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구글·애플에 화가 났을까
"수수료 카드사 10배 지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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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재 한겨레 기자
홍석재 한겨레 기자 2020년 9월9일 18:00
출처=Andre Hunter/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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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를 구축한 구글과 애플의 기여를 인정하더라도 앱 장터 수수료가 일반카드사의 10배(30%)인 것은 지나칩니다.”

 한 교육관련 모바일 앱 개발자 ㄱ씨는 최근 온라인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구글과 애플의 앱 스토어(장터) 판매 수수료가 횡포에 가깝다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는 “‘싫으면 장터에서 나가라’는 식이지만, 앱 시장에서 퇴출되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정보통신(IT) 공룡 기업은 물론 소규모 앱 개발자들 사이에서 구글과 애플의 과다 수수료 논란이 뜨겁다. 두 회사가 앱 시장의 지배력을 토대로 부당한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주장이다. 구글과 애플의 국내 앱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63.2%, 24.8%에 이른다. 소비자 열에 아홉이 이들 앱 장터를 이용한다는 얘기다. 앱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이 상당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인 셈이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앱 장터 입점업체들에게 자사의 결제시스템만 쓸 수 있는 ‘인앱결제’ 방식으로 30% 수수료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는 데서 촉발됐다. 나아가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앱 구입비를 환불해도 구글과 애플은 이미 떼간 수수료를 그대로 가져가고 있는 것도 업체들의 불만을 키우는 행태로 꼽힌다. 이런 논란은 게임 앱에만 30% 수수료를 떼 가던 구글이 최근 ‘모든 앱’으로 30% 수수료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애플이 모든 앱을 한곳에서 사고파는 앱스토어를 처음 내놨을 때 개발업체들은 일괄 30% 수수료에도 획기적인 서비스라며 오히려 고마워했다”며 “구글처럼 독과점 업체로 성장한 뒤 사용자에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고 수수료율 인상을 강제하는 부분이 쟁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0여년 전 앱 장터 초기만 해도 앱 입점업체들이 새로운 수익처의 등장으로 여기며 환영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업체들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독과점 방지 등이 주 업무인 공정거래위원회도 신중한 태도다. 공정위의 고위 당국자는 “앱 시장의 경쟁 부족이 갈등을 낳은 근본 이유”라고 짚으면서도, “앱 시장 초기부터 30% 수수료를 설정하고 업체들의 자발적 참여로 생태계를 키운 애플처럼 ‘30%’라는 수치만으로는 불공정행위로 예단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논란 속에 국내 일부 개발업체들은 집단행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온라인 공동소송플랫폼 ‘화난사람들’은 내달 23일까지 구글과 애플의 과다한 수수료 문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 위해 피해 업체들을 모집하고 있다. 화난사람들 쪽은 참여업체의 피해를 우려해 정확한 업체수를 공개할 수 없지만, 9일 현재 이미 여러 업체가 이름을 올렸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화난사람들 쪽은 이번 집단 반발이 소비자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글과 애플이 높은 수수료를 책정하면, 개발업체들도 그만큼 높은 이용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집단 반발이 앱 장터에서의 퇴출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실제 미국 대형 게임개발업체 에픽게임즈는 애플 수수료 정책에 저항해 우회결제 시스템을 만들었다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던 게임 ‘포트나이트’가 앱 장터에서 삭제됐고, 에픽게임즈의 계정까지 삭제된 바 있다.

 이에 에픽게임즈는 미국 법원에 게임과 개발자계정 삭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어, 지난달 24일 개발자계정삭제금지에 대해서만 일단 구제받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경제는 창조와 혁신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증진시키는 방안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화난사람들에 참여하고 있는 정종채 변호사는 한겨레에 해당 판결을 소개하며 “미국 법원은 30% 수수료가 과도하고 경쟁법(공정거래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구글 애플 불공정행위 집중 조사

공정거래위원회가 애플리케이션 온라인장터(앱스토어) 입점업체에게 ‘매출의 30% 수수료’를 매기는 등 논란을 빚는 구글과 애플의 불공정행위 여부를 집중조사키로 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8일 정부 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주년 정책소통간담회에서 “앱 장터 수수료 체계변경(인상)이 시장경쟁과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앱 장터 시장은 애플에 이어 구글까지 ‘모든 앱 판매에 일괄 30% 수수료’ 정책을 확대하기로 해 입점업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공정위는 또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을 장악한 사업자가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 방해 움직임도 살피고 있다. 두 사안 모두 주로 구글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장은 “독과점을 이용해 특정 수수료율과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는 앱 개발자뿐 아니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짚었다.

 조 위원장은 삼성그룹 외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와 에스케이(SK) 반도체 계열사인 에스케이실트론을 통한 일감몰아주기 혐의 등 대기업 관련 사건에 대한 신속한 처리 방침도 언급했다. 조 위원장은 “(두 사건은) 다소 늘어진 부분이 있지만, 법 위반 행위를 조사하고 있고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위원장은 “지난 1년간 디지털공정경제 확립과 함께 하도급·가맹분야에서 갑을관계를 개선하고,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차단을 뼈대로 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재추진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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