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소송에 흔들린 리플, 회복할 수 있을까
미국 거래소는 상장폐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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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12월28일 23:04
출처=Cindy Tang/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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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리플(XRP)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저격에서 벗어나 다시 가격을 회복할 수 있을까. 유럽과 아시아의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 거래소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2일 SEC는 리플의 CEO 브래드 갈링하우스와 리플 회장 크리스 라슨, 리플 랩스(Ripple Labs) 등에 소송을 제기했다.

미 증권법상 XRP는 증권에 해당하는데 리플이 이를 증권으로 등록하지 않고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해 13억8000만달러를 벌었다는 이유다. SEC는 "리플은 XRP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연방 증권법의 등록 요건을 준수하고 정기적으로 당국에 신고했어야 했지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송 사실이 알려지자 XRP 가격은 곤두박질쳤다. 22일 개당 0.5달러를 넘나들던 XRP는 23일에는 0.3달러 부근까지 떨어졌다. 하루만에 40%가 폭락한 것이다. 이후에도 폭락 여진은 이어져 24일 한때는 개당 0.27달러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28일 오후 10시 현재는 개당 0.29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 XRP의 가격 및 시가총액 차트. 출처=코인마켓캡
최근 일주일 XRP의 가격 및 시가총액 차트. 출처=코인마켓캡

가격이 내려가면서 시가총액도 증발했다. 22일 220억 달러 상당이던 시가총액은 한때 110억달러 선까지 쪼그라들었다. 오랫동안 전체 암호화폐 중 시가총액 3위를 유지해왔지만, 피소 이후에는 테더(USDT)에 밀려 4위로 내려갔다. 

XRP가 하루만에 기록적인 폭락 움직임을 보였던 배경에는 유동성 우려가 있었다. 만약 SEC가 고소장에 적시한대로 XRP가 증권에 해당한다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XRP 거래를 중개할 수 없게 된다. 미 증권법상 증권은 증권거래소 인가를 받은 기업들만 취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XRP의 유통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해당 암호화폐의 가치와 직결된다. 

실제로 SEC가 소송 사실을 공개하자 시카고에 있는 빅시익스체인지, 버뮤다에 소재한 크로스타워 등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XRP 거래를 즉각 중단하고 나섰다. 미국의 유명 트레이딩 기업인 점프트레이딩(Jump Trading)과 디지털자산 은행인 갤럭시 디지털, 자산관리 회사인 비트와이즈도 XRP 거래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코인베이스 입장은?

미국 내 대형 거래소들의 분위기는 아직 미묘하다. 여기에는 소송이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며 XRP가 증권인지 아닌지 밝혀지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일종의 딜레마가 작용하고 있다. 이들이 법적 위험을 감안해, 당장 거래 중단을 결정하면 XRP는 가치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법원의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SEC가 원하는 의도가 충족되는 셈이다.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로펌 벨처, 스몰렌 앤 반로(Belcher, Smolen & Van Lo LLP)의 변호사 가브리엘 샤피로(Gabriel Shapiro)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SEC가 어떤 암호화폐를 증권이라고 지목했다고 해서 거래소가 상장폐지를 시킨다면, 다음에 SEC는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가장 입장이 난처해진 곳은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베이스다. 코인베이스는 지난 17일 블로그를 통해 "SEC에 기업공개(IPO)를 신청했으며, 현재 SEC가 서류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감독기관인 SEC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상태라는 얘기다. 언론 취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코인베이스는 아직까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엇갈리는 대처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유럽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는 지난 26일 트위터를 통해 2021년 1월8일부터 모든 미국 고객의 XRP 거래와 입금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외 다른 나라의 고객들은 이 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일본의 금융기업인 SBI홀딩스는 28일 입장을 내고 "일본 자금결제법상 XRP는 암호자산"이라며 "(일본 내 XRP 지위가) SEC 소송에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며 암호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SBI 그룹은 리플 송금 솔루션의 국내외 이용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BI 홀딩스는 일본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VC트레이드(VCTRADE)와 타오타오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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