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어떤 위험을 상쇄하기 위한 헤지 수단일까?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 넘어 전반적인 거시경제 상황 불안에 대비한 투자자산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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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elle Acheson
Noelle Acheson 2020년 12월21일 22:52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기록하고 있다. 출처=게티 이미지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기록하고 있다. 출처=게티 이미지

10년처럼 길게 느껴진 한 해가 드디어 저물어가고 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올해 일어난 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운 일이며, 이것이 비트코인 가격이 왜 상승했는지를 설명하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나도 모든 것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올해 일어난 일을 한 번 설명해보겠다.

올해 전통적인 투자자와 기업들이 암호화폐 자산과 시장의 잠재력을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

한편, 서로 정반대의 사회경제 흐름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백신의 힘을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동시에 바이러스 전파와 관련한 과학적인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도 있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통해 대출을 장려하고 있지만, 은행은 대출을 꺼리고 있다. 신흥국 시장의 가치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신흥국의 디폴트 위험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지만, 여기에 저항하는 힘도 점점 커지고 있다.

서로 충돌하는 흐름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잘 살펴보면서 주류 내러티브가 무엇인지를 분별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기관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기 때문이라는 전제를 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과연 그게 유일한 이유일까?

 

디플레냐 인플레냐

먼저, 충돌하는 경제 흐름을 살펴보자.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다고 믿는 듯하다. 이들은 그 이유로 소비 둔화, 공급 초과, 기술과 인구 변화의 지속적인 영향, 화폐 유통 속도의 둔화, 약세인 노동시장 등을 근거로 든다. 실제로 이로 인해 이미 일부 핵심 경제 부문에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반면 채권시장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실재하는 위험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5년 미국 국채와 물가 연동 국채 간의 차이를 계산해 기대 인플레이션을 계산하는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난 5년 사이 고점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 중이다.

5년 기대인플레이션율. 출처=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제도
5년 기대인플레이션율. 출처=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제도

거기다 수익률 곡선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중앙은행이 다가오는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하면서 금리는 높아지리라는 기대감을 나타낸다. 부채 비율이 높을 때 금리를 높이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채권 시장에서 나타나는 지표를 통해 앞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하리라고 예측할 수 있다.

수익률 곡선 (10년 국채 수익률에서 2년 국채 수익률을 뺀 값). 출처=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제도
수익률 곡선 (10년 국채 수익률에서 2년 국채 수익률을 뺀 값). 출처=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제도

 

인플레이션 헤지

그러나 이것이 비트코인에도 영향을 미칠까?

비트코인은 공급이 제한된 동시에 가격의 영향을 받지 않고, 다른 투자처의 실질 수익률이 0이나 그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비트코인을 구매하면 인플레이션이 수반하는 여러 부정적인 결과를 상쇄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니다. 수요와 공급의 격차를 줄여주는 경제 성장과 낮은 실업률의 결과로 나타나는 '좋은' 인플레이션은 투자를 장려하고 경제 성장을 돕는다.

그러나 통제 불능의 인플레이션은 빈곤 문제를 악화시키고, 불확실성을 높이며, 기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사회 질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 1차대전 이후 독일의 상황이 그랬고, 오늘날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레바논, 아르헨티나 등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은행 계좌를 폐쇄하는 불안정한 정부나 개인의 재산을 몰수하는 경찰국가, 부패한 시스템이나 외부의 사이버 공격 위협으로 인해 작동하지 않는 결제 시스템, 사람들의 권리를 박탈하고자 하는 지도자들, 수출 보호를 위해 통화 가치를 억지로 절하해 발생하는 더 심한 인플레이션 등에 대비한 헤지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일은 선진국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임계점은 늘 예기치 않은 곳에 도사리고 있다. 베네수엘라도 한때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수준의 국가 경제를 구가하던 시절이 있었다. 또 라틴 아메리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이기도 했던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헤지이지만, 정치적인 불안정성이나 사회적 분열에 대비한 헤지이기도 하다.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는 등 만일에 대비하는 것도 합리적인 일이다.

 

달러 가치 저하 헤지

비트코인은 화폐 가치의 절하에 대비한 헤지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율은 지역 경제의 건전성에 발맞춰 움직인다. 그러나 화폐의 약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촉발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수입품의 가격이 올라간다.

이럴 때 보통은 중앙은행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높인다. 이로 인해 다른 통화에 비해 해당 화폐의 매력이 커진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의 금리 인상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부채 비율이 높은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채권 시장은 금리가 오르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달러는 계속해서 약세를 띠고, 실제로 금리가 인상되면 약세가 지속할 수 있다. 미국의 정책 역량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비트코인 거래는 달러를 기준으로 한다. 달러 가치가 하락할 때 비트코인의 가치가 함께 하락하지 않으면(비트코인은 경제와 별개이므로 함께 하락할 이유가 없다), 달러로 비트코인을 거래할 때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비트코인은 잘 알려진 거시경제적 위험에 대비한 헤지 수단이다. 또한, 예상치 않은 문제가 터졌을 때 중심추가 되어줄 수 있다.

 

‘미친’ 세상에 대비한 헤지

투자 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이 지닌 또 다른 강점이 있다.

비트코인은 우리가 보던 어떤 자산과도 다르다. 프로그래밍을 통해 공급하고, 탈중앙화 거버넌스 구조를 띠며, 익명의 개인이나 단체가 개발한 기술을 통해 운영되는 분절된 시장 인프라가 있고, 세계 각지에 흩어진 채굴자, 개발자, 검증인이 시스템을 유지한다.

표준 경제에는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같은 시기에 완벽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정통파 통화 정책에서 케인즈 경제학으로, 또 현대통화이론(MMT, 정부의 지출이 세수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원칙을 깨고,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화폐를 계속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전통적인 방법에 관한 신뢰는 옅어질 수밖에 없다.

G. K. 체스터톤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은 전통적인 방법에 신뢰를 잃을 때 새로운 것을 더 잘 받아들이게 된다.

비트코인은 새로운 방법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오래된 방식이 불확실해지고, 새로운 방식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세계에서 안전한 길을 제시한다.

비트코인은 단순히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 아니다. 비트코인은 정치와 경제가 비합리적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수용하는 자세이며, 거시경제에 묶여 있지 않은 생경한 방식도 고려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비트코인은 '미친' 세상에 대한 헤지 수단이다. 부디 이러한 세상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런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일 수 있으며,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올해 비트코인의 선전으로 인해 내년에도 전문 투자자의 관심이 쏠릴 것이다. 지금까지 선전했다고 해서 미래에도 그러리라는 법은 없지만 말이다. 아니면 그렇게 믿어도 되는 것일까? 모멘텀 거래(상승하는 주식을 매수하고 하락하는 주식을 매도하는 방법)가 올해의 주요 투자 전략이었고, 더 나은 수익률을 찾아 시장을 헤매는 투자금을 생각해보면, 비트코인의 모멘텀은 한동안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어떤 강세장도 영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식이나 채권 시장과는 달리, 백신의 효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고 경제 회복이 생각만큼 빠르지 않다고 해도 비트코인의 펀더멘탈과 투자 이론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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