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비트코인을 되찾았다
[칼럼]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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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근
송인근 2020년 12월28일 23:10
출처=Vie Studio/Pexels
출처=Vie Studio/Pexels

3년 전 ‘코인 열풍’이 처음으로 널리 불었던 겨울, 가족을 보러 뉴욕에서 서울에 왔을 때 부모님과 서로 용돈을 주겠다며 팽팽히 맞선 적이 있다.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쓸 용돈을 쥐여 주고픈 부모의 마음과 한국에서 쓸 정도 돈은 있으니, 부모님께 새해 선물로 용돈이라도 드리고픈 자식의 마음이 맞선 건데, 결국 나는 부모님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50만원을 받았다. 내가 드리려던 용돈도 50만원이었다. 그렇게 생긴 100만원을 은행 계좌 대신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넣고 비트코인을 사뒀다. 그리고는 그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미국 대학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는 아내의 안식년을 맞아 올해 5월부터 한국에 와 있다. 어느 날 코인데스크코리아에서 해당 거래소 관련 기사를 읽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오, 나 저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100만원어치 샀었지!’

실수로 바지 주머니 속에 넣은 채 세탁기를 돌려서 꼬깃꼬깃해진 1천원짜리 지폐 한 장이라도 공돈은 언제나 반가운 법이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그러나 그 비트코인을 개당 2천만원에 육박한 역대 최고가에 샀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콧노래는 이내 장조에서 단조로 바뀌었다. 왜 내가 1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으로 비트코인을 사놓고도 굳이 그 기억을 망각의 늪에 집어넣어 뒀는지 알 만했다.

코인데스크코리아에 소개되는 미국 코인데스크 기사의 번역 작업을 맡고 있는 나도 블록체인 전문기자들처럼 암호화폐와 비트코인에 대해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일찍 알긴 했지만, 제대로 된 투자라는 건 해본 적이 없다.

시세에 관한 기사도 종종 소개하고, 결국엔 투자 수익률에 쏠리는 관심이 암호화폐 산업의 성장을 이끌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안다. 그러나 동시에 그 관심이 좀 더 건강하게 오래 가려면 블록체인 기술의 원리와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지향하는 가치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고 번역 작업을 해왔다.

비트코인 가격은 오랜 부침과 널뛰기 끝에 마침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더 반가운 건 3년 전과 달리 이번 상승장을 이끈 동력에 대해 사람들이 훨씬 더 자세히,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반감기를 지난 비트코인과 디파이를 포함한 암호화폐 업계의 흐름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탄탄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이유를 줄줄이 댈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3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이 도대체 뭔데 이렇게 다들 난리야?”와 같은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새해에는 비트코인 수익률을 계산해서 원금을 제한 돈 만큼을 용돈으로 드릴 생각이다. 비밀번호도 잊고 있었는데, 본인인증을 거쳐 다시 안전하게 설정해뒀다. 갑자기 무슨 용돈이냐며 손사래 치실 게 뻔하지만, 찬찬히 어떻게 생긴 돈인지 차근차근 설명해드릴 생각이다.

코로나19로 내내 힘겨웠던 2020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당장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2021년은 2020년보다는 덜 힘겨운 한 해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코인데스크코리아 독자 여러분도 힘겨운 시간을 버텨온 나 자신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나누는 연말연시 보내시길 바란다.

“올 한 해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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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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