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 거래소 핀헤이븐 "블록체인으로 해외주식 투자 비용 줄인다"
[인터뷰] 핀헤이븐(Finhaven) 김도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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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1년 1월26일 22:52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디지털화다. 결제와 통화 영역에서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발행을 고민 중이고, 디지털자산의 대명사격인 비트코인도 빠르게 주류로 편입되고 있다. 

분산형 원장을 이용한 증권형 토큰(STO)도 자산 디지털화와 관련해 블록체인 업계에서 자주 거론되는 소재다. 그러나 CBDC, 비트코인에 비하면 STO는 여전히 가능성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 지난 2018년 즈음부터 말은 무성했지만 STO를 대중화 수준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곳은 아직 없다. 

STO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일까. 아니면 한 때의 유행일까.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던 중 캐나다 핀테크 기업인 핀헤이븐(Finhaven)의 김도형 대표를 온라인으로 만났다. 핀헤이븐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공식 개장한 STO 거래소다. 

핀헤이븐의 가장 큰 특징은 캐나다 금융당국의 규제 문제에서 자유로운 첫 번째 STO거래소라는 점이다. 캐나다 증권관리위원회(Canadian Securities Administrators, CSA)가 참여한 규제 샌드박스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독립적인 모니터링, 정기 보고서 제출 등의 부가사항만 지키면 브리티시 컬럼비아, 앨버타, 사스캐처원, 매니토바, 온타리오, 퀘벡주 등에서 현행 증권법 중 일부 규제를 면제받는다. 

디지털자산을 다루지만 암호화폐나 기타 파생상품은 취급하지 않는 것도 독특하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기존 금융시장 인프라 구조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형 핀헤븐 대표. 출처=핀헤븐 제공
김도형 핀헤이븐 대표. 출처=핀헤이븐 제공

―사실 그동안 STO하면 싱가포르나 스위스 사례가 주로 소개됐다. 캐나다는 약간 생소하다.

"우리가 그다지 홍보를 하지 않았다.(웃음) 그랬던 이유는, 우리는 규제 부분이 풀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봤고 캐나다에서 플랫폼을 만들고 그런 환경들을 충족시켜나가는데 집중했다."
 
―한국인들도 잘 모를 것 같다. 핀헤이븐(Finhaven Private Markets)은 어떤 자산을 토큰화하는 거래소인가.

"통상 STO라고 하면 막연히 자산을 토큰화하는 것을 생각한다. 기존에는 없었던 하나의 새로운 금융상품으로 바라보는 셈이다. 우리의 접근방식은 약간 다르다.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 보다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기존 금융시장 인프라 구조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대부분 요즘은 블록체인 기술보다는 중앙화된 금융기관들이 더 효율적이라고 얘기한다. 정반대의 관점이라 흥미롭다.(웃음)

"기본적으로 종이 장부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존 금융 시스템을 생각해보자. 시장 참여자들의 장부가 금융기관 곳곳에 흩어져있고 거래를 한 번 하려면 거래 정보가 여러 곳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여러가지 위험성(risk)이 발생한다.
 
기존 금융시장에서는 이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관여하도록 설계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이 인프라 구조를 단순화, 안정화할 수 있다. 필요 없는 시장 참여자들의 숫자와 거래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도 줄어든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핀헤이븐은 주식과 채권 그리고 기타 증권으로 여겨지는 투자계약(investment contract), 즉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을 발행, 거래할 수 있는 증권사다. 고객 자산 토큰화와 거래 관련 모든 기록, 이자, 배당 지급 등을 핀헤이븐 블록체인 기반의 투자플랫폼에서 모두 총괄하는 구조다. 그래서 필요 없는 시장 참여자들을 줄이고 거래를 효율화할 수 있다."
 
―블록체인으로 효율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이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 지금의 주식 거래 방식은 어떤 점이 불합리한가.

"주식 투자를 하면 알 텐데, 주식을 사고판 후에 당신에게 돈이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걸리나."
 
―한국에서는 이틀 걸린다.

"미국이나 캐나다도 그렇다. 일본은 2019년에 와서야 이틀로 줄었다. 언뜻 생각해보면 그런가보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상한 일이다. 21세기에 주식 사고 판 후에 왜 이틀을 기다려야 하나. 기술이 이렇게 발전한 시대에. 거래를 P2P화 시킬 수 있다면 바로 정산이 가능하다. 문제는 또 있다. 당신은 매수한 주식을 어디에 보관하나."
 
―보통은 내가 거래하는 증권사 계좌에 보관되어 있지 않나.

