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업비트 대표 "XRP(리플) 상장폐지, 미국 소송 끝나야 판단"
2021년 신년 인터뷰① 이석우 두나무 대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철
김병철 2021년 1월11일 05:00
이석우 두나무 대표.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이석우 두나무 대표.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코인데스크코리아는 2021년을 맞아 블록체인, 암호화폐 산업의 대표 기업들과 신년 인터뷰를 했다. 두나무(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 플루토스디에스(한빗코), 그라운드X, 코다(KODA), KDAC.

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2017년 출시)는 빗썸과 함께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의 양대 축이다. 2014년 시작한 빗썸이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만, 카카오의 투자를 받은 업비트는 카카오톡 인증을 지원하는 등 편리한 서비스를 내세우며 국내 최대 거래소 대열에 올랐다.

업비트의 안정적인 성장 배경엔 2017년 12월부터 3년 넘게 경영을 맡은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있다. 그는 매년 연말 진행하는 코인데스크코리아 설문조사에서 블록체인 '올해의 인물'로 2년 연속 선정됐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지난 12월29일 서울 역삼동 두나무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그는 2021년 3월 특정금융정보법 시행에 맞춰 금융당국 영업신고를 준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법인 특금법에 이어 산업을 포괄하는 '가상자산 업권법'이 빨리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증권법 위반 소송으로 여러 거래소가 거래중단하는 XRP(리플)에 대해선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소송 끝나야 판단할 수 있다"면서 "당장 상장폐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2017, 2018년과 달리 지금은 미국 기관투자자 주도 시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비트 거래 통계에서도 이런 흐름이 보이나?

"업비트 고객은 거의 다 개인이다. 우리나라 기관들이 비트코인에 돈을 넣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다만 3년 전보다 훨씬 성숙한 분위기인 것 맞다. 그때는 어찌보면 '묻지마 투자'의 광풍이었다. 지금은 그때만큼은 아니다. 한번 난리를 겪어서 투자자들도 성숙해졌다. 지금 들어갈 시기인가 저울질하는 단계인 것 같다. 

이제 비트코인은 자산적 가치를 인정 받았다. 견고한 가격 상승을 보면 안정적인 수요가 생긴 것 같다."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미래가 유망하다고 보나?

"둘다 미래에 쓰임새가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장려하되 디지털자산은 안 된다'는 정부의 이분법적인 사고로는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거다. 소위 말하는 코인, 디지털자산이 서비스에서 인센티브로 쓰일 때 굉장히 효율적인 면이 있을 수 있고, 결국 우리 삶을 뿌리째 바꿀 수 있다. 

인터넷이 나온지 30년이 지났고,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일상적으로 웹에 접속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블록체인도 그럴 것이라고 희망을 가지고 있다. 모든 서비스가 다 잘 될 수는 없지만 점진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갈 거라고 본다."

 

―업계에 사기꾼도 많았다.

"코인 열풍이 불던 초기에 사기꾼이 너무 많아서 안 좋은 모습이 많았다.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 가는 게 중요하다."
 

―2021년 두나무 중점 사업은?

"일단 제일 중요한 서비스인 업비트가 3월부터 특금법 규제를 받는다. 당장 급한 건 신고 요건을 맞추는 거고, 그중에 자금세탁방지가 제일 중요하다. 하루 아침에 은행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3월까지 한국 거래소 중 제일 훌륭한 시스템을 만들려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리고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비스가 있다. 블록체인 적용 등 몇가지 아이디어가 있어서 규제샌드박스 신청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암호화폐) 수탁이 풀어야 할 고민이다. 저희 나름대로 진행하다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국내 첫 신고 수리된 거래소를 준비하고 있나?

"가급적 신고 날짜에 맞춰서 신청하려 한다. 미뤄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신고를 먼저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곳이 고객의 선택을 받을 거다."

 

―가상자산 사업자가 제도권에 편입되는 건데, 국내 거래소 산업은 어떻게 재편될 것이라고 보나?

"신고제도가 도입되면 많이 줄어들 것이다. 늦게나마 기준이 생겨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이상한 곳이 없어지는 건 다행이다. 결국 고객들에게 좋은 일이다.

정부가 규제한다는 이면은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한다는 거다. 원래 순서는 업권법이 나오고, 그에 맞는 규제가 나와야 한다. 근데 자산이 국경을 넘나들다보니 규제법인 특금법이 먼저 생겼다. 순서가 바뀌었지만, 과세도 시행하고 규제도 시작하니 빠른 시일내에 가상자산 업권법이 마련되면 좋겠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이석우 두나무 대표.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국민은행, 신한은행이 가상자산 수탁사업에 나섰다. 향후 금융기관과 거래소가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고 보나?

"협업할 수도 있고, 경쟁할 수도 있다. 아직 너무 초기라 여러 가능성이 있다. 저희도 나름대로 독자적으로 (수탁사업을) 해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아서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다. 은행과 협업하는 곳도 있는데, 충분히 여지는 있는 것 같다."

 

―수탁을 하면 여러 사업이 가능할텐데, 어떤 게 있나?

"대량의 디지털자산을 위탁받아 가지고 있으면 대출(Lending), 예치(Staking) 등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 지분증명(PoS) 모델의 노드로 들어갈 수도 있다. 예탁결제원같이 단순히 증권을 쥐고 정산만 해주는 게 아니라, 디지털자산이기때문에 자산운용같은 플러스 알파가 가능하다. 

반면 '다운사이드'도 있다. 업비트도 해킹 당해보지 않았나. 그런 생각하면 저희도 밤에 잠이 잘 안 오는데, 전문성 없으면 감당할 수 없다. 수탁을 하면 매력적인 새 사업을 할 수 있지만 리스크는 굉장히 크다. 그건 감안하고 해야 한다."

