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돈의 모습은 지금과 다를 것이다
[인터넷 2030] 알렉스 탭스콧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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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Tapscott
Alex Tapscott 2020년 10월8일 07:00
출처=Karolina Grabowska/Pexels
출처=Karolina Grabowska/Pexels

우리가 일을 제대로 해낸다면, 2030년에는 경제와 문명의 근간인 돈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달라져 있을 것이다. 현대인은 현재의 돈(정부와 중앙은행에서 발행하고 통제하는 법정화폐)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있어서 돈이 정기적으로 격변을 겪는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우리는 대격변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인류의 가장 위대하고도 오래된 발명품인 돈이 점점 디지털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국가와 글로벌 기업, 자라나는 디지털 시민사회가 우리의 경제생활의 생명선을 두고 경쟁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10년이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각 이해관계자는 매우 다른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있다.

어떤 이에게 돈의 재발명은 국가와 기업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질 기회다. 페이스북이나 골드만삭스 같은 대기업에는 입지를 공고히 다질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이 달러의 현재 패권을 계속 유지하거나, 아니면 중국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통해 새로운 글로벌 헤게모니를 만들어낼 기회이기도 하다. 인류의 미래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돈을 살펴보면 된다.

2020년 4월 중순 웨이신, 웨이보 등 중국 SNS에서는 농업은행이 개발을 마쳐 테스트 중이라고 알려진 디지털 위안 전자지갑의 스크린샷이 화제가 됐다. 1위안 지폐 이미지 아래로 QR코드 결제, 송금 등의 메뉴가 보인다. 현지 언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것이 실제 테스트된 스크린샷이라고 전했다.
2020년 4월 중순 웨이신, 웨이보 등 중국 SNS에서는 농업은행이 개발을 마쳐 테스트 중이라고 알려진 디지털 위안 전자지갑의 스크린샷이 화제가 됐다. 1위안 지폐 이미지 아래로 QR코드 결제, 송금 등의 메뉴가 보인다. 현지 언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것이 실제 테스트된 스크린샷이라고 전했다.

세 가지 동시다발적인 힘이 변혁을 이끌어가고 있다.

첫째로,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의 채택이 점진적으로 늘어나 모든 자산(가장 중요하게는 돈)의 디지털화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경제 인프라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정부와 대기업의 통제권 밖에 있는 시민사회에서 생겨난 비트코인은 돈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을 냈다. 인터넷이 신문, 영화, TV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듯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자산은 돈, 시장, 그리고 모든 종류의 자산을 바꿔놓을 것이다.

둘째로, 세계 경제 우위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두 강대국 간의 갈등이 두드러졌다. 최근의 '기술 냉전'으로 인해 두 국가 간의 적대적인 관계가 새로운 세기를 정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것이 특히 두드러지는 분야가 바로 돈이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미국은 주저하는 모양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두고 두 국가의 비전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기축 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을 보호하고자 하는 반면, 중국은 자국의 경제 모델을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자국 내 통제력을 강화하고 싶어 한다. 기술 냉전에서 이 새로운 국면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무엇이 걸려 있고, 어떤 곳에서 갈등이 벌어지며, 어떤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셋째로, 페이스북같이 미디어와 정보 산업의 터줏대감 격인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이 결제와 금융 서비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중 몇몇은 돈의 재발명에도 관심이 많다.

멈출 수 없는 이 세 가지 힘(목소리를 점점 높이고 있는 디지털 시민사회, 디지털 환경을 장악하고자 하는 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의 충돌이 예상된다. 좋든 싫든 다가오는 대격변은 앞으로 수십 년간 돈과 세계를 바꿔 놓을 것이다.

이것은 금융을 조금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소위 핀테크 앱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보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달러를 세계의 기축통화로 만든 브레턴우즈 회의와 비슷한 수준의 변혁에 관한 이야기다.

중국에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널리 쓰이게 되면서, '현금을 안 쓴다'는 기술 발전이 아니라 문화 현상으로까지 발전했고, 어느덧 돈의 흐름을 알고 싶으면 알리바바와 위챗에 묻는 것이 가장 빠른 시대가 됐다. 중국 베이징에서 한 주민이 길거리 과일상에서 QR코드로 결제하고 있다. 초록색 배경의 QR코드는 위챗페이, 하늘색 배경의 QR코드는 알리페이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중국에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널리 쓰이게 되면서, '현금을 안 쓴다'는 기술 발전이 아니라 문화 현상으로까지 발전했고, 어느덧 돈의 흐름을 알고 싶으면 알리바바와 위챗에 묻는 것이 가장 빠른 시대가 됐다. 중국 베이징에서 한 주민이 길거리 과일상에서 QR코드로 결제하고 있다. 초록색 배경의 QR코드는 위챗페이, 하늘색 배경의 QR코드는 알리페이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이 대격변의 2020년대를 거치며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2030년. 미국 달러는 이제 두 디지털 법정 기축통화 중 하나가 되었다. 중국이 2022년에 완전히 디지털화된 위안을 출범하고 그에 맞는 통화정책을 내놓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25년에 달러를 블록체인으로 이전했다. 미국과 중국은 자신들의 비전을 통해 영향력을 더 강화하기 위한 경제 전쟁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연준의 은행 계좌를 보유한 개인들은 매달 기본소득을 지급받는다. 중국에서는 공산당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사람은 재정적으로 말소되는 벌을 받는다.

필요에 의해서건 선택에 의해서건,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미국 달러는 거의 한 세기 동안 글로벌 사업을 정산하는 결제 수단의 위치를 내려놓은 적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의 암호화폐 디지털 위안이 세계 각국에서 국가 주도의 상업주의와 감시 자본주의의 도구가 되었다. 새로운 실크로드에 참여하는 180개국은 중국의 대출을 받고,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중산층에 접근하기 위해 중국의 화폐 표준을 채택했다. 아프리카 기업도 암호화폐 위안화를 선택해 사용한다. 중국 공산당은 허가형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모든 거래를 독점적으로 조회하고 통제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2019년 10월 23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와 관련해 증언하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2019년 10월 23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와 관련해 증언하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

또한 수십억 명이 기업 화폐를 사용한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인터넷 대기업 군단이 공격적으로 암호화폐 위안을 수출하기 시작한 후에야 대기업의 암호화폐 달러 수출을 허가했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은 보유고에 수십조 달러를 쌓아두고 중앙은행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으며, 수십억 명에게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중 실크로드의 대안 경제권에 속한 사용자도 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들리는가? 그럴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추측을 바탕으로 쓴 시나리오일 뿐이니까. 그러나 지난 10년간 세상이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를 생각해보라. 이제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 미래가 과연 바람직한가이다. 오늘날 디지털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의 독무대는 계속되어야 할까? 정부가 예금, 소득, 수십억 명의 자유를 걸고 기술 전쟁을 하기를 바라는가? 이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소련의 몰락이 “역사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변화를 역사의 종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1989년이나 2001년, 2008년보다는 2020년이 역사상 훨씬 더 중요한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세계적인 도전 과제가 미래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현실이나 돈을 비롯한 사회의 기본 개념을 재정의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이 위기에서 생겨나는 디지털 경제에서는 디지털 화폐가 필요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화폐가 필요한가? 누가 이 전투에서 승리할 것인가?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준비되었는가?

 

알렉스 탭스콧은 블록체인 연구소(Blockchain Research Institute)의 공동창립자다. 이 에세이는 코인데스크 '인터넷 2030' 시리즈의 일부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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