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가격 변동성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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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elle Acheson
Noelle Acheson 2020년 9월8일 07:00
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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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장에서 기대 심리를 비롯해 자산에 대한 정서가 얼마나 급격히 바뀔 수 있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던 지난 한 주였다. 이번 기회에 가격 변동성이 시장에 대한 묘사와 포트폴리오, 그리고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다.

동시에 이번 글에서는 가격 변동성과 관련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살펴보려 한다. 특히 시장이 혼란스러울 땐 모든 것이 다 가격 변동성 탓인 것처럼 그려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작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렇게 개념이 남용되는 건 암호화폐 시장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가격 변동성은 거의 모든 자산 분야에서 때로는 잘못 쓰이는 개념이다. 또한, 사실상 다른 모든 시장 지표가 그렇듯 가격 변동성도 암호화폐 산업에 적용될 때는 또한, 특별한 뉘앙스를 지닌다.

 

용어 정리

먼저 변동성(volatility)이 무엇인지 기본적인 개념부터 정리하고 가도록 하자.

엄밀히 말해 변동성이란 자산의 가격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뜻한다. 고점이든 저점이든 방향은 관계없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변동성은 실현 변동성(realized volatility)이다. 실현 변동성은 과거 가격의 변화를 분석해 도출해낸 값이다. 실현 변동성을 계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코인데스크에서는 연율을 바탕으로 일간 자연로그 수익률의 30일간 표준편차를 기준으로 변동성을 계산한다.

반대로 내재 변동성(implied volatility)은 시장이 해당 자산에 대해 기대하는 미래의 변동성을 뜻하는 개념으로 옵션 가격이 바로 내재 변동성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에서 자산의 가격 변동성은 해당 자산을 묘사할 때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많은 투자자가 해당 자산의 변동성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피델리티 디지털에셋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가격 변동성이라는 요인 하나가 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많은 투자자에게 변동성이란 리스크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포트폴리오 관리에 필요한 정확한 분석보다 투자자의 심리 상태에 너무 큰 집중하는 건 투자에서 근본적인 실수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곤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좀 더 자세히

인간은 누구나 다 위험을 피하려는 성향(risk-averse)이 있다. 생존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당연히 본능적으로 위험을 회피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성향은 우리의 어휘에도 영향을 미쳤다. 리스크가 크면 대신 보상도 더 클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위험과 보상이 함께 짝을 이루더라도 위험 회피 성향이란 말처럼 보상 회피 성향(reward-averse)이란 말은 쓰지 않는다. 위험을 뜻하는 리스크는 언제나 무언가 나쁜 것과 연관 지어 쓰인다. 특히 투자에 관해선 더 그렇다. 투자 전문가가 "수익이 너무 많아 위험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자산을 관리하는 등 금융 분야에서 리스크를 피하려는 행동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리스크는 만회하기 어려운 손실이 될 수 있다는 뜻이고, 손실이 너무 크면 재정적으로 파산하는 사람도 생긴다. 다만 우리가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 항상 손실을 막기 위해 취해야 하는 적정 수준의 행동은 아니다. 특히 손실을 충분히 관리하고 메울 수 있는 성숙한 자산 시장에선 더 그렇다. 다시 말해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마음가짐은 신중한 태도이긴 하지만, 반드시 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변동성과 리스크를 같은 것으로 보면 변동성도 리스크처럼 피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많은 투자자가 변동성을 꺼린다. 그러나 변동성은 리스크와 같은 엄연히 다르다. 변동성은 숫자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다. 리스크는 변동성보다 훨씬 더 모호한 개념이다.

변동성이 높다는 건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 그 자산에 투자했던 사람은 손해를 보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히 변동성을 리스크와 같은 것으로 여기고, 본능적으로 변동성을 피하게 된다.

실제로 S&P500 지수의 내재 변동성을 나타내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의 다른 이름은 "두려움 지수(Fear Index)"다. 이것만 봐도 변동성이 얼마나 안 좋은 것, 피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지 알 수 있다.

