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없이도 금 투자가 가능한 탈중앙화 거래소
[디파이 연쇄인터뷰③ 신세틱스]
클린턴 에니스 신세틱스 테크니컬 리드
"누구나 사용 가능한 합성자산 거래 플랫폼"
KYC 필요없는 무기한 마진거래도 곧 지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9월21일 14:00

최근 탈중앙지향 금융(디파이, DeFi)의 성장세가 가파른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4억달러(한화 약 4740억원)수준이었던 디파이 프로젝트들의 전체 예치금(Total Value Locked, TVL)은 1년만에 72억달러(한화 약 8조 5320억원)를 넘어섰습니다. 디파이는 블록체인 대중화를 앞당겨줄 로켓일까요. 아니면 신기루일까요. 이번 디파이 연쇄 인터뷰에서는 초고속 성장중인 디파이 주요 프로젝트들을 만나 현재 업계의 쟁점과 미래의 방향에 대해 들어봅니다.

대부분의 디파이 서비스는 암호화폐 생태계를 대상으로 한다. 특정 플랫폼에 암호화폐를 예치(staking)하고 이자로 해당 암호화폐를 받거나, 암호화폐를 담보로 스테이블 코인을 빌리거나, 암호화폐끼리 교환을 해 주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암호화폐 투자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선뜻 디파이를 써보기가 어렵다. 

탈중앙 거래소를 지향하는 신세틱스(Synthetix)는 이런 점에서 독특한 디파이 서비스다. 이곳에서는 플랫폼에 담보를 맡기고 합성 자산(Synth)을 만드는 방법으로 금, 은 등의 실물 상품과, 달러, 엔 등의 외환,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들을 함께 거래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합성 자산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시카고선물거래소나 뉴욕 증권거래소 등에서 거래되는 실물자산의 거래량을 암호화폐 생태계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세틱스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번째는 합성 자산(Synth)이다. 사용자는 신세틱스 토큰(SNX)이나 이더(ETH), 비트코인(BTC) 등을 담보로 잡고 담보 가치의 1/6에 해당하는 신세틱 달러(sUSD)를 발행할 수 있다. sUSD는 달러와 1:1 비율로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콘셉트의 합성 자산이다. 

신세틱스 플랫폼의 모든 합성 자산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실물자산의 가격을 따라가도록 설정되어 있다. 만약 사용자가 유로화 투자를 하고 싶다면 암호화폐를 맡기고 sUSD를 발행해 sEUR를 사고팔면 된다. 실물 유로화를 구매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유로화 투자 효과를 그대로 얻을 수 있는 셈이다. 금 토큰이나 니케이지수 토큰, 비트코인 인버스(iBTC), 이더리움 인버스(iETH) 같은 파생상품도 거래가 가능하다. 

두 번째 특징은 거래소의 거래 방식이다. 통상 탈중앙 거래소는 거래량이 적고 매수·매도 호가의 간격이 넓어 실제 사용이 불편하다는 평을 받아 왔다. 신세틱스는 이 문제를 호가창 없는 실시간 단일 가격 교환방식으로 풀었다. 

