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사토시의 채굴 패턴이 말해주는 것
개인의 경제적 이익보다 중요했던 네트워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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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in Harper
Colin Harper 2020년 9월2일 07:00
Photo by JESHOOTS.com from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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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RSK/IOV의 세르지오 디미안 러너가 진행한 새 연구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믿는 비트코인 초창기 채굴자 파토시(Patoshi)는 비트코인의 첫 클라이언트 릴리즈에 포함되지 않은 알고리듬을 이용해 코인을 채굴했다.
  • 이 연구 결과를 보면 왜 다른 초창기 비트코인 채굴자들과 파토시의 해싱 패턴이 그리 달랐는지가 설명됐다. 하지만 ‘왜 파토시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행동을 했는가?’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 파토시가 정말 비트코인을 개발한 사토시라면, 그가 신생 네트워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채굴 공격을 막기 위해서 그랬을 거라고 추정할 수 있다.

 

사토시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다량의 미사용 비트코인에 관한 연구 결과를 세르지오 디미안 러너가 지난 2013년 처음 공개했을 당시만 해도 많은 이들이 그를 비난했다. 러너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가 비트코인 100만개를 몰래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비트코인 보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선의로 비트코인을 만든 그의 명성에 먹칠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의 연구를 반대한 사람들은 비트코인의 무결한 이미지가 손상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므로, 사토시가 보유한 코인은 말로든 실제로든 들여다보지 않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코인들이 초창기 비트코인 이용자들의 지갑 속으로 그냥 사라져 버렸다는 설득력 약한 주장을 믿지 않은 러너는 꿋꿋이 연구를 이어나갔다.

IOV의 혁신부문 총괄이자 RSK 디자이너인 러너는 그렇게 지난 7년간 사토시가 채굴한 코인 개수를 알아내고, 비트코인 초창기에 다른 채굴자들의 채굴 기법과 그의 기법이 왜 달랐는지를 연구했다. 러너가 ‘주말 프로젝트’라 불렀던 이 연구를 돕기 위해 익명 커뮤니티 회원들과 비트맥스(BitMex) 연구팀, 킴 닐슨과 제임슨 롭 등으로 이뤄진 팀이 구성됐다.

연구진은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개발된 뒤 첫 2년간 채굴은 됐으나 현재까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채로 어딘가 남아있는 110만개 코인을 둘러싼 비밀들을 조금씩 밝혀 나갔다. 대부분의 사람이 총 126억5천만달러 규모의 코인이 익명의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의 것이라 믿고 있지만, 러너는 이를 파토시 소유의 코인이라 말한다. 즉, 이처럼 힘든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 코인들이 사토시의 것이라 100% 확신할 순 없었다는 뜻이다.

일부 논란은 있지만, 이른바 ‘파토시 패턴’이 사토시의 채굴 활동을 대표한다는 게 대부분 연구가들의 중론이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증거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파토시가 관리하는 코인의 총 개수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지만, 러너는 더 냉철한 시각의 연구 결과들을 내놓았다.

사토시의 초창기 채굴 활동은 주로 수익보다는 이념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채굴자의 타임머신

러너는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진실을 밝히려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찾아낸 과학적 증거에 따르면 사토시가 비트코인으로 거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네트워크 보안에 더 신경 썼다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러너의 이런 생각은 그가 최근 진행한(그리고 마지막이 될) 파토시 패턴 연구 결과에서 드러난다.

최근 연구에서 그는 당초 계획했던 작업인 비트코인 출시 초기에 생성된 블록 1만8천개를 다시 채굴함으로써 사토시의 채굴 방식과 관련한 새로운 데이터를 얻어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2014년 처음 이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러너는 파토시가 비트코인 첫 릴리즈에서 사용된 퍼블릭 코드와 유사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했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의 연구팀이 파토시 패턴에서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파토시가 다른 초기 채굴자들이 사용했던 퍼블릭 소프트웨어와는 전혀 다른 채굴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사실을 알아냈다.

파토시가 사용한 소프트웨어가 다른 채굴자들이 사용한 것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밝혀내는 게 최근 진행된 연구의 주제였다. 한가지 이론은 파토시가 50개가량의 CPU를 한꺼번에 사용해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ASIC 채굴 방식처럼 채굴풀을 만들되 성능은 좀 떨어지는 프로토타입을 사용했을 것이란 이론이다. 또 다른 이론으로 그가 연구에서 지지하고 있는 이론은 파토시가 ‘멀티스레딩(multi-threading)’이라고 하는 해싱 기법을 사용했다는 거다.

비트코인 채굴 기법 중 멀티스레딩이란 채굴자가 동시에 여러 개의 논스(nonce) 값을 찾을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말한다(여기서 논스란 채굴자들이 블록을 생성할 때 찾아야 하는 암호화된 비밀번호를 말한다). CPU에 있는 각각의 코어 프로세서를 이용해 블록마다 있는 고유한 논스값을 찾아내는 방법이 있고, 아니면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때 사용하는 SSE(Streaming SIMD Extensions) 명령어 기법을 통해 여러 개의 논스값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법도 있다.

간단히 말해, 파토시는 CPU로 논스값을 한번에 하나씩 찾지 않고, 동시에 여러 개를 찾아냈다.

