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 시스코 전철 밟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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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주식칼럼니스트
이종우 주식칼럼니스트 2020년 9월14일 08:00
출처=김정숙/한겨레
출처=김정숙/한겨레

테슬라는 의심하면 안 되는 존재일까?

 전기차 회사로서 테슬라가 아니라 테슬라 주가 말이다. 지난해 말 테슬라 주가는 50달러대였다. 이번에 최고점이 500달러를 넘었으니까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주가가 10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 된다. ‘주가가 오르면 사람도 모인다’고 우리 투자자들도 테슬라 주식을 열심히 사모아 보유액이 4조를 넘었다. 

 시장에서는 2000년 아이티(IT)버블 때는 기대만 있었지만 지금은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으므로 기술주 상승이 당연하다고 얘기한다. 그건 지금 가장 좋은 회사와 2000년 일반 회사를 비교하기 때문에 나온 결과일 뿐 과거 최고 기업과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2000년 당시 미국의 최고 주식은 시스코, 인텔,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였다. 지금 팡(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이 나스닥을 끌고 가는 것처럼 2000년에는 이들이 시장을 끌고 갔었다. 

 당시 시스코는 월가에서 인류가 만든 최고의 회사라는 격찬을 받았다. 필요한 부문을 외부에서 인수 합병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고, 인터넷 연결에 꼭 필요한 장비를 독보적인 기술로 생산하기 때문에 전망도 더없이 좋았다. 문제는 주가가 하락하면서 발생했다. 버블이 붕괴되기 직전 78달러였던 주가가 붕괴 후 1년 만에 17달러로 80% 가까이 떨어졌다. 세계 시가총액 1위이고, 이익을 많이 내며 전망까지 좋은 회사도 높은 주가를 견뎌내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 주가는 20년 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인텔도 아직 당시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월등히 높은 가격이 됐지만 이 회사도 2000년 당시 주가를 넘는 데 16년이 걸렸다. 지금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실도 시간이 가면 달라진다. 테슬라가 전기차 세상을 지배할 거란 믿음이 5년 후에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질지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다. 단숨에 주가를 10배나 끌어올릴 정도인지는 더더욱 판단하기 힘들다. 

 금융위기 이후 나스닥이 현재 지수가 되기까지 네 번의 상승이 있었다. 첫 번째는 1300에서 시작해 2년간 117% 상승한 후 끝났다. 두 번째는 4년간 120% 올랐다. 세 번째는 4300에서 시작해 8100까지 88% 상승했다. 그리고 지금 네 번째 상승이 진행 중인데 6개월 사이에 83% 올랐다. 코로나19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오른 거라 얘기할 수 있지만 그런 사정은 과거에도 모두 있었다. 단기에 크게 상승한 만큼 지금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나스닥 주가가 이틀 동안 장중 10%가 떨어질 정도로 요동을 쳤다. 나스닥 하락은 나스닥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 시장이 우울한 경제에도 불구하고 버텨내는 건 나스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뭔가 있어 나스닥이 오르는 것인데 미국 경제가 괜찮다면 우리 경제도 조만간 나아질 거라 믿고 있는 것이다. 나스닥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에는 하락 가능성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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