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인들은 비트코인과 SNS로 싸운다
대규모 시위에서 드러난 나이지리아의 암호화폐 도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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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ali Handagama
Sandali Handagama 2020년 10월23일 09:20
나이지리아에서 경찰 대강도특수부대(SARS)를 해체하라는 시위가 벌어졌다. 출처=Tobi Oshinnaike/Unsplash
나이지리아에서 경찰 대강도특수부대(SARS)를 해체하라는 시위가 벌어졌다. 출처=Tobi Oshinnaike/Unsplash

나이지리아에서 경찰의 고문, 살인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많은 지역에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졌고, 나이지리아 국민은 소셜미디어와 비트코인을 이용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7년 나이지리아 국민은 경찰 대강도특수부대(SARS, Special Anti-Robbery Squad)를 해체하라고 요구했고, 정부도 국민의 요구에 호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달 3일 나이지리아 남부에서 SARS 부대원들이 한 소년을 사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위가 다시 시작됐다. SARS는 수년간 무고한 시민들을 불법으로 사살하거나 강탈, 고문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18~35세 사이의 젊은 남성이 주요 피해자다.

이달 9일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연계된 결제 앱 번들(Bundle)의 CEO 옐레 바데모시는 트위터를 통해 본인이 직접 겪은 SARS의 폭력을 폭로했다. 청년들은 수도 라고스 전역에서 시위를 벌였고, 소셜미디어에는 해시태그 #EndSARS가 급속도로 확산했다.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등 나이지리아 이민자가 많은 해외 국가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옐레 바데모시 트윗: 2019년 10월, 나는 SARS 대원들에게 납치당해 한참을 끌려다녔다. 집에서 불과 2분밖에 안 되는 거리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들은 내가 하는 어떤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으며, 레키에서 아이자, 이코이까지 나를 끌고 다니며 수많은 차를 멋대로 멈춰세우고 사람들을 괴롭혔으며, 값이 나가 보이는 물건을 마구 빼앗았다.
옐레 바데모시 트윗: 2019년 10월, 나는 SARS 대원들에게 납치당해 한참을 끌려다녔다. 집에서 불과 2분밖에 안 되는 거리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들은 내가 하는 어떤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으며, 레키에서 아이자, 이코이까지 나를 끌고 다니며 수많은 차를 멋대로 멈춰세우고 사람들을 괴롭혔으며, 값이 나가 보이는 물건을 마구 빼앗았다.

다음날 번들은 시위를 지원하기 위한 암호화폐 지갑을 개설했고, 덩달아 이미 진행 중인 여러 프로젝트가 조명을 받았다. 페미니스트연대(Feminist Coalition)와 같은 현지 단체들은 시위를 지원하기 위해 이미 여러 법정화폐를 모금하고 있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은행계좌가 동결되자 페미니스트연대는 후원자들에게 비트코인 지갑을 이용해 자금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방식으로 페미니스트연대가 모집한 비트코인은 18일 기준 7.2개로, 1억 원이 조금 넘는다.

페미니스트연대가 조달한 전체 자금 중 44%를 차지한다. 이 소식은 널리 퍼졌다. 트위터 창립자 잭 도시도 자신의 플랫폼을 통해 비트코인 기부를 독려했다. 지난 20일 나이지리아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페미니스트연대는 부상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고 발표했다.

바데모시는 “사태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을 예상하였지만, 이 모든 일이 6~7일 만에 벌어졌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코인데스크에 전했다.

이는 더 큰 이야기의 일부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인 나이지리아는 대부분 인구가 젊고 아프리카의 테크 허브의 역할을 한다. 인플레이션이 높고 해외에서 자금을 송금하는 이민자도 상당히 많다. 이 모든 것은 나이지리아의 암호화폐 도입과 혁신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나이지리아 연방 정부는 국가적인 블록체인 도입을 끌어내기 위한 계획을 수립 중이다.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보고서에 공개된 2019~2020년 세계 암호화폐 도입 지수에서 나이지리아는 전체 154개국 중 8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아프리카 국가 중 P2P 결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로 꼽히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나이지리아에서 P2P 결제를 통해 움직인 자금의 규모는 1억3900만달러(1578억)에 이른다.

 

도입 규모

나이지리아 남서부의 오요주에 사는 아메드 라시드(29)는 2018년 말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을 위해 비트코인 지갑을 개설했다.

1년 전 친구를 통해 암호화폐에 대해 알게 된 그는 이후 암호화폐로 순식간에 720달러를 벌었다. 물리학과 수학 교사로 있던 그의 6개월 치 월급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라시드는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주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소량의 암호화폐를 무료로 지갑에 전송해주는 에어드롭을 통해 암호화폐를 모았다.

라시드는 이 돈을 가지고 노트북 컴퓨터를 샀고 일자리를 그만뒀다. 곧바로 아내와 큰딸을 위해 비트코인 지갑을 개설했다. 결국 그는 한 블록체인 기업의 마케팅 부서에 취직했고, 그의 아내도 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직원이 됐다.

