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하락한 비트코인, 크립토 분석기업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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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1년 3월16일 21:19

최근 벌어진 비트코인 하락의 원인을 두고 글로벌 온체인 데이터 기업들 간에 자존심 대결이 벌어졌다. 글래스노드(Glassnode)와 크립토퀀트(Cryptoquant) 얘기다. 

비트코인은 지난 14일 오전 6만달러 선을 돌파하며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기준으로 6만1785달러까지 올랐지만 이 가격대를 계속 지키지는 못했다. 이후 하락을 거듭해 오늘(16일) 오전 한때는 5만3238달러까지 떨어졌다. 고점을 찍은 후 가격이 이틀 새 13.8% 가량 하락한 셈이다. 

하락 전까지의 상승세를 보면 이 13.8%를 과도한 하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5일까지만 해도 비트코인 가격은 4만6000달러 선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 수치로 보면 9일동안 34.3% 올랐다가 이틀 만에 13.8% 떨어졌을 뿐이다. 빠른 가격 상승에 자연스럽게 동반되는 조정 수준이라는 얘기다. 

시장의 심리를 바꾼 특이점은 지난 15일 오전 8시 1분께 미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에서 포착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6만300달러 부근을 횡보하고 있는 가운데, 비트코인 1만8699개가 단번에 이 거래소로 입금된 것이다. 한국의 온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크립토퀀트가 이를 포착해 공개했다. 

통상 거래소로 들어오는 비트코인은 잠재적인 매도 물량으로 간주할 수 있다. 특히 이렇게 단기간에 뚜렷한 이유 없이 가격이 오른 시점에서는 대량의 비트코인 이동 사실이 투심을 자극하기 쉽다. 제미니로 대량의 비트코인이 입금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가격은 단번에 5만8700달러선까지 하락했다. 이후 다시 반등했다가 15일 오후부터 본격적인 하락이 시작됐다. 

크립토퀀트 "외부 → 제미니" VS 글래스노드 "제미니 내부 → 제미니"

일주일 넘게 이어지던 상승 분위기가 단박에 깨지고 가격이 떨어지자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크립토퀀트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스위스의 온체인 데이터 분석기업인 글래스노드는 트위터를 통해 "제미니 거래소로 대규모 비트코인이 유입된 것인지 대해 묻는 메시지를 받고 있다"면서 "그런 주장은 잘못된 것이고 해당 거래는 거래소 내부 지갑끼리의 거래"라고 밝혔다. 

실제로 비트코인 트랜잭션을 보면 1만개가 넘는 많은 양의 비트코인이 하나의 지갑을 향해 단번에 이동하는 사례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대부분 비트코인을 다량 보유한 거래소 내에서의 지갑 간 자금 이동인 경우가 많다. 글래스노드는 크립토퀀트가 그런 거래소 내 자금 이동을 착각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정확한 지갑 소유주 식별 능력은 온체인 데이터 분석기업의 기초적 역량과 직결되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크립토퀀트는 즉각 반박했다. 이들은 "2019년부터 제미니는 거래소 입금 지갑으로 '3'으로 시작하는 P2SH 주소 형식을 지원하지 않았으며 'bc1'이나 '1'로 시작하는 Bech32/P2PKH 주소만 지원해왔다"며 "이번에 발생한 18699개의 비트코인 입금 물량을 역추적하면 대부분 '3'으로 시작하는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의 주소였다"고 밝혔다. 

입금된 자금 출처가 제미니 내부가 아니라 명확히 거래소 바깥에 있다는 것이다. 크립토퀀트는 "이번 입금과 관련해서는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고래투자자가 제미니로 입금했거나, 제미니가 부족한 비트코인을 채우기 위해 타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했거나, 장외(OTC) 거래 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 암호화폐 애널리스트로 알려져있는 윌리 우(Willy Woo)는 글래스노드 편에 섰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제미니에 대량의 비트코인이 입금됐다는 허위 자료로 인해 시장이 매도세로 돌아섰다"며 "최근 한 달 동안 두 번째 발생한 일"이라고 썼다. 

 

앞서 지난달 22일 비트코인 가격이 이전 전고점인 5만8200달러를 찍고 폭락하기 직전에도 2만8000개가 넘는 비트코인이 단번에 암호화폐 거래소로 밀려들었던 적이 있다. 크립토퀀트는 그때도 온체인 데이터와 함께 이 트랜잭션의 발생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윌리 우의 주장은 이 두 사례가 모두 크립토퀀트의 오류라는 것이다. 그는 별다른 근거를 덧붙이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우리는 이 비트코인이 외부에서 제미니 거래소로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에 대한 온체인 데이터를 증거로 공개했다"고 반박했다. 

제미니에 발생한 대량 자금 이동이 내부 거래냐 외부와의 거래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뤄지는 가운데 미국의 온체인 데이터 분석기업인 코인메트릭스의 리드 블록체인 엔지니어인 안토니에 르 칼베즈(Antoine Le Calvez)가 1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크립토퀀트의 손을 들고 나섰다. 1만8699개 비트코인의 실소유주가 암호화폐 대출업체인 블록파이(BlockFi)라는 것이다. 

크립토퀀트는 16일 트위터를 통해 1만8699 비트코인의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블록체인 포렌식 기업 비트쿼리(Bitquery)의 자료를 추가로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해당 물량은 블록파이 월렛에서 제미니 월렛으로 이동했다. 글래스노드는 이와 관련한 입장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출처=크립토퀀트, 블록쿼리
출처=크립토퀀트, 블록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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