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온체인 데이터를 볼 수 있어 암호화폐 시장을 분석하는 것이 전통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것보다 쉬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현재와 미래의 가격 동향을 추정하기 어렵게 하는 장애물도 존재한다. 블록체인 정보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수석경제학자 필립 그래드웰은 모든 투자자가 주목해야 하는 5가지 온체인 지표를 꼽았다.

 

그래드웰은 자신이 “매일 가장 먼저 확인하는 지표는 거래소 유입량”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를 청산하고 싶을 때 자신의 지갑에 있는 암호화폐를 거래소로 옮기고, 암호화폐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할 때 개인 지갑으로 가져온다.

가격이 오르는 상승장에서 거래소 유입량이 급증한다면 투자자들이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그래드웰은 “유입량이 급증하면 조심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이 거래소에 유입된다고 바로 청산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기간 만큼 코인을 거래소 계정에 보유할 수 있다.

그래드웰은 “역사적으로 코인은 (거래소로 옮겨지고) 12~36시간 이후에 청산되었다”면서 3월에 가격이 급락했을 때는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져 황급히 매도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 지표는 이체된 코인의 매도 시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퍼즐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 유입량이나 매도 압력이 증가할 땐, 이와 동등하거나 더 강력한 매수 압력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거래소 유입량의 영향을 판단하기 위해, 투자자들은 '거래 강도(trade intensity)' 지표를 이용해 수요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거래 강도는 유입된 코인이 거래된 횟수를 보여준다.

그래드웰은 “이 지표는 거래소로 유입된 비트코인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려준다”고 말했다. 거래 강도가 증가하면 매수인의 수가 매도인의 수보다 많다는 의미로, 강세장을 나타낸다.

비트코인은 지난 21일 7% 급등해 1만2300달러선을 넘어섰다. 15개월 만에 기록한 최고가였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지난 21일에 체이널리시스가 추적하고 있던 암호화폐 거래소들에 유입된 비트코인은 총 10만6519개였다. 10월2일 이후 최대 일일 유입량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입량의 증가도 강력한 수요 때문에 가격 급등을 막진 못했다. 비트코인의 거래 강도는 2개월 중 최고치인 5.8로 상승했는데, 이는 최근 90일 평균치의 2배가 넘는다.

거래소 유입량과 거래 강도는 단기 시장 상황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해주지만, 나머지 3가지 지표들은 장기적인 동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투자자들은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 혹은 테더(USDT)와 같은 달러 담보 스테이블코인로 암호화폐를 살 수 있다.

법정화폐를 받는 거래소는 법정화폐를 암호화폐로 교환해주는 역할을 하고, 암호화폐만 받는 거래소에선 스테이블코인이 거래수단으로 사용된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두 종류의 거래소 사이의 자산흐름을 추적함으로써, 시장을 이끄는 주체가 법정화폐를 이용한 매수인(기관 등)인지 아니면 테더를 이용한 거래자인지 파악할 수 있다.

암호화폐-법정화폐 거래소에서 암호화폐-암호화폐 거래소로의 순 자산흐름은 시장에 스테이블코인 거래자가 지배적임을 나타낸다. 이 시나리오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증가는, 곧 있을 가격 상승의 선행지표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확실한 것은 아니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3월부터 암호화폐-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법정화폐 거래소로 흘러간 비트코인의 수는 20만6천여개다. 그래드웰은 “이는 시장을 이끈 주체가 주로 법정화폐를 이용한 매수인이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하면서, 데이터는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기관 참여의 증가로 인한 것임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은 유동 및 비유동 주체(entity, 네트워크에서 동일한 참가자가 지배하는 주소 클러스터)의 수를 추적하면서 시장 내 보유 분위기를 측정할 수 있다. 체이널리시스는 한 개인이나 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주소들을 파악하기 위해 블록체인 거래 패턴을 분석한다.

이는 한 사람이나 기업의 계좌 내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배제함으로써, 사람과 기업 간의 실제 보유 및 양도 자산을 반영한 데이터를 통해 실제로 벌어지는 상황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작업이다.

유동성은 한 주체의 전체 수명 동안 그 주체가 지배하는 모든 주소에 걸친 총 자산흐름 대비 순 자산흐름의 평균 비율을 말한다. 체이널리시스는 자신이 수령한 자산 중 평균적으로 최소 25%를 양도하는 주체를 유동성이 있는 주체로 정의하고, 자신이 수령하는 자산 중 25% 미만을 양도하는 주체는 유동성이 없거나 낮은 비유동 주체로 정의한다.

기본적으로, 비유동 주체는 암호화폐의 장기적인 전망을 믿고 코인을 모은다. 이는 시장 내 매도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비유동 주체의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 '호들러(HODLer)'가 늘어난다는 뜻으로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의 상승세를 암시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위 그래프는 비트코인의 유동성이 2017년 중반 이래 최저점으로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7년 4분기에 5천달러에서 2만달러로 천문학적으로 치솟았다.

또한, 비유동 비트코인의 수가 급증했다. 그래드웰은 “과거보다 올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투자자가 존재하지만, 매수 가능한 유동적인 비트코인은 그 어느 때보다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비트멕스(BitMEX) 기소와 쿠코인(KuCoin)의 해킹, 오케이이엑스(OKEx)의 개인키 사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건강이상설, 세계 주식시장에서의 대량매각에도 불구하고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1만달러선을 어렵지 않게 방어해낸 이유일 것이다.

 

가치 이동이란 특정한 날에 블록체인상에서 이동하는 총 미국 달러 기준 가치를 말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사용량을 나타내고 거래 횟수의 증가를 수반한다.

그래드웰은 “암호화폐 사용량이 증가하면 수요가 증가했다는 의미고, 이는 가격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더(Ether)의 가치이동은 7월 중순부터 가파르게 증가했다. 그다음 주에 이더는 약 250달러의 높은 매수호가를 찍었고, 이더 가격은 8월 중순까지 47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더는 7월과 8월에 전체시장의 성장을 견인했고, 가격이 7월에 53%, 8월에 26% 오르는 등 비트코인보다 더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은 전체시장의 상승세와 하락세를 모두 견인했다. 대부분 투자자는 비트코인이 상승세일 때 이더와 다른 알트코인을 매수했고, 비트코인이 하락세일 때 알트코인을 매도했다.

그러나 올해 이더리움 기반 탈중앙금융(디파이, De-fi) 프로토콜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이러한 역학에 변화가 생겨났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이더 및 기타 코인들의 온체인 활동을 추적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암호화폐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성숙해가면서 더 심도 있는 온체인 분석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온체인 데이터를 가공되지 않은 블록체인 콘셉트에서, 거래소 유입량과 같은 의미 있는 경제적 개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나 이게 완료되면,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에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필립 그래드웰, 체이널리시스 수석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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