람들이 존중과 연린 마음을 바탕으로 생각을 공유하는 장을 제공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와 관련한 수많은 문제가 있다.

자기 생각이 거부당하거나 비판받을 때 ‘검열’이라며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 어리석은 의견을 멸시하는 것도 언론의 자유에 해당한다. 우리 모두 이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브릭하우스를 소개하는 CJR 칼럼에 멋진 문구가 있다. ‘사람들에게는 경멸을 표할 신성한 권리가 있다’라고 하셨던 것 같다. 틀릴 권리와 블록체인의 불역성은 상충한다고 볼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해보자.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에는 명예훼손 소송에서 졌을 때 모든 도서관에 가서 신문에서 해당 문구를 지울 수 없었다. 인터넷은 피터 티엘 같은 사람에게 지나친 권력을 주었다. 공공의 기억에서 글과 생각을 영원히 삭제해버릴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블록체인 퍼블리싱은 이에 대한 반발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논의해야 할 문제다. 기분 나쁜 이야기가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기록돼 삭제할 수 없게 되면, 언론인을 압박할 필요도 줄어든다.

도서관, 대학, 도시에 있는 기록이 어느 정도는 이 역할을 한다. 진실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학자들은 사실을 찾아낼 것이다. 후손들이 진실을 찾아낼 것이다.

 

―더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가?

=우리는 블록체인에서 기득권의 침입을 목도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은행이 블록체인에 참여하고,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출시하려고 하며, 감시 시스템을 재현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가만히 이 움직임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람들을 해방하겠다는 블록체인 기술의 약속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자유를 위협할 수도 있고 보호할 수도 있다. 두 경우 모두 블록체인 기술은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나는 모든 이가 브릭하우스를 지지해주기를 바란다. 열렬한 지지를 바라고 있다. 돈을 기부하고, 재력이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기를 바란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분이 하나뿐이다. 그러나 나는 모든 이가 저널리즘을 위한 또 다른 사업 모델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목도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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