현재 그는 딸 앞으로 개설된 지갑에 담긴 암호화폐를 나이지리아 화폐인 나이라(naira)로 바꿔 딸의 학교 등록금을 내고 있다. 그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가족은 블록체인 가족”이라고 표현했다.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라시드 같은 사람은 나이지리아 어디서나 흔히 찾아볼 수 있다. P2P 비트코인 거래소 팩스풀(Paxful)의 나이지리아 지역 담당 니나 느와추쿠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팩스풀에 신규 등록한 나이지리아 고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팩스풀을 이용하는 나이지리아 이용자가 60만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그는 “나이지리아에서는 올해 암호화폐의 인기와 이용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말하면서 코로나19와 나이지리아 중앙은행(CBN)이 추진한 나이라 평가 절하가 맞물리며 재산을 보호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자율 규제기관인 나이지리아 블록체인협회(SiBAN)의 회장이자 핀테크 변호사인 세네터 이헨옌은 나이지리아에서 암호화폐가 제일 많이 이용되는 경우는 송금과 P2P거래라고 주장했다.

느와추쿠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또 나이지리아 고객들이 암호화폐에 대해 상당히 잘 이해하고 있고, 기존에는 비트코인을 투기의 목적으로 많이 이용했지만, 지금은 온라인 결제나 국제 송금, 프리랜서 임금 지급 및 전자상거래 등을 위해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이헨옌은 현재 나이지리아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진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는 약 10곳에 이르며, 이 중 일부는 블록체인협회에 등록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거래소가 더 많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이지리아 야바(Yaba)에서 찍은 사진. 출처=NESA by Makers/Unsplash
나이지리아 야바(Yaba)에서 찍은 사진. 출처=NESA by Makers/Unsplash

 

송금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암호화폐 거래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마요와 투도누는 아프리카의 디지털 결제 플랫폼 인터스위치(InterSwitch)의 국가 간 결제 시스템 구축 작업에 함께했다. 투도누는 송금이야말로 국제 결제 체계를 뒤집어놓을 수 있는 블록체인 ‘핵심 접목 사례’라고 주장했다.

“자녀의 등록금을 내거나, 가족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송금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 규모는 이미 수십억 나이라에 육박한다.”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나이지리아 이민자들이 본국의 가족에게 송금한 자금은 무려 236억3000만달러(26조8200억원) 이른다.

아울러 비트코인은 국제 무역에서 신속한 대규모 자금 송금도 가능케 한다. 나이지리아가 중국 등과 같은 해외 국가와 거래할 때 중개인이 개입해 법정화폐와 암호화폐의 교환과 송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버나드 패라(28)는 이러한 기업들 대신 대규모 장외 결제를 처리해 주는 일을 하면서 암호화폐 업계에 몸담게 됐다.

올해 7월까지 팩스풀과 로컬비트코인스(LocalBitcoins) 등의 P2P 대출 플랫폼에서 거래된 자금 규모는 계속해서 급등하다가 이후 하락하기 시작했다. 팩스풀의 느와추쿠는 나이라의 화폐 가치에 대한 압력이 지속되자 나이지리아인들 사이에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헤징 수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돈의 양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고객은 적극적으로 거래하고 싶어 하지만, 자금이 부족하거나 일자리를 잃어 그렇게 할 수 없던 사례들이 있다.”

나이지리아의 P2P 비트코인 일일 거래 규모. 단위: 미국 달러(USD)
나이지리아의 P2P 비트코인 일일 거래 규모. 단위: 미국 달러(USD)

 

교육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투도누는 2018년 컨센시스(ConsenSys)가 제공한 이더리움 개발 과정을 수료하고,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당시 가장 높은 성적으로 과정을 수료했다고 밝히며, 이후 업계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에 관심 있는 나이지리아 개발자들을 이끄는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 블록체인이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젊은 대다수의 인구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탈중앙화 인터넷 웹 3.0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아워시카 이스라엘 아요데지는 아프리카 개발자들을 위한 블록체인 교육 플랫폼 웹쓰리브릿지(Web3Bridge)에서 프로젝트 설계를 맡고 있다.

그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은 정부 인프라 등 시스템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많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며, “개인적으로는 블록체인 분야에 들어서면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와 시장을 만들어내는 일이 비교적 쉽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에어드롭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 1년간 그는 ‘에어드롭의 기반 기술’에 대해 강의했고, 이를 통해 40명의 개발자가 업계에 진입했다.

나이지리아 블록체인협회의 이헨옌은 지금까지 교육자들이 훌륭한 일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부 교육자들은 온라인으로 강의하지만, 나이지리아 전역의 도시에 가서 특히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알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부 교육자들은 왓츠앱을 통해 수업을 운영하고 소통한다고 밝혔다.

 

규제

나이지리아 북서부 카노주에 사는 사니 무스 샤루(29)는 가계 재산을 암호화폐로 관리하고 있다. 그는 나이지리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블록체인 도입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뻤다.

지난주 그는 현지 언론 매체가 입수한 관련 법안 초안을 읽게 됐다. 국가적인 블록체인 도입을 위해 주요 정부 부처가 전략 개발에 동참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종합적인 규제 감독 체계 구축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나이지리아 정부는 암호화폐 업계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2017년에는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가 법적인 결제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발표했고, 나이지리아 증권거래위원회가 암호화폐 투자에 대해 경고하면서 모든 암호자산을 증권으로 분류한 것 외에는 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를 규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없었다.

패라가 올해 초 암호화폐 결제 앱 비트노브(Bitnob)를 출시하기로 했을 때만 하더라도 앱을 출시하고 거래를 시작하기 위해 별도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기업업무위원회(CAC)에 사업을 등록하면 그만이었다.

이달 초 패라는 라고스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했지만, 지난 5월부터 속도를 내고 있는 자신의 결제 앱을 업데이트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는 “해야 할 일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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