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수탁사 앵커리지, 미국 최초 '디지털 자산 은행'이 됐다
통화감독청, 연방 신탁업 조건부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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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hilesh De
Nikhilesh De 2021년 1월18일 18:41
출처=앵커리지 블로그
출처=앵커리지 블로그

미국 은행감독기구인 통화감독청(OCC)이 암호화폐 수탁업체 앵커리지(Anchorage)의 연방 신탁업 인가를 조건부 승인했다. 이에 앵커리지는 미국 최초의 ‘디지털 자산 은행’이 됐다.

그 동안 미국에서는 온갖 규제 장벽으로 대형 금융기관이 디지털 자산을 보관, 운용, 거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장벽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통화감독청은 미 재무부 산하 기관으로, 은행의 안전성 뿐만 아니라 경쟁성도 지키는 일을 한다.

최근 통화감독청은 세 건의 의견서를 발행해 은행이 암호화폐를 수탁하고,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통화감독청은 앵커리지의 연방은행 인가에 대한 성명에서 “모든 연방은행 인가 심사와 동일한 수준의 엄격한 검토와 기준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앵커리지가 연방은행 체계에 진입하게 된 것은 “해당 은행과 업계가 통화감독청의 폭넓은 금융감독 경험과 전문성의 혜택을 받게 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디오코 모니카 앵커리지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앵커리지가 당국의 인가를 받은 연방은행이 됐다고 말하며 “다른 연방은행과의 유일한 차이는 취급하는 자산이 암호자산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방은행 인가의 가장 큰 장점은 개별 주 규제를 앞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은행을 규제해 온 기관의 감독을 받게 된다는 것은 매우 명백한 의미를 갖는다.” 

앞서 13일 공개 행사에 참석한 브라이언 브룩스 통화감독청 청장은 향후 은행과 더 크게는 금융서비스 전체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법정화폐의 가치를 반영하는 스테이블 코인을 보관할 수 있는 암호화폐 은행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때문에 법정화폐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법정화폐를 사용하지 않고도 암호화폐만 있으면 서로와 직접 거래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법정화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인가 신청

앵커리지는 2020년 11월 통화감독청에 신탁 부문에 대한 연방은행 인가를 처음 신청했다. 비슷한 암호화폐 기반 은행으로는 크라켄(Kraken)과 아반티(Avanti)가 있지만, 두 기관은 와이오밍주법에 따라 만들어진 특수목적 예치기관(SPDI, Special Purpose Depository Institution)으로 분류된다.

비트페이(BitPay)와 팩소스(Paxos) 등 또 다른 암호화폐 스타트업도 통화감독청에 연방은행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앵커리지를 새로운 연방은행으로 인가한 현 통화감독청의 수장은 브룩스 청장이다.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통화감독청을 이끌었다. 앵커리지의 연방은행 인가는 암호화폐 업계와 제도권 금융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수 개월 동안 이어진 노력의 결실이다.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간 가치의 교환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은행업과 같다. 단지 그 방법에만 차이가 있는 것이다.”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최고법률이사를 역임한 브룩스 청장은 그 동안 암호화폐 스타트업 규제는 개별 주가 아닌 연방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낫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의 이중 은행 체계는 150년 동안 이어져 왔다. 많은 은행은 사업 모델 특성상 주 금융 당국의 인가를 받는 것이 맞고, 실제로 주 차원에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특정 지역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은행이라면,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주 금융 당국이 인가를 해주는 것이 맞다. 그러나 사업의 영역이 전국인 경우에는 연방 인가를 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6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브룩스 대행이 한 말이다.

조지아 킨 앵커리지 최고법률이사는 기존에 앵커리지가 사우스다코타주에서 신탁회사로 등록돼 영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방은행 허가 신청도 그만큼 수월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이미 주 인가를 받은 은행이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영업 이력도 보유하고 있었고 필요한 절차나 정책도 마련돼 있었다. 새로운 인가를 받은 것이 아니라 주 인가를 연방 인가로 전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 인가를 받은 신탁회사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브라이언 브룩스 미국 통화감독청장. 출처=Tim Scott/Office of Sen
브라이언 브룩스 미국 통화감독청장. 출처=Tim Scott/Office of Sen

 

연방 인가 

브룩스 청장은 통화감독청 부청장으로 있던 2020년 5월 코인데스크에서 주최한 컨센선스(Consensus) 행사에 참석해 암호화폐 기업이 은행 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21세기의 은행업은 암호화폐가 이끌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주장했다.

암호화폐 기업이 연방은행 인가를 받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분명하다. 49개 주에서 일일이 은행업 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한번만 연방 인가를 받으면 미국 전역에서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니카 앵커리지 회장과 공동창립자 나단 맥컬리는 앵커리지가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암호화폐 대출이나 스테이킹 등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암호화폐 회사가 제도권 금융의 중심에 직접 연결이 된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금융회사들이 제공하는 금융상품과 같이 굉장히 많은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는 암호자산을 기반으로 한다.”

앵커리지는 별도의 블로그 글에서 연방은행 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공인 수탁업체 조건을 분명히 충족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인 수탁업체(Qualified Custodian)는 미국 내에서 구체적이고 규정된 방법에 따라 법적으로 고객의 자금과 증권을 관리하고 보관할 수 있는 업체를 말한다. 공인 수탁업체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같은 연방 규제기관이 지정하는 것으로, 주 규제당국에는 권한이 없다.

그 동안 암호화폐 기업들은 공인 수탁업체 지정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1970년 증권투자자보호법(Securities Investor Protection Act of 1970)에 따라 디지털 자산 서비스 회사인 수탁업체의 개인키에 제3자가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의문점들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니카 회장은 암호 키의 관리에 대한 모든 의문점이 이제는 모두 사라졌기 때문에 연기금과 같이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하면서도 규모가 큰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호화폐 펀드나 해지펀드, 벤처캐피털 등은 무리하게 리스크 테이킹을 하라고 돈을 받지만, 그 외 대형 기관들은 리스크를 회피하라고 돈을 받는다. 이제 우리에 대한 모든 의문점들은 해소가 됐고, 이는 문서로 남겨진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 로비단체인 블록체인협회(Blockchain Association)의 크리스틴 스미스 회장은 이번 소식을 환영했다.

“오늘의 발표는 은행이 암호화폐를 취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기업도 은행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 금융 서비스 체계의 완전한 현대화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 될 것이다.” 

 

정권 교체

이번 소식은 브룩스 청장이 이번 주말 통화감독청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브룩스 청장을 차기 통화감독청 청장으로 임명했지만,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면 임명안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의회에서는 브룩스 청장 체제 하에서 발행된 수 많은 의견서에 대한 부정적 의견들이 등장하고 있다. 맥신 워터스(민주, 캘리포니아)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장은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 트럼프 정권에서 통과된 대다수의 법과 규제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 후보자들을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여기에는 통화감독청에서 최근 발행한 암호화폐 관련 지침들도 포함된다. 

다만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연방은행 인가 방침은 차기 청장이 되돌리기 어려운 사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이 신임 통화감독청장으로 누구를 임명하게 될지는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 신임 재무부 장관으로는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지명한 상태로,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날인 이달 19일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5년 임기의 차기 통화감독청장이 공식적으로 지명되기 전에는 옐런 또는 바이든이 새로운 청장 대행을 임명할 가능성도 있다. 브룩스는 당초 스티브 므누신 현 재무부 장관이 통화감독청에 임명했다.

차기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으로는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이 거론된다. 이는 바이든 당선인이 규제완화와는 거리가 먼 인물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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