 

―두나무도 '업비트 세이프'라는 기관 대상 수탁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국내 수탁시장 현황이 어떤가?

"기관들이 많이 들어와서 대량의 코인을 보관해야 의미있는 수탁이 된다. 아직은 기관이 안 들어왔고, 개인들만으로는 수익성이 떨어진다. 아직은 가능성만 있고, 조금 더 시장이 성숙해야 한다. 일단 준비는 하되 본격적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2018년 연말 기자간담회에서 키움증권을 예로 들며, 미래엔 거래소가 거래 수수료만으로는 어려울 수 있으니 거래소 외 사업을 펼치겠다고 했다. 2년이 지났지만 업비트 외엔 별다른 성과는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되고 있나?

"일단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비스가 잘 되는 게 낙관적인 신호다. 람다256은 분사해서 실용적인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많은 플랫폼들이 람다를 통해 탄생한 게 성과라고 본다.

두나무 파트너스는 3년 동안 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약 660억원을 투자했다. 전부 블록체인 회사는 아니지만 투자한 40여개 기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시장이 워낙 안 좋아서 중간에 소멸된 회사도 있지만 나름 성과는 있다. 

업비트 본체가 워낙 커서 그걸 능가하는 킬러 서비스가 나오진 않았지만 여러 가능성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자회사 DXM의 트리니토 사업(예대차 서비스)을 종료한 이유는?

"기대했던 시장이 펼쳐지지 않고, 우리가 전제했던 여러 가정들이 충족하지 않아서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우리 혼자 하는 게 맞냐, 파트너와 하는 게 맞냐'부터 고민 중이다."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과 협업하려는 건가?

"은행은 관심을 갖고 저희를 접촉 중인데 결정난 건 없다. 증권사 등 다른 금융기관이 관심있어 하는지는 모르겠다."
 

―미국 재무부는 거래소와 개인지갑간 전송에도 트래블룰(자금이동규칙)을 적용하려 한다. 어떤 파장이 예상되고, 국내 거래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금융당국은 당연히 그걸 원할 거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지침에도 트래블룰이 있다. 다만 지금은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단계다. 금융범죄단속국(핀센, FinCEN)이 아무리 원해도 지갑 파악이 되고, 모든 거래소가 '매핑(Mapping)'돼야 은행계좌처럼 추적할 수 있다. 트래블룰 적용은 시간이 걸릴 거다."
 

―암호화폐에도 트래블룰이 필요하다고 보나?

"방향은 맞다. 제도권에 들어가려면 여러 룰을 지켜야 하는데, 자금세탁방지는 최소한의 룰이다. 초창기에 (암호화폐가) 이상적으로 정부 간섭 없이 거래하기 위해 출발했지만, 현실에선 불법자금 용처로 사용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전체가 타격입는 규모로 산업이 커졌다. 금융자산 이동에서 자금세탁방지가 안 되면 각국 금융당국이 이 산업을 인정할 수가 없다."

 

―국민은행이 암호화폐 지갑 '화이트 리스트'를 만들려는데 참여하나?

"저는 얘기 들은 건 없다."

 

―가장자산 업권법은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보나?

"디지털자산이 뭔지부터 정의하고 거래소, 수탁, 지갑 등 여러 업태에 대한 정의와 최소한의 요건, 의무가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기준이 명확하면 좋겠다. 사업에서 가장 안 좋은 건 애매모호한 거다. 좋건 나쁘건 예견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당국의 재량으로 남겨두면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물어보면 대답도 안 해준다."

 

―최근 페이팔로 주목받았지만 미국에선 로빈후드, 캐시앱에서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게 된 게 몇년 전부터다. 한국에서도 정부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조를 바꾸면 카카오페이, 토스 등에서 비트코인에 투자가 열릴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금융상품으로 인정하면, 증권사 앱(MTS)에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을 텐데, 그러면 거래소의 경쟁력은 줄어드는 것 아닌가?

"오히려 그렇게 되면 감사하다. 고객이 업비트로 안 들어오더라도 다른 플랫폼과 제휴할 수도 있고, 고객 풀이 늘어나면 업비트를 더 많이 이용할 수도 있다. 아직은 먼 이야기다. 거기까지 가면 좋겠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이석우 두나무 대표.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블록체인을 활용한 대중 서비스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코인마켓캡에 있는 암호화폐 8000개 대부분이 사용성이 부족하다. 앞으로 대중적인 블록체인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보나? 아니면 비트코인 정도만 투자자산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보나?

"인터넷도 30년이 필요했는데 우리가 기대하는 사용성이 짧은 기간에 나올 수 있을까. 아직은 판단하기 이른 것 같다.

그래도 가능성은 크다. (거래소는) 새로운 투자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의미에서 코인 프로젝트를 선별해서 대중들에게 선보인다. 다 성공하진 못하겠지만, 프로젝트 입장에선 자금 모금하고, 투자자는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거래소가) 상장도 신중하게 해야 하고, (투자자는) 투자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
 

―일본은 코인 상장을 협회가 결정하는 독특한 형태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리스크가 적은 블루칩 코인만 거래하라는 일본 정부 차원의 정책적 결정이다. 

반면 투자자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다. 블록체인 업계에 몸담은 거래소가 기술 트렌드를 빨리 파악할 수 있지, 준 공무원같은 협회가 하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는 정책적 판단을 미뤄왔다. 이제 와서 '몇개만 거래해'라고 결정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XRP(리플)은 증권법 위반으로 제소했다. XRP를 거래중단하는 외국 거래소가 나오는데, 업비트는 어떻게 할 건가?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소송 끝나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법이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는지 등도 따져봐야 하니 당장 상장폐지할 계획은 없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