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를 대하는 영국 정부의 기조
금융당국, 명확한 규제 도입 노력… 업계도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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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 Baydakova
Anna Baydakova 2021년 1월8일 18:55
출처=Kristina G./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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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해킹으로 보유 암호화폐 자산의 6%를 잃은 영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엑스모(EXMO)는 해킹이 발생한 이튿날 영국 금융감독청(FCA)에서 전화를 한 통 받았다.

EXMO의 COO 세르게이 즈다노프는 FCA가 최근 EXMO를 임시 등록 대상으로 지정했고, EXMO가 앞으로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어떻게 조처할 것인지 물었다고 코인데스크에 전했다. 즈다노프 COO는 영국 당국의 규제에 대한 거래소의 대응 방안에 관해 지금까지는 얻기 힘들었던 세세한 정보를 제공했다. 코인게코(CoinGecko) 자료에 따르면, EXMO의 일일 거래량은 1억1700만 달러, 약 1279억원 규모다.

많은 암호화폐 스타트업이 사업지로 영국을 선택했다. 본사가 영국에 있는 이토로(eToro)에서 상무이사를 지낸 이크발 간담은 “영국은 암호화폐 회사든 아니든 관계없이 많은 금융회사의 견고한 요충지였다. 다른 나라와 달리 영국의 암호화폐 규제 체계는 조금씩 더 명확해지기 시작했고, 기업들도 이러한 명확성을 원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해 암호화폐 업계를 통제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금융감독청은 지난 여름 암호화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영국에서 계속 영업하려면 당국에 등록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금융감독청 발표 이후 거래소들의 등록 신청이 쇄도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청은 등록 기한으로 정한 2020년 12월16일까지 신청서를 다 검토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임시 등록 제도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윙클보스 형제가 세운 거래소 제미니(Gemini)를 포함해 4개 회사가 금융감독청에 등록했다.

임시로 인가를 받은 95개 회사에는 비트스탬프(Bitstamp), 코인플로어(Coinfloor), 이토로 등의 거래소와 피델리티 디지털에셋(Fidelity Digital Assets),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 등의 인프라 기업이 포함됐다. 더 규모가 작고 운영팀이 거의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으로 구성된 암호화폐 거래소 EXMO도 이 명단에 들었다.

영국 금융감독청은 암호화폐 기업과 거래소들이 알아서 규제를 지켜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해당 업체들에 직접 연락을 취했다. 그런 과정에서 EXMO도 FCA로부터 새로운 규제에 관하여 안내하는 연락을 받게 된 것이다.

“금융 당국이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를 모니터링하고 있고, 거래소가 고객의 신원을 의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금융감독청 사람이 직접 안내해줬다. FCA가 거래소에 직접 연락해서 놀랐다.” - 세르게이 즈다노프, EXMO COO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EXMO 거래소의 시작

EXMO는 2014년 당시 부동산 개발자이던 이반 페투코브스키가 러시아의 열렬한 암호화폐 지지자들을 모아 만든 거래소다. 페투코브스키는 코인데스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만약 그 당시에 이 사업이 이렇게 힘들 줄 알았더라면 아마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MO는 페투코브스키가 부동산 사업을 하던 태국에서 시작했지만, 회사는 영국에 등록하기로 했다.

“그 당시에는 암호화폐 사업을 위해 법인이 있어야 한다는 걸 아무도 몰랐다. 법인을 세우는 게 중요한지도 몰랐다. 그러나 2017년 중반에 암호화폐공개(ICO) 열풍이 한차례 분 뒤 모든 은행이 암호화폐에 등을 돌렸고, 그때 우리는 법인의 지위가 매우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 세르게이 즈다노프

암호화폐 기업들은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단계에서부터 장벽에 부딪힌다. 즈다노프는 요즘에도 소수의 은행만이 암호화폐 업체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귀띔했다. 2016년 이전에 암호화폐 산업이 처음 생겨났을 당시에는 이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소액 암호화폐 매수는 결제 업체와 협업을 통해 처리할 수 있었고, 거액의 암호화폐를 매수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장외거래 시장의 중개업자를 통해 현금으로 매수했다.