"그렇다. 내가 내 주식을 직접 내 지갑에 보관하지 못하고 증권사에 맡겨놓고 있어야 한다. 그걸 굳이 내 지갑에 넣어야 하느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증권사가 전산적인 실수를 하면 이 주식 수량이 엉뚱하게 관리될 수 있다.

2018년에 삼성증권에서 배당 지급 오류로 실제로는 발행되지도 않은 주식이 사용자들 계좌에 입고되지 않았나. 그때 대대적인 실수를 한 게 아니라 한두 개 계좌만 잔고가 달라졌다면 과연 사용자들이 알 수 있었을까?"
 
―그렇게 얘기하니 약간 달리 보인다.

"문제는 또 있다. 증권사 등 기관이 공매도하지 않나. 남 주식을 빌려다가 먼저 팔고 나중에 동일한 주식으로 갚는 게 공매도다. 그런데 당신은 당신 주식이 기관들의 공매도에 사용되었는지 알 수가 없지 않나. 내가 주식의 소유자인데, 누가 내 주식을 어떻게 사용해도 거기서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한다. 거기서 이익을 보는 것은 중간에 끼어있는 중간자들이다."
 
―그럼 핀헤이븐이 고안한 거래소에서는 그게 가능한가.

"그렇다. 우리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주식과 채권, 그리고 기타 투자계약을 토큰화해서 전자지갑에 넣는 것부터 시작한다. 소유와 보유의 기능을 일원화하면서도 거래와 보유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암호화폐 지갑은 사실 주식 투자자가 사용하기에는 생소할 텐데.

"대부분의 암호화폐 지갑은 사용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다. 우리는 전자지갑 개설 시, 개인(private) 키를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존의 증권사 계좌 사용 환경과 거의 동일하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핀헤이븐 프라이빗 분산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참여권위를 부여받은 시장 당사자들이 노드로 참여한다. 세계의 중소형 증권사들을 회원으로 가입시켜서, 전 세계 주식을 한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다."
 
―왜 세계의 중소형 증권사들이 이 플랫폼을 선택하나.

"요즘 전세계 지역을 막론하고 대형 증권사들이 아니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증권거래 수수료는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금융기관의 준법 기준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비용구조는 올라가고 있다. 이에 대한 플랫폼 차원의 해결책이 제공된다면 시장에 큰 변혁이 올 수 있다."

 
―한국에서 해외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플랫폼을 쓰면 어떤 이점이 있나.

"한국 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투자자가 국경을 건너는 투자(cross border transactions)를 한다. 그런데 문제가 국경을 하나 건너면 투자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한국 투자자들도 미국 다우나 나스닥 시장에 투자 많이 하고 있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거래 인프라 구조를 단순화시키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미국 발행주식예탁증서(American Depositary Receipts, ADR)이나 GDR(Global Depositary Receipts)등의 수단을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시점이 올 것이다. 인프라 구조를 단순화 시켜가는 것이 중요하고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그게 가능하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인프라 구조가 단순화, 안정화되면 시장의 위험도도 줄어들고 규제도 단순하게 만들 수 있다."

 
―세계적인 금융 허브들이 많은데 캐나다에서 이걸 시작한 이유가 궁금하다.

"우선, 제가 캐나다에 살고 있고.(웃음) 통상 블록체인 하는 사람들 보면 조세회피처를 찾아가는 경우가 많더라.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확신을 주는 모델을 만들려면 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캐나다는 금융 측면에서도 G7에 들어가는 금융 선진국이다."


―캐나다 금융당국은 뭐라고 하나.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나 온타리오주 등의 주요 증권감독원들이 시장의 변화, 핀테크 기술혁신을 수용하는 데 매우 능동적이다. 이번에 우리가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증권 시장을 열 수 있게 된 것도 그런 차원에서 가능했다."

 

―캐나다에서 25일에 개장하지만, 막상 거래 할 수 있는 종목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코인데스크코리아 독자들이 구경하러 왔다가 당황할 수 있겠다.(웃음)

"우선 투자자들 등록을 받기 위해 25일에 개장하는 것이고, 지금은 거래소에 올릴 토큰 발행 회사들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토큰은 2월에 올라갈 예정이다. 아쉽지만 투자는 캐나다 거주자에 한정되기 때문에 한국인은 투자가 불가능하다."

 

―어떤 기업들에 대한 실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상장 전에 회사 이름을 공개하기는 어렵다. 처음 올라갈 회사는 태양광 패널 기업이고, 두 번째는 아마도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향후 2년 동안 30개의 토큰을 선별해서 발행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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