러너는 비트코인 블록체인 초기에 생성된 1만8천개 블록을 다시 채굴함으로써 이 사실을 알아냈다. 블록체인을 다시 훑어보면서 파토시가 찾아낸 모든 논스값(솔루션)을 알아내고, 그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솔루션들을 모두 찾아낸 것이다(참고로 블록 하나에는 1개 이상의 솔루션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작업을 계속 반복하면 파토시의 해싱 패턴을 알아낼 수 있다고 러너는 설명했다.

“비트코인 출시 초기 생성된 블록 1만8천개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솔루션을 모두 찾아냈고, 그렇게 파토시가 사용한 알고리듬의 스캐닝 방향을 알아냈다.” -러너

특히 파토시가 쉬운 논스값보다는 어려운 논스값을 잘 찾아내는 채굴 알고리듬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러너는 이를 통해 논스값 테스트 순서를 알 수 있다며, 파토시가 채굴한 블록들에서만 나타나는 고유한 패턴을 봤을 때 그가 멀티스레드 기법으로 여러 개의 논스값을 동시에 찾아냈다는 이론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러너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파토시가 다른 채굴자들보다 성능이 뛰어난 시스템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에게 슈퍼컴퓨터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저 컴퓨터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알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굴의 목표는 돈보다 공익

연구 보고서에서 러너는 파토시의 채굴 로직이 비트코인 코어 0.1.0. 출시 당시 나왔던 채굴 소프트웨어인 사토시 클라이언트 버전 0.1과는 반대되는 로직이라고 밝혔다. 파토시가 사용한 멀티스레딩 기술은 실은 지난 2010년까지 비트코인 채굴 스크립트에 통합되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파토시가 정말 사토시라면, 왜 그는 비트코인의 첫 클라이언트 릴리즈에서 멀티스레딩을 포함하지 않았을까? 러너가 가장 최근 진행한 연구 바로 이전 연구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난 6월 러너는 파토시가 비트코인을 출시한 첫해 여러 단계에 걸쳐 해시레이트를 낮췄으며, 블록 하나를 채굴할 때마다 채굴기를 꺼 5분간 작동 간격을 두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건강한 경쟁 환경을 만들면서, 동시에 블록을 그가 혼자서 다 생성하진 않도록 그런 조치를 취했다는 게 러너의 설명이다.

반대로 블록들이 제 속도로 채굴되지 않을 때 네트워크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파토시가 초창기 멀티스레딩 기법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

“파토시가 채굴되는 비트코인 개수보다는 네트워크 보안에 훨씬 더 신경을 썼다는 롭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는 네트워크의 블록 생성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칠 때만 채굴기를 가동한 것으로 보인다. OrganOfCorti도 파토시가 채굴자 수가 충분하다고 생각할 때 다른 채굴자들의 블록 생성을 독려하기 위해 본인의 해시레이트를 일부러 낮췄다고 말했다.”

“파토시가 네트워크를 보호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게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이라고 결론 지었다.”

카사(Casa)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제임스 롭은 트위터에서 사토시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채굴 기술을 사용했다는 주장에 반박했다. 오히려 반대로 사토시는 초창기 블록 생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가 적었을 당시 자신의 첨단 채굴 프로세스를 활용해 네트워크를 보호하려 했다. 네트워크 참여자 수가 적었기에 그가 채굴 활동을 줄이기 전 네트워크의 보안을 위해 감시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교훈

러너도 이 말에 동의했다. 그는 최근 연구를 통해 비트코인 창시자와 초창기 이용자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며 이번 연구가 삶을 바꿔놓았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의 탈중앙화를 위해 파토시가 기울인 노력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어떤 게 이상적인 모습인지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오늘날 비트코인 이용자들보다 초창기 이용자들은 수익에 신경을 훨씬 덜 썼다. 이들 대부분은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프로젝트가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는지 보려고 채굴에 참여했다. 대부분은 코인을 기부했고, 또 잠재력을 증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거래했다. 재미 삼아 채굴을 해보는 사람들은 좀 있었지만, 투기하는 사람들은 물론 없었다.”

러너에게 흥미로운 작업은 이제 거의 끝난 듯하다. 그는 최근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수년간 진행해온 주말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RSK와 IOV의 비트코인 사이드체인 개발에 몰두할 계획이다.

1400~1916번째 블록에서 나타난 파토시의 해싱 전략으로 인해 생긴 이중나선 패턴처럼 아직 해결되지 못한 미스터리들은 지금까지 파토시 연구에 도움을 준 다른 연구진의 손에 맡길 예정이다.

러너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이자, 연구 초기 많은 이들의 거센 반대를 불렀던 질문에는 답을 얻었다. 그 질문은 바로 ‘사토시는 초창기에 왜 그렇게 많은 코인을 채굴했으며, 그 과정에서 신생 커뮤니티 내 다른 이용자들은 사용할 수 없던 기술을 왜 사용한 걸까?’란 질문이었다.

“파토시 패턴을 발견함으로써 사토시를 더 일관성 있게 잘 이해하게 됐다. 그는 비트코인 초창기에 51%나 됐던 채굴 공격률에 맞서 네트워크를 보호하려 했던 사람 또는 집단이었으며, 이기적으로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다거나 거래 활동을 하지 않고,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췄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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