사용자가 신세틱스 플랫폼 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이더리움(sETH)을 비트코인(sBTC)으로 교환한다고 가정하자. 주문을 넣으면 실시간 환율에 따라 교환 수수료를 제외한 sETH 가치 만큼의 sBTC가 발행된다. 그리고 전체 담보 자산 풀에서 그만큼의 sETH가 소각된다. 해당 담보 자산 규모보다 큰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세 번째 특징은 신세틱스 토큰이다. 사용자는 SNX를 플랫폼에 예치하면 토큰 인플레이션 보상과 함께 거래소 수수료 수입의 일부를 분배받을 수 있다. 사용자 개개인이 별다른 투자 행위를 하지 않아도 플랫폼이 커지면 SNX의 가치가 높아지고, SNX의 가치가 높아지면 사용자의 자산 가치가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SNX를 담보로 발행한 합성자산을 다시 예치하고 SNX 보상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신세틱스 생태계를 순환시키는 펌프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동안 지적되던 탈중앙 거래소의 난점들을 복합적으로 해결했지만 아직 풀지 못한 문제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라클(Oracle, 외부 데이터를 블록체인 네트워크 안으로 가져오는 기법) 문제다. 거래소에서 자산을 교환할때 적용하는 환율을 신세틱스 블록체인 외부에서 가져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신뢰성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18일 디파이 데이터 서비스인 디파이 펄스(DEFI PULSE)에 따르면 신세틱스의 예치금 순위는 약 633만5000달러로 전체 디파이 프로젝트 중 9위다. 신세틱스가 암호화폐와 전통 금융의 벽을 허무는 합성자산 거래 플랫폼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신세틱스의 테크니컬 리드(Technical Lead)를 맡고 있는 클린턴 에니스(Clinton Ennis)는 지난 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코인데스크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당장 기존 시장의 사용자를 끌어들이기보다는 암호화폐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투자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거래 장벽이 낮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플랫폼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3일 온라인 영상 통화를 통해 만난 클린턴 에니스(Clinton Ennis) 신세틱스 테크니컬 리드(Technical Lead).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3일 온라인 영상 통화를 통해 만난 클린턴 에니스(Clinton Ennis) 신세틱스 테크니컬 리드(Technical Lead).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최근 디파이 열풍이 불고 있는데 한국 투자자들은 아직 자세히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신세틱스를 한국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겠나?
='실제 자산과 가격이 연동되는 탈중앙화 파생 프로토콜' 정도로 얘기할수 있겠다.  이곳을 이용하면 중개자나 신분확인 없이도 파생상품 투자가 가능하다. 

―신세틱스에서는 어떤 거래가 가능한가.
=외환, 지수, 금속, 석유 등의 상품, 암호화폐 선물 거래 등이 가능하다. 조만간 무기한 마진거래도 지원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예금과 대출을 비지니스모델로 하고 있는데 신세틱스는 독특하게도 파생상품 유동성 프로토콜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이런 모델을 생각하게 됐나.
=원래는 2018년 초 헤이븐(HAVVEN)이라는 이름의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 코인으고 시작했다. 헤이븐은 'havven'이라는 가격 안정화 코인과 'nomin'이라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구성되는 게 특징이다. 처음에는 달러화 스테이블 코인인 nUSD를 만든 이후 계속 연구를 하다보니 비슷한 방식으로 유로(nEUR), 호주달러(nAUD), 원화(nKRW), 엔화(nJPY) 등 8개 법정통화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가 스테이블 코인 뿐만 아니라 다른 유동화 자산도 만들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약 2주만에 프로젝트명을 신세틱스(Synthetix)로 바꾸고 스테이블 코인보다 더 특이한 합성 자산들을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던 기술로 일종의 발상의 전환을 한 셈이다. 
=맞다. 기술적인 변화가 아니라 브랜드 변경에 가깝다.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듯 파생상품을 다루는 프로토콜로 바뀌었다. 

―신세틱스 플랫폼 위에서 이뤄지는 합성자산 상품 거래가 전통 금융시장의 합성자산 거래보다 투자자에게 어떤 점에서 유리한가.
=우선 거래장벽이 낮다. 전통 금융시장의 중앙화 거래소들은 투자자에게 일정 이상의 자격요건을 요구하지만 신세틱스는 탈중앙화 거래소라 그런 게 없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거래소다. 또 사용자가 매수·매도 행위를 할 때, 전체 플랫폼에 맡겨진 담보가 그 물량을 소화해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트레이드가 이뤄진다. 호가가 없는 방식이기 때문에 슬리피지(시장가 주문 시 주문 넣은 시점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체결되는 현상)도 없다. 우리는 당장 전통시장의 사용자들 보다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파생 투자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