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USDT) 피난민의 하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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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1년 1월11일 18:49
출처=Micah Williams/Unsplash
출처=Micah Williams/Unsplash

오랜만에 보는 폭포수 차트였다. 11일 비트코인 가격이 약 20% 하락했다. 코인데스크 BPI 기준으로 24시간 최고가는 4만986달러, 최저가는 3만 2378달러를 기록했다. 하루 만에 21%가 떨어진 셈이다. 

왜 떨어졌을까.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암호화폐 온체인 분석기업인 크립토퀀트는 지난 10일 코인데스크 기고에서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하락 가능성을 거론했다.

최근 온체인 데이터 등에서 확인되는 지표들을 보면, 비트코인이 오른 이유 중 하나는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매수세가 급증했기 때문이었다. 암호화폐 시장의 전통적인 고래들이나 채굴자들이 매도하는 물량을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매수 세력들이 충분히 받아내면서 가격이 올랐다. 최근의 이런 움직임이 뜸해졌고,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하락은 오늘로서 당분간 일단락될까. 지금이 끝이 아닐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로 오는 15일로 예정되어 있는 '테더(USDT) 리스크' 때문이다. USDT는 중국 홍콩에 소재한 비트파이넥스 거래소와 테더사가 발행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미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다. 실제 달러를 은행에 예치금(reserve)으로 넣고 그만큼 '전자 달러'인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뉴욕주 검찰청(NYAG)은 지난해 4월 비트파이넥스와 테더사의 모회사인 아이파이넥스를 사기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이들이 비트파이넥스에 발생한 8억5000만달러 규모의 경영상 손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6억달러 넘는 돈을 계열사인 테더에게 몰래 빌렸는데, 이 과정을 주주와 고객들에게 공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앞서 설명한 오는 15일은 이와 관련된 테더의 증거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는 마감일이다. 

출처=테더(USDT) 페이스북 캡처
출처=테더(USDT) 페이스북 캡처

NYAG의 기소는 결국 테더가 돈이 없는 상태에서 USDT를 발행했다는 얘기다. 발행사가 예치금을 충분히 넣지 않은 상태에서 USDT를 발행할 수가 있을까. 가능하다. 지난 2019년 7월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당시 하루 만에 50억개의 USDT가 새로 발행되는 바람에 화제가 되었는데, 테더사는 이에 트론 블록체인으로 USDT를 바꾸는 과정에서 0을 잘못 붙여 오류가 생겼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50억개의 USDT를 바로 소각했지만, 투명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게 확인됐다는 지적에는 적절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11일 암호화폐 데이터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USDT 시총은 약 242억6700만달러(한화 약 26조6281억원)에 달한다. 대부분의 물량이 다른 암호화폐를 사고파는데 달러처럼 사용된다. 만약 USDT의 발행과 배포에 법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예치금 기반 스테이블 코인들은 모두 신뢰성 문제제기를 받게 될 것이다.

심각한 경우, 당분간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이를 이용한 비트코인 거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단기적으로 비트코인 매도 물량을 받아줄 주요 수단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테더 리스크가 비트코인 추가 하락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이유다. 

나도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를 통해 암호화폐 투자를 하고 있다. USDT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데 괜찮을까. 비트코인을 보유하기도, USDT를 보유하기도 애매하다. 고민 끝에 트레이딩 전문가인 업계 관계자들에게 물었더니, 한 관계자는 우선 거래소 개인 계정에 있던 USDT를 모두 USDC로 바꾸라는 조언했다.

다른 관계자는 테더 리스크의 여파가 커질 경우 USDT를 주로 사용하는 바이낸스 거래소가 입출금을 일시적으로 중단할지 모르니 거래소 바깥의 개인용 전자지갑으로 USDC를 미리 옮겨놓거나 게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시키는 대로 해놓고 보니 졸지에 테더 피난민이 된 꼴이다. 거의 항상 거래소 지갑만 써서, 거래가 끝나면 암호화폐를 개인지갑으로 이동시키는 고래들의 습성이 마음이 이해가 안 갔었는데 오늘 약간 이해가 됐다. 15일에 별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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