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를 업고 '델리오가 달라졌어요'
[블록체인 스타트업 인터뷰⑫]
정상호 델리오 대표
빗썸과 암호화폐 대출 서비스로 도약 성공
SSC토큰은 환불 진행 중
하이브리드 디파이 '두카토' 선보일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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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기자
박근모 기자 2020년 11월13일 10:24
델리오 팀원들이 새로운 사무실 라운지에 모여 회의하는 모습. 출처=델리오
델리오 팀원들이 새로운 사무실 라운지에 모여 회의하는 모습. 출처=델리오

인터뷰에 앞서 사실 고민이 많았다. 한때 델리오라는 기업에 대해 '스캠(scam)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최근 주변에서 '델리오가 달라졌어요'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암호화폐 업계가 그렇듯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운 인터뷰가 시작됐다.

지난달 21일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새로운 사무실로 이전한 델리오의 정상호 대표는 델리오를 둘러싼 다양한 논란을 알고 있는 듯 시종일관 차분한 목소리로 '새로운 디파이(Defi)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며 "빗썸과 암호화폐 렌딩(대출, lending)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델리오는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델리오는 2018년 2월 만들어진 블록체인 기업이다. 업력만 3년 가까이 되는, 이 산업에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기업으로 통한다. 정상호 대표에 따르면, 델리오(delio)는 탈중앙을 의미하는 단어 'decentralization'에서 차용한 이름이다. 철저히 블록체인의 기본 이념인 탈중앙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기업인 셈이다. 물론 현재는 중앙화 암호화폐 거래소의 대표 격인 빗썸과 암호화폐 대출, 예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말이다.

정상호 델리오 대표. 출처=델리오
정상호 델리오 대표. 출처=델리오

정상호 대표는 이에 대해 궁극적으로는 탈중앙화가 '정답'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초기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 중앙화 시스템과 공존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효율적 측면에서 중앙화된 형태가 초기에 생태계를 구축하기에 더 유리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암호화폐 금융 시스템이 글로벌로 확장하려면 탈중앙화가 반드시 필요해요. 이미 현재 제공 중인 서비스를 온체인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발은 해 둔 상태에요."

정상호 대표는 빗썸과 디파이 서비스 제휴를 체결하면서 델리오가 기존의 주먹구구식 형태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2018년 2월 4명으로 시작한 델리오는 빗썸과 암호화폐 예치·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까지 마땅한 수익 모델이 없어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빗썸과 손을 잡으면서 현재 인원만 30여명이 넘어갈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델리오는 빗썸과 어떻게 손을 잡을 수 있었던 걸까.

"빗썸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우리가 디파이 서비스 제안을 하기 전부터 자체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기존의 서비스와 다르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피력했어요. 거래소와 연계된 다른 디파이 서비스는 고객이 예치나 대출을 하는 순간 고객의 자산은 담보로 설정돼서 외부로 빠져나가요. 근데 우리는 그렇지 않아요. 빗썸 입장에서는 고객이 디파이를 이용해서 빗썸 내에 자산이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는 거죠."

델리오의 암호화폐 예치·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해당 암호화폐는 모두 빗썸 내에서 움직이는 구조로 설계한 만큼 양쪽의 실리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현재 빗썸 내에서 델리오의 대출 서비스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가능하다.

"빗썸과 암호화폐 예치·대출 서비스는 2019년 9월에 처음 시작했어요. 처음 예상보다 고객들의 반응이 훨씬 좋았어요. 대출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시중 금리가 낮아져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어서 그런지 암호화폐를 예치하는 고객들도 많아졌어요. 저희의 예치 이자가 연 10%이니 나쁘지 않다고 판단이 되는 거죠."

정 대표는 빗썸과 손을 잡으면서 델리오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델리오의 성장 원동력은 예치와 대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대마진일 것이다. 그 규모는 얼마나 될까.

"세부적인 부분까지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연 16%인 대출이자에서 연 10%의 예치이자와 운영비를 제외하면, 전체 서비스 매출액에서 약 4% 정도가 순수익으로 발생하는 것 같아요."

현재 델리오 홈페이지에서 공개 중인 정보에 따르면, 델리오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2개월 동안 대출된 암호화폐 규모가 약 1390억원이니, 지금까지 약 55억원의 예대마진을 벌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델리오에서 제공하는 예치 가능한 암호화폐. 초기에는 비트코인만 가능했지만, 현재는 이더리움, 테더 등도 예치할 수 있다. 출처=델리오 홈페이지
델리오에서 제공하는 예치 가능한 암호화폐. 초기에는 비트코인만 가능했지만, 현재는 이더리움, 테더 등도 예치할 수 있다. 출처=델리오 홈페이지

 

이제 무거운 질문을 할 차례다. 델리오는 2018년 12월 전자 상거래 결제용으로 만든 가치가 1개당 0.012달러로 고정된 스테이블코인 'SSC'를 발행했다. 전국 118개 브랜드에서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지만, 2019년 3월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 아이닥스(IDAX) 상장을 끝으로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델리오를 "스캠 혹은 '먹튀'를 했다"고 말하기도 할 정도였다.

"SSC는 정말 델리오의 아픈 손가락이에요. 델리오는 SSC 관련 사업이나 서비스를 전혀 하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 시장에 풀린 SSC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에요. 올해 안에 시장에 풀린 SSC에 대해 환불절차를 마무리할 겁니다."

앞으로 델리오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까. 정 대표는 중앙화 모델과 탈중앙화 모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디파이가 델리오의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델리오는 홍콩 법인을 통해 두카토(DUCATO)라는 디파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델리오는 두카토 프로젝트의 거버넌스 토큰 '두카토'를 발행했다. 두카토 토큰은 현재 빗썸글로벌과 비트렉스글로벌에 상장됐으며, 1개당 약 17달러에 거래 중이다.

두카토를 중심으로 암호화폐 예치나 대출 외에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유동성 공급을 통한 이자농사(Yield farming)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두카토를 델리오 버전의 '유니스왑' 서비스로 키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델리오는 현재 빗썸 외에도 다른 중앙화 거래소와 협업을 통해 암호화폐 예치, 대출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또 두카토를 통한 디파이 서비스도 추가 중이고요. 델리오는 전통금융과 탈중앙금융을 결합한 새로운 금융 모델을 만들어나갈 겁니다."

 

편집자 주. 1년 전만 해도 국내에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꽤 있었습니다. 크립토겨울이 길어지고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이 더뎌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자의반타의반 '탈블'을 선택했습니다. 이긴 자가 살아남는 걸까요, 살아남는 자가 이긴 걸까요. 이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남아있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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