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술주, 거품 논란과 ‘무형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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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2020년 10월5일 18:35
그래픽_고윤결, 클립아트코리아.
그래픽_고윤결, 클립아트코리아.

 

6개월 동안 별다른 쉼 없이 오르던 미국 주가가 나스닥 지수를 기준으로 15% 정도 떨어지면서, 증시에 낀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증시 거품 논란은 글로벌 증시 전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증시도 9월 중순 고점 이후 코스피 기준 7%, 코스닥 지수는 10% 정도 떨어졌다.

특히 일부 기술주 가격이 다른 종목 주가보다 더 크게 내리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2000년대 초반 기술주 거품 붕괴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마가트’(MAGAT·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로 지칭되는 미국의 주요 기술주는 몇 주간 15~20% 하락했고, 우리 증시에서도 크게 올랐던 플랫폼, 배터리 기업 주가가 15%가량 내려 이 같은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제 기술주 거품이 꺼져 앞으로 오랜 기간, 또는 영원히 지난번 고점을 회복하지 못할 것인지, 그래서 보유하고 있는 기술주를 팔아야 할지 고민이 클 것이다.

위의 질문에 답을 내기 위해서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확률적으로 방향을 맞추는 데 운을 걸기보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무형자산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가치 평가방법으로 볼 때 비싸다는 것을 알면서도 최근 몇 년간 기술주가 더 올랐던 것은, 극도의 저금리와 함께 일부 기업들이 보유한 무형적 가치가 다시 평가된 데 기인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보유하는 자산은 토지, 공장, 기계장비 등 유형자산과 영업권, 특허권 등의 무형자산으로 나뉜다. 기업 입장에서 자산은 향후 돈을 버는 토대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공장과 설비는 제품을 만드는 토대가 되고, 보유하고 있는 특허권은 일정 기간 다른 기업이 제품을 모방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돈을 버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널리스트들은 유무형 자산을 적절하게 평가하고, 자산으로부터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재무적 실적을 가늠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회계 기준에 의해서 평가되는 무형자산이 기업이 보유한 무형적 가치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기업의 무형적 가치에는 브랜드 이미지, 즉 팬덤 현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소비자의 충성도, 그러한 매력을 강화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캐릭터, 기업 문화 등 수치로 평가하기 어려운 많은 것들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혁신으로 이러한 가치의 확산과 공유가 과거와 완전히 다른 속도로 빨라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무형적 가치의 위력은 이미 상당 부분 기업의 재무적 실적에 반영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치적 결과를 넘어서는 시장의 가치 부여를 거품이라고 평가한다. 과연 그렇게만 봐야 할까? 지금 거품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애플, 아마존, 테슬라가 보이지 않는 가치를 지금만큼 반영하기 전부터 이들 기업의 주가를 거품으로 본 것은 아닐까?

즉, 2018년 아마존의 주가가 연간 70% 올랐을 때 거품을 얘기했던 전문가들이 그해 연말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의 현재 주가에서 또다시 거품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필자는 이러한 경우가 더 많다고 본다. 거품을 주장하는 경우, 대부분 측정되지 않는 기업의 무형적인 가치에 대해 극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의 주가도 끝없이 오를 수는 없다. 일정 기간 후 완전 독점을 달성한다는 불가능한 가정 하에 추정된 재무적 실적으로도 설명이 안 될 만큼 높은 주가는 곧 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명한 투자자라면 반대로 자신이 어떤 기업의 무형적 가치와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주식 투자는 그러한 가치를 먼저 알아차리고 기다릴 때 성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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