변동성과 리스크를 같은 것으로 인식하면 우리가 저지를 수 있는 실수가 또 있다. 두 가지 개념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자연히 리스크도 우리가 평가하고 계산할 수 있는 거라고 여기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리스크는 본래 알 수 없는 것으로 우리는 이를 계산할 수 없다. 안 좋은 일, 악재는 어디서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 어떤 환경에서든, 어떻게든 일어날 수 있다.

반대로 변동성은 우리가 알 수 있는, 계산하고 예측할 수 있는 성질의 지표다. 리스크를 변동성과 마찬가지로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일어날 수 있는 손해를 과소평가하게 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할 수 있다.

 

변동성을 알면 그 자산의 성질이 보인다

변동성은 우리가 알 수 있는 성질의 것일 뿐 아니라, 변동성을 알면 어떤 자산의 특징에 관해서도 많은 걸 알 수 있다. 보통 변동성이 높으면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물론 늘 그렇지는 않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더 위험한 자산을 추가해도 좋을지 판단하려면 상대적인 과거 수익률과 상대적인 변동성을 비교해봐야 한다.

상대적인 과거 변동성과 과거 수익이 꼭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상대적인 과거 변동성과 과거 수익이 꼭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이더(ETH)와 라이트코인(LTC)의 30일 변동성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두 자산의 30일 수익률은 큰 차이가 난다.

(여기서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가격 움직임을 전망하는 절대적인 근거가 될 수 없으며, 이 글은 애초에 투자 조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가격 변동 추이를 보면 최근의 실현 변동성을 계산할 수 있고, 옵션 가격을 보면 투자자들이 미래의 변동성을 어떻게 예측하는지도 볼 수 있다. 만약 옵션 가격에 반영된 내재 변동성이 실현 변동성보다 높다면 이는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앞으로 더 커질 거로 예측한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내재 변동성이 실현 변동성보다 대체로 높았다. 그런데 지난주 초 이 차이가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이는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신호다. 시장에서는 가격이 큰 폭으로 급변할 수 있다는 주의로 받아들인다.

시장은 앞으로 가격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출처=스큐
시장은 앞으로 가격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출처=스큐

 

암호화폐는 다르다

비트코인은 대표적인 암호화폐다. 가장 오래됐고, 유동성도 가장 많으며, 자연히 파생상품 시장이 가장 잘 갖춰진 자산이다. 전통적으로 파생상품이 출시, 거래되면 자산의 변동성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유동성이 늘어나고 분산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암호화폐 가운데 가장 낮은 편이다.

전통적인 자산과 비교하면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가운데 비트코인은 가장 변동성이 낮은 자산이다. 출처=코인 메트릭스
전통적인 자산과 비교하면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가운데 비트코인은 가장 변동성이 낮은 자산이다. 출처=코인 메트릭스

여기서 놀라운 점은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비트코인 가격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즉 가격이 내리면 변동성도 작아진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은 가격이 오르면 변동성도 커진다. 출처=코인 메트릭스, 코인데스크
비트코인은 가격이 오르면 변동성도 커진다. 출처=코인 메트릭스, 코인데스크

시카고 옵션거래소의 변동성 지수(VIX)는 반대다. S&P500 지수와 반대로 움직인다. 지난 8월 두 지수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0.84로 아주 높은 역상관관계를 보였다. 비트콩의 30일 실현 변동성을 비트코인 가격과 비교해 상관관계를 계산해보면 지난 8월 60일 기준 평균 상관관계가 0.45로 나온다. 완벽한 양의 상관관계라고 하긴 어렵지만, 변동성 지수와는 분명히 다르다.

