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비트코인 ETF에 그린라이트를 준 이유
[한서희 변호사의 로우킥]
2년 전만 해도 "시기상조"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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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희
한서희 2021년 3월4일 00:17
출처=WikimediaImages/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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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캐나다 규제당국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출시를 연이어 승인했다. 북미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가장 먼저 캐나다 자산운용사 퍼포즈 인베스트먼트가 지난 2월18일 토론토 증권거래소에 비트코인 ETF인 BTCC를 공모 형태로 상장했다. 같은 날 이볼브(Evolve) 또한 비트코인 ETF EBIT를 토론토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캐나다에서 북미 첫 비트코인 ETF가 출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암호화폐 업계가 들썩였다. 무엇보다 비트코인에 관심은 있어도 직접 투자하긴 머뭇거리던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간접 투자할 길이 열렸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캐나다 금융당국은 과거 기업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신청한 비트코인 ETF 출시를 매번 반려했다. 2019년 캐나다 투자관리 회사 3iQ가 신청한 비트코인 펀드 출시를 반려한 게 대표적이다. 2019년 3iQ의 비트코인 펀드 출시 신청을 반려하면서, 캐나다 온타리오증권위원회(OSC)는 비트코인 펀드를 공모 방식으로 발행하기엔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시 결정문을 뜯어보면 이런 판단의 이유를 자세히 알 수 있다.

 

"시장 미성숙해 가치평가 어려워"

캐나다 금융당국은 우선 비트코인 펀드 같은 상품을 공모 형태로 판매하기 위해선 위험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단순히 현존하는 위험 요소에 대해 투자자에게 알리는 걸 넘어, 운용사 차원에서도 위험 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OSC는 비트코인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필요한 위험 관리 또한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암호화폐 규제가 국가마다 다르고, 개별 거래소의 평판 또한 편차가 크다. 이런 규제 공백으로 인해 비트코인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OSC는 결정문에서 '펌핑 앤 덤핑'으로 인해 비트코인 등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OSC는 펌핑이나 덤핑 등 행위로 가격이 크게 들쭉날쭉거리는 현상은 새로운, 달리 말해 아직 성숙하지 않은 자산 시장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안전한 수탁도 불가능"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어렵다는 점도 OSC가 2019년 3iQ의 비트코인 펀드 출시 신청을 반려한 주된 이유 중 하나다. 규제당국이 보기에 신탁 기업이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한다고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당시 3iQ는 오프라인상의 콜드 스토리지에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고, 주문 또한 재수탁 기업을 통해 원활하게 이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규제당국은 암호화폐가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자산이며, 수탁을 위탁 또는 재위탁받은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분실할 때를 대비한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안전한 자산 보관이 어렵다고 봤다. 

이처럼 OSC는 2019년 비트코인 펀드 판매가 제도적 측면에서나 물리적 설비 측면에서나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발행을 허가하지 않았다. 특히 공모 형태로 판매하기엔 시장과 규제환경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보았을 가능성이 있다.

 

2년 새 달라진 것들

그로부터 2년여가 흐른 2021년 2월, 캐나다 금융당국은 북미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 공모 판매를 허가했다. 2년 사이 어떤 변화들이 있었기에 금융당국이 태도를 바꾸게 된 걸까? 

무엇보다 규제환경이 달라졌다. 특히 바로 옆나라 미국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2020년 7월 연방은행이 암호화폐 수탁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암호화폐 수탁업체 앵커리지(Anchorage)는 2021년 1월 암호화폐 수탁 기업 중에선 처음으로 연방은행 인가를 얻었다. 미국 규제당국의 이런 변화 덕분에, 캐나다 금융당국 또한 공모형 비트코인 ETF 발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을 수 있다.

2019년과 비교해 암호화폐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환경도 좋아졌다. 암호화폐 수탁 사업들이 안정화됐고, 수탁 기업들이 보험 또한 제공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도 완화됐다. 금이나 원자재 등에 비하면 여전히 가격 변동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전통자산 가격과 비트코인의 변동성 차이는 점차 적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미국 당국도 태도 변화 보일까?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도 비트코인 ETF 출시 승인을 기다리는 신청서가 여럿 제출된 상태다. SEC가 이를 모두 승인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일부에 대해서는 언젠가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ETF를 승인한다는 건,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매수할 가능성이 점차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 결과 비트코인 수탁 사업이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에선 이미 여러 기업이 금융당국의 인가 아래 암호화폐 수탁업을 영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규제환경을 바꿔 갈 필요가 있다. 

한서희 파트너 변호사는 법무법인 바른의 4차산업혁명대응팀에서 블록체인, 암호화폐, 인공지능(AI) 등을 맡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자문위원이다.
한서희 파트너 변호사는 법무법인 바른의 4차산업혁명대응팀에서 블록체인, 암호화폐, 인공지능(AI) 등을 맡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자문위원이다.

편집: 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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