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의 위험, 되돌아볼 때다
[칼럼] 이종우의 흐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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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주식 칼럼니스트
이종우 주식 칼럼니스트 2020년 10월12일 06:00
출처=M. B. M./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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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조원과 53조원.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앞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2월 이후 개인 순매수 합계이고, 뒤는 현재 고객예탁금이다. 앞으로 전망도 두 숫자에서 시작된다. 50조원 넘는 고객예탁금이 있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개인투자자들이 매물을 받아낼 거고, 결국 주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 주식형 펀드 ‘바이코리아’가 유행했을 때 하루에 펀드로 1조원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당시 시가총액이 150조원 정도니까 하루 펀드 유입액이 시가총액의 0.67%에 해당한다. 이를 현재 시장 규모로 환산하면 13조원 넘는 돈이다.
 
주식형 펀드로 1조원의 자금이 들어오자 기관투자자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종목을 상한가 매수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했다. 주식을 확보하지 못하면 다음날은 새로 들어온 돈에 어제 사지 못한 돈까지 합쳐져 더 많은 주식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2007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도 개인의 펀드 가입이 상승 동력이었는데 4월말 42조원이었던 주식형펀드 잔고가 6개월만에 110조원으로 60조원 가까이 늘었다. 당시 시가총액이 750조원 정도이고 지금은 2000조원를 넘으니까, 2007년 주식형펀드 유입액 60조원을 현재 기준으로 환산하면 160조원이 된다.
 
한 달에 26조원 가까운 개인 자금이 시장으로 들어온 건데, 이번에 개인 순매수는 8개월 동안 누적으로 52조원 밖에 안 된다. 2007년에 유동성 덕분에 코스피 지수가 2000을 넘었지만 하락이 시작되자 돈이 역할을 못하고 석 달 만에 1500대로 주저앉았다. 지난 8개월 사이 유동성과 개인투자자의 역할이 컸지만 과거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고객 예탁금도 믿을 만한 수준이 아니다. 현재 고객예탁금은 시가총액의 2.6% 정도다. 과거 주가가 상승할 때 고객예탁금이 시가총액의 3%를 넘는 경우가 많았다. 고객예탁금의 절대 규모가 크긴 하지만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인상적인 수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주가가 변하면 유동성의 역할도 달라진다. 지난 3~4월처럼 주가가 빠르게 상승할 때에는 돈의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진다. 추가 상승이 예상되므로 가격을 올려서라도 주식을 사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주가가 지지부진해지면 공격적인 성향이 약해지고 대신 수비적인 성향이 강해진다. 낮은 가격에 매수를 넣어 놓고 체결을 기다리는 패턴으로 바뀌는데 이런 매매는 주가가 떨어지는 걸 방어할 뿐 가격을 끌어올리지는 못한다.
 
증권사 신용잔고가 18조원으로 늘어 연초대비 3배가 됐다. 은행의 신용대출도 증가하고 있다. 은행에서 빚을 내서 증권사 신용으로 주식을 사고 있는 건데 이는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행위다.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 원본 전체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는 이성으로 시작해 탐욕에 의한 본능으로 끝난다. 지금이 본능이 발동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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