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의 등장은 혁명 아닌 진보
CBDC의 기회와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 세계적으로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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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oît Cœuré
Benoît Cœuré 2020년 10월22일 09:07
스위스 바젤에 있는 국제결제은행. 출처=플리커
스위스 바젤에 있는 국제결제은행. 출처=플리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원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CBDC를 원한다.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과 이익단체들은 디지털화폐를 옹호하고, 중국 선전에서는 중앙은행이 실험적으로 발행하는 디지털 위안을 받기 위해 수백만명이 몰렸다. 리브라연합도 CBCD와의 ‘통합’을 꿈꾸고 있다. 테크기업, 은행, 비정부기구와 컨설팅기업 등은 새로운 혁신의 파도에 올라타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연구에 따르면 이미 올해 초 전 세계 중앙은행의 80%가 CBDC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연구에 착수한 상태였으며, 40%는 개념증명 작업을 시작했고, 10%는 본격적인 실험에 나섰다.

많은 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를 중앙은행 화폐의 안전성에 전자적 편의성을 더해줄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보고 있다. 안전한 전자화폐라는 개념은 혁명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미 대부분의 선진 경제권에서는 예금 보험이 적용되는 훌륭한 금융 서비스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안전성과 편의성이 고도로 높은 새로운 형태의 돈이 등장하고, 기존의 예금을 디지털화폐로 전환하기가 굉장히 쉽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은행 예금이 줄어들고 신용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는 물론, 새로운 경제적 위기가 찾아오는 경우에는 더욱 심각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CBDC가 도입되면 디지털화가 진행된 경제 환경에서도 절대로 파산할 수 없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장 안전한 형태의 돈에 대한 일반 대중의 접근성이 그대로 유지된다. 그리고 이 돈은 일상생활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형태가 될 것이다.

CBDC는 디지털 형태의 지폐로 종이돈보다 더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 발행자가 중앙은행이기 때문에 화폐의 유동성과 결제의 완결성이 보장되고 화폐 가치에 대해 신뢰도가 높다. 결국 CBDC는 결제 다양성을 촉진하고 더 빠르며 저렴한 국가 간 결제를 가능케 할 것이다. 아울러 금융 포용성을 높이고,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원활한 재정 공급을 지원할 수 있다.

CBDC가 가져올 기회와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은 매우 실질적이면서도 기술적인 도전 과제다. 최근 국제결제은행과 유럽중앙은행, 그리고 캐나다, 일본, 스웨덴, 스위스, 영국, 미국의 중앙은행은 보고서를 발간하고 CBDC의 기본 원칙과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헤쳐나가기 위한 지침을 제시했다.

이들은 또 보고서에서 향후 CBDC가 발행되더라도 통화 및 재정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중앙은행의 임무 수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일종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다. 보고서는 한발 더 나아가 CBDC가 현금과 안전한 민간 화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새로운 통화 생태계에서는 혁신과 경쟁이 꽃피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CBDC는 그저 새로운 결제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일반 대중의 접근성이 높은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해 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다양성을 도모하고, 일상적인 디지털 환경에서 자주 목격되는 ‘승자독식’ 문제를 해소해 혁신의 수혜자가 일부 소수가 아닌 다수가 될 수 있는 진전의 근간이 될 수 있다.

구체적인 설계는 지역마다 다를 것이며, CBDC를 중립적인 결제 수단으로만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통화 정책의 새로운 도구로 그 활용 범위를 확대할 것인지는 각각의 중앙은행에서 정해야 한다. 각 중앙은행이 내놓는 답은 저마다 다를 것이며, 화폐 설계 방식도 다양할 것이다. 아울러 민간 부문을 비롯한 일반 대중과 폭넓은 논의를 거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CBDC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들이 개별 국가가 선택해야 하는 문제라면, 국제적인 협력은 왜 필요한 것이며, 그 협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바로 이 부분에서 국제결제은행의 혁신 허브(Innovation Hub)가 등장한다. 국제결제은행은 세계 60개 중앙은행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기관이다. 1930년에 탄생했지만 우리의 초점은 미래에 맞춰져 있다.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CBDC에 대한 협력을 통해 각자 지닌 지식과 자원을 한데 모으고, 상호 보완적인 시스템 개발을 통해 빠르고 투명하며 저렴한 국가 간 결제를 실현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CBDC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진지하다.

혁신 허브는 각국 중앙은행이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솔루션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적 역량 개발에 함께하고 있다. 올해 말 우리는 스위스 국립은행(Swiss National Bank)과 최초의 대대적인 개념증명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CBDC 개발을 위한 실험에도 속도를 붙일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결제 시스템과의 연동이나 화폐 유통을 위한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개발, 디지털 신원 추적, 준법 모니터링, 사이버 및 위조 범죄에 대한 방어력 계발 및 오프라인 기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를 보조하기 위해 우리도 자체 블록체인 역량을 키울 것이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개념 차원의 연구가 아닌 실질적인 솔루션을 찾아내기 위한 작업이 될 것이다. CBDC가 등장한다고 해서 번영의 시대의 찾아오거나 수많은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 어떤 화폐도 그런 일은 할 수 없다.

CBDC는 혁명도 아니고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이 될 수도 없다. 다만 보다 포용적이고 접근 가능하며 안전하고 편리한 돈이 될 가능성은 있다. 이를 통해 국내 및 국제 결제의 다양성이 확립될 것이며, 제대로 개발되기만 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공공재가 될 수도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브누아 퀘어 이사는 국제결제은행 내 혁신 허브(Innovation Hub)의 수장을 맡고 있다. 퀘어 이사는 국제결제은행에 오기 전 유럽중앙은행의 이사를 지냈고,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국제결제은행의 결제 및 시장구조 위원회를 의장으로서 이끌었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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