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으로 비트코인 채굴하는 신세계
[칼럼] 스존의 방구석 인싸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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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존
스존 2021년 3월28일 00:11
비트코인 채굴기. 출처=코인데스크
비트코인 채굴기. 출처=코인데스크

블록체인 교육 업체 디스토피아 랩스(Dystopia Labs)가 지난 3월 5일~6일 온라인으로 '매크로2021(Macro2021)'이라는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디파이나 프라이버시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내 관심은 비트코인 채굴이 주를 이룬 6일 행사에 집중됐다.

그 중 '비트코인 채굴의 미래', '채굴 해시레이트 토큰' 이야기는 투자만 알고, 비트코인 채굴은 잘 모르는 시장 참여자가 한 번쯤 들어보고 배울만한 세션이었다.

 

세계 권력 이동, 비트코인 채굴의 의미

이번 행사에서 코인쉐어스의 CSO 멜텀 드미러스는 지난 10년간 디지털 영역에서 경제활동 증가에 따른 놀라운 성장을 언급하며, 소수 기업이 권력을 향유하는 현상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예로부터 세계적 갈등의 본질에는 희소자원(20세기에는 주로 석유)에 대한 탐욕이 존재했으며, 앞으로는 이것이 반도체나 희토류 금속과 같은 것들에 대한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결국 같은 맥락에서 비트코인의 가치 사슬이 작동하기 위한 근간을 이루는 하드웨어(채굴)가 정치적 전쟁의 핵심으로 떠오르리라는 것이다.

비트코인 해시레이트 상승은 비트코인의 보안 향상과 직결되고, 채굴자는 높은 사양의 하드웨어가 필요해진다. 현재 비트코인의 해시레이트가 가격 상승만큼 빠르게 증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하드웨어 배포에 따라 결국은 따라잡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비트코인과 관련된 하드웨어 자원의 수요는 한동안 계속 늘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무리 하드웨어 수요가 올라도 비트코인이 세계 각국에서 활용되지 못한다면 자원 전쟁은커녕 외면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코인쉐어스는 암호화폐 자산 운용사인 만큼 이 문제에 대해 극도로 낙관적 관점을 가졌다.

비트코인은 단순 자산 이상이며, 컴퓨팅과 연결에 대한 가격을 책정해 그 수요를 만들어냈고, 재생 에너지 생산 지역에는 새로운 경제적 가치 창출의 기회를 주었다는 게 코인쉐어스의 주장이다.

또 비트코인이 향후 '안전한 통신 계층'으로서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사이버 위협으로부터의 보호나 군사 산업 단지 등 '사이버 보안 레이어' 영역에서도 내재적 가치가 주목받을 것으로 코인쉐어스는 전망했다.

출처=라이엇 블록체인(Riot Blockchain, RIOT) 웹사이트 캡처
출처=라이엇 블록체인(Riot Blockchain, RIOT) 웹사이트 캡처

채굴 해시레이트의 토큰화: pBTC35A, BTCST

하드웨어 관점의 채굴과 달리, 채굴을 해시레이트라는 무형의 처리능력을 가진 자산으로 치환해 유동성을 공급해 주는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트코인 채굴풀 풀인(Poolin)의 pBTC35A, 그리고 바이낸스의 BTCST다.

룩소르테크 최고경영자(CEO) 닉 한센은 이 두 토큰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큰 장점은 채굴기를 직접 구매하고 채굴장에서 채굴기를 운영해야만 얻을 수 있는 비트코인 채굴 수익 접근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 토큰을 매수해서 스테이킹만 해도 채굴되는 비트코인(여기서는 wBTC나 BTCB) 배분을 통한 채굴 수익 창출이 간접적으로 가능하다.

각 토큰은 1개의 테라해시/초를 기준으로 연산력 당 와트/테라해시로 표현되는 채굴 효율을 담보한다. pBTC35A는 1TH/s 연산력 당 35W/TH, BTCST는 0.1TH/s 연산력 당 60W/TH 채굴 효율에 해당한다. 쉽게 말해 TH/s당 W/TH가 낮을수록 가성비가 좋다.

단순히 가성비 측면에서 보면 1TH/s당 채굴 효율은 pBTC35A가 BTCST보다 우위에 있다. 하지만 가격이 꼭 그것에 맞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두 토큰 모두 망하지 않고 잘 돌아가는 것을 전제로 하는 DCF 방식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일정 금액의 유입을 가정하고 해시파워 상승과 비트코인 상승률을 고려해 예상 토큰가치를 산출한다. 이 방식으로 BTCST는 과대평가, pBTC35A는 과소평가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의 움직임은 달랐다. 바이낸스 풀과 풀인 풀이라는 플랫폼 이슈가 토큰들의 가격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준 셈이다.

닉은 채굴기 가격 대비 실제 토큰이 프리미엄을 얼마나 받는지 알 수 있는 BASIC 평가모델을 공개했다. 발표일 기준 BTCST의 프리미엄은 213%나 되고, pBTC35A는 15%밖에 되지 않았다.

비트코인 채굴장 운영에는 채굴기 구입뿐만 아니라 서버, 전력, 시설 관리 비용 등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이 토큰에 단순 채굴기 가격 대비 프리미엄으로 붙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닉은 합리적 프리미엄이 40~50% 정도로 평가했다. 이 기준으로도 pBTC35A는 프리미엄이 너무 낮고, BTCST는 너무 높다. 아무리 초기라지만, 본격적인 투자를 하기에는 신경이 거슬린다.

결론적으로 닉이 제안한 투자 핵심은 '차익 거래'다. 실제 채굴기 가격이 변하고, pBTC 시리즈도 35A뿐 아니라 여러 시리즈가 나왔다. 각각의 가격도 빠르게 변한다. 현재는 해시레이트에 따른 토큰 가치의 저평가, S9 채굴기가 고평가, 혹은 둘 다의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가격이 책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차익 거래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실전에서 토큰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간혹 커뮤니티에서 '이게 그 해시레이트를 담보한다고 누가 장담하는가'라는 질문을 할 때가 있는데, 맞다. 사실 업체의 약속일 뿐이다. 다만 약속이 깨지면 꽝이지만, 이들 업체는 쌍방의 신뢰를 위해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주의사항은 유니스왑이나 바이낸스 같은 토큰 구매 플랫폼에서의 예상치 못한 가격 급등락 리스크다. 또 토큰 가격이 채굴의 펀더멘털 가치와 상관없이 제로(0)가 되는 등의 리스크도 있다.

과거 '블록체인이 필요한 건 알겠는데, 암호화폐가 진짜 필요한 게 맞는가' 같은 논란이 일던 시기도 있었다.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가 나오면서, 토큰의 역할에 대한 흥미로운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 소개한 모델이 정착해, 차익 거래 외에도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고, 채굴장과 채굴 참여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콘셉트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시장이 매우 재밌어지지 않을까.
 

스존은 '블록체인 밋업 정보교류방'의 방장이다. 밋업을 다니고 코인을 투자하며 느끼는 부분들을 블로그에 적던 것이 소소하게 인기를 끌었다. 특기를 살려, 칼럼을 쓰기로 했다. '비트 1억 갑니다, 풀매수 하시죠' 같은 식상한 이야기보다는 투자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업계 인사이트에 대한 공감과 비판을, 전세계에서 개최하는 블록체인 행사를 바탕으로 이야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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