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페이·카카오페이 그 너머엔? 바야흐로 ‘디지털 자산 시대’
스마트폰 제조사들, 판매 위해 ‘페이’ 선보여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은 고객 빅데이터 노려
암호화폐 연계해 `주조차익'으로 더 큰 할인폭
인터넷 할인되는 문화상품권도 디지털 자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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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10월14일 09:49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 응용프로그램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에서 ‘페이’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 화면. 출처=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 응용프로그램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에서 ‘페이’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 화면. 출처=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전세계에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 정답은 한국이다.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가운데 95%를 차지할 만큼 높은 한국의 스마트폰 보유율(퓨리서치)은, 스마트폰에서 결제·송금을 자유자재로 실현시킨 디지털 자산의 활용을 급격히 확산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페이'로 불리는 간편결제서비스다. 한국은행은 2018년 국내에서 간편결제로 결제된 금액이 총 81조원 정도라고 추산한다. 이는 지난해 온라인 결제 시장 총액의 약 9% 수준이다. 같은 해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조사 결과에선 성인 남녀 2530명 중 57%가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금 방식의 디지털 자산 대중화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곳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다. 국내에는 아직 진출하지 않았지만, 애플은 2014년 ‘애플페이'라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놨다. 아이폰을 구입하면 스마트폰만으로 간편하게 온라인 결제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는 설정이었다. 일단 애플페이의 `맛'을 본 이용자들이 추후에도 계속 아이폰을 사용하게 되는 이른바 `잠금효과'를 노린 셈법이다.

애플은 2019년 4분기 기준 애플페이 연간 결제량이 150억건을 돌파했으며 매출과 거래량도 전년 대비 2배 정도의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한다. 미국 매체 <쿼츠>는 지난 2월 기사에서 전세계 신용카드 거래의 5% 정도가 애플페이로 결제되고 있으며 2024년에는 10%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페이를 완전히 대체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높은 시장 장악력을 자랑한다. 삼성은 2015년 스마트폰 갤럭시S6 모델을 시작으로 `삼성페이'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금은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을 사실상 독점 수준으로 장악하고 있다. 2018년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이용금액(약 29조5420억원) 중 81.6%가 삼성페이다.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곳에서는 삼성페이 결제가 자유롭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 밖에 스마트폰 제조사가 아닌 유통사 혹은 포털사이트 등 플랫폼 기업들이 운영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도 다채롭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간편결제 서비스는 50개가 넘는다. 2014년 출시된 카카오페이는 월 4조원가량의 거래액을 기록하고 있고, 2015년 출시된 네이버페이는 결제금액 기준 국내 점유율 1위다. 최근 2~3년 새 간편결제 서비스에 뛰어든 이베이코리아(스마일페이), 쿠팡(쿠페이), 에스케이(SK페이), 신세계그룹(SSG페이), 롯데(L페이) 등도 수백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다.

플랫폼 기업들이 독자적인 디지털 자산 체계를 만들고 경쟁하는 이유는, 구매자들의 결제 데이터를 확보해 또 다른 사업을 도모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일정 수준 이상 쌓인 데이터를 분석해서 파악한 구매자들의 구매 양상에 따라 각각에 최적화된 타기팅 광고를 할 수도 있다. 검색한 단어를 분석해서 관련 상품을 배너광고로 띄우는 구글의 지디엔(GDN·google display network) 광고가 대표적이다.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플랫폼들이 소비자의 소비성향 정보를 손에 쥐고, 이런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막강한 잠금효과를 구현할 수 있다.

차이, 페이코인, 크립토닷컴처럼 암호화폐를 이용한 간편결제 서비스들도 늘고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암호화폐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의 할인율이 여타 간편결제보다 높다는 부분이다. 스마트폰 이용 확대나 데이터 확보를 위해 ○○페이를 내미는 사업자들은 저마다 결제액 1~2% 적립 또는 특정 조건 충족 시 할인 등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출시 4개월 만에 가입자 50만명과 누적 거래 638억원을 기록한 차이는 고객들에게 많게는 약 10%의 할인과 다양한 이벤트를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암호화폐 기반 서비스는 새로운 암호화폐를 발행해서 시장에 유통하고 거기서 나오는 주조차익을 거둘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의 한 식당의 포스(POS) 단말기 앞에 비치된 간편결제 주소. 국내에서도 정보무늬(QR코드) 결제가 확산되고 있다.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서울 용산구 보광동의 한 식당의 포스(POS) 단말기 앞에 비치된 간편결제 주소. 국내에서도 정보무늬(QR코드) 결제가 확산되고 있다.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한편, 은행직불망을 이용하는 제로페이도 디지털 자산의 새로운 쓰임새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제로페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7~10% 할인해서 판매하는 지역사랑상품권과 연계돼 있다. 이 상품권을 구입해서 제로페이 앱으로 결제하면 많게는 20%까지도 할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지자체들은 코로나19 극복, 지역경제 활성화, 소상공인 지원 등의 취지를 앞세워 지역사랑상품권 판매량과 할인 폭을 늘리고 있다. 결제액 전체 30%가 소득공제 대상이기도 하다.

본래 쇼핑, 도서, 영화 등의 분야에서 폭넓게 문화 진흥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1998년 만들어진 문화상품권도 기존 자산의 디지털 자산화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문화상품권을 많게는 10%까지 할인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구매해 온라인 결제 등에 사용하면 그만큼 할인받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종이 상품권이었던 문화상품권은 2012년 이후 모바일 버전으로도 판매된다.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 지면에도 게재됐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매달 한 차례 한겨레신문의 블록체인 특집 지면 'Shift+B'에 블록체인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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