변동성 지수와  S&P500은 역상관관계를 보인다. 반면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비트코인 가격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출처=팩트셋, 코인 메트릭스
변동성 지수와  S&P500은 역상관관계를 보인다. 반면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비트코인 가격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출처=팩트셋, 코인 메트릭스

암호화폐 시장은 연중무휴다. 24시간 쉼 없이 거래가 일어난다. 다들 알다시피 전통적인 자산 시장은 그렇지 않다. 장이 열리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전통적인 자산의 변동성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데이터의 양이 더 적다. 이론적으로 생각해봐도 토요일, 일요일에도 주식 시장이 열린다면 그사이에 가격이 변화하는 만큼 변동성이 더 커질 텐데, 지금은 금요일 장이 닫힐 때 가격이 월요일 장이 열릴 때 가격이니 주말 동안의 변동성은 0이 된다. 그러나 암호화폐는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도 거래가 일어나기 때문에 변동성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론 그렇지만, 비트코인 변동성을 살펴보면 주말에도 거래할 수 있는 것이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아 보인다. 비트코인의 30일 평균 변동성을 측정할 때 주말 거래일을 제외하든 포함하든 거의 같은 값이 나온다. 8월을 예로 들어보면 8월 전체 일간 평균 표준편차는 51.2%인데, S&P500 지수에 포함된 주식이 거래된 날의 비트코인 변동성만 측정해도 51.6%로 거의 차이가 없다.

정리하면, 변동성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보통 높다. 변동성은 측정할 수 있으며, 주말에도 장이 닫히지 않아서 변동성을 측정하는 데 필요한 가격 데이터가 더 많다.

 

결론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서 어떤 투자자들은 시장에 진입하는 걸 꺼리지만, 반대로 높은 변동성을 보고 모이는 투자자도 있다. 실제 전문 투자자 가운데 변동성이 높아서 암호화폐 시장에 투자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유동성을 공급해 스프레드를 줄이고, 시장을 성숙하게 하는 데 일조한다. 이어 이들 기준에서 변동성이 너무 낮아지면, 다른 암호화폐 가운데 변동성이 높아 매력적인 자산은 얼마든지 많이 있다.

변동성을 누구나 다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변동성은 그 자체로 중요한 특징으로 받아들여질 필요가 있다. 무조건 변동성을 피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비트코인은 파생상품 시장이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 변동성을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가총액 기준 비트코인 다음으로 큰 이더의 파생상품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변동성이 다양한 자산을 적절히 묶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상대적인 가중치는 개인 투자자가 선호에 따라, 자산 상황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이 비트코인을 멀리하는 이유가 돼선 안 된다. 오히려 반대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특히 자산을 다변화하려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자산이 돼야 한다. 모든 유형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기본적인 가치에 합의하고, 또 변동성을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 변동성은 투자에 걸림돌이 아니라 투자를 촉진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나스닥과 S&P500의 변동성 차이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일정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전 세계 시장은 내림세를 보였다. 미국 시각으로 지난 4일, 하락장을 주도한 건 나스닥이었다.

오랜 기간 가격 변화를 나타낸 시세표에서 보면 가격 변동이 일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전반적인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기술주들의 가격이 최근 잇따라 올랐지만, 그 기반은 탄탄하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기라도 하듯 시카고 옵션거래소의 나스닥100 변동성 지수(VXN)은 S&P500 변동성 지수(VIX)와 지난 2004년 이후 가장 큰 차이를 보이며 갈라섰다.

S&P500 변동성 지수에 비해 급등한 나스닥100 변동성 지수.
S&P500 변동성 지수에 비해 급등한 나스닥100 변동성 지수.

이런 차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대선에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점차 시세에 반영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우편 투표 관련 논란 등으로 인해) 11월 3일에 선거를 치르더라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걸 고려하면 있을 수 있는 움직임이다. 시장이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는 특정 후보가 이기고 지는 것보다도 누가 이겼는지 결과가 나오지 않는 혼란스러운 상황일 것이다.

비트코인은 이번에도 전통적인 자산보다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주요 주식시장 지표보다 훨씬 더 많이 가격이 내렸다. 애널리스트들이 분주히 지난주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관한 분석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 확정적인 설명은 나왔다고 보기 힘들다.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주요 위험 자산과 반대로 움직이는지, 아니면 위험 자산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도 아직 분명히 말할 수 없다.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는 일은 그래서 더 어렵다.

출처=코인데스크, 팩트셋
출처=코인데스크, 팩트셋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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