그러나 암호화폐 산업은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됐고, 은행 계좌를 열고 사업하는 일이 더 시급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나아졌지만, 이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즈다노프는 “2018년에 많은 은행이 우리의 계좌개설 신청을 거절했다”며, “그 당시에 은행의 90%는 암호화폐 업체라고 하면 아무런 거래도 하지 않으려 했다. 지금은 아마 거절률이 80% 정도로 좀 낮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업체와 거래하는 은행도 당연히 당국이 정한 규제를 잘 지키는지 아주 엄격하게 감독한다. 규제가 엄격하고 명확해질수록, 즉 규제를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기 쉬워질수록 은행들은 암호화폐 기업과 거래소에 더 쉽게 계좌를 열어주고 있다.

그러나 법인이 됐다고 은행이 곧바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보장은 없다고 즈다노프는 말한다. 처음에 EXMO는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 사업을 위한 등록 형태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 인가를 취득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EXMO가 취득한 인가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즈다노프는 말한다. EXMO는 지난해 초에야 겨우 리히텐슈타인의 프릭은행(Frick Bank)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다.

영국 암호화폐 거래소 엑스모(EXMO)
영국 암호화폐 거래소 엑스모(EXMO)

 

현재 상황 

지난해부터 소위 AML5로 불리는 더 엄격한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 규정이 유럽 전역에서 시행됐다. EXMO는 이용자의 본인 인증을 의무로 정했다. 이용자들은 이를 반기지 않았다. 즈다노프에 따르면 본인 인증을 의무화한 뒤, 거래소 고객의 약 10%가 즉시 EXMO를 떠났다.

“어떤 사람들은 본인 인증 자체를 하기 싫어했고, 다른 사람들은 본인 인증을 시도했지만, 자꾸 에러가 나자 다시 시도하지 않고 그냥 거래소를 떠났다.”

그러나 거액 거래자들은 이미 본인 인증을 마친 상태였으므로, 플랫폼에 남았다. 본인 인증을 하면 자산을 더 확실하게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 본인 인증을 완료한 이용자의 계좌가 공격받으면 이용자는 불법 접속자가 자신의 돈을 인출하려고 시도한다는 점을 증명함으로써 거래소에 인출 거래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

등록 의무가 생겨나고 규제 요건이 증가하자 EXMO는 규제 전담팀의 규모를 26명으로 두배나 늘렸다. 즈다노프에 따르면, 전체 이익은 이용자의 이탈과 규제 담당자 충원, 거래 추적을 위한 신규 소프트웨어 및 제재 대상 목록의 업데이트 관련 비용 때문에 10% 정도 떨어졌다.

EXMO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 위치한 외주 계약자들에게서도 기술 지원을 받는다. 즈다노프는 영국 금융감독청이 이러한 '고위험' 국가들에 기술 지원 인력이 있는 이유를 물었다고 전했다.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답하자 금융감독청 관계자가 대답에 수긍했다고 덧붙였다.

EXMO는 이러한 국가들의 이용자들을 위해 '강화된 고객확인(EDD)'를 적용한다. EXMO는 특히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거래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고, 이용자 대부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사람들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청이 알고 싶어 한 정보는 EXMO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영국인이 얼마나 되는지였다. 즈다노프에 따르면, 영국은 EXMO 이용자 수 기준으로 4번째로 중요한 나라다. 영국에서 EXMO를 이용하는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500명 정도다. 페투코브스키는 “금융감독청은 영국에서 영업하지도 않는 회사를 규제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일단 회사가 영국 시장에서 영업하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MO의 이용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질문 중에 있었다. 이는 그리 간단한 질문이 아니다. '이용자'는 어떻게 정의하는가? 플랫폼에 등록된 사람인가? 계좌에 돈을 예치한 사람인가? 거래를 최소한 한번은 체결한 사람을 말하는가? EXMO 팀은 이러한 기준에 따라 실제로 이용자 수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결국 지난 1년간 최소 한 번의 거래를 체결한 이용자의 수를 구해야 했다고 즈다노프는 말했다. 이러한 이용자의 수는 40만명이었다.

금융감독청은 이 가운데 몇 명이 본인 인증을 완료했는지 물었고, 모든 이용자에게 본인 인증을 의무화하지 않은 이유도 물었다. EXMO 팀은 일부 이용자들은 거래를 수행했지만,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지 않았고, 따라서 이러한 이용자와 관련된 위험이 없어 본인 인증을 요구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즈다노프는 금융감독청이 이 논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로 관련한 질문도 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청은 또한,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어겨 차단된 이용자들에 관한 사례를 세부 보고서와 함께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반적으로 새로운 규제의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금융감독청의 접근법은 지금까지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이용자를 보호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우리와의 연락도 이러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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