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비트코인 금지법'을 도입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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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 Baydakova
Anna Baydakova 2021년 3월31일 23:04
출처=Julian Yu/Unsplash
출처=Julian Yu/Unsplash

인도 정부는 암호화폐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인도의 밀레니얼 세대에게 암호화폐는 그들 부모세대가 금에 부여했던 의미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인도는 명목 GDP 기준으로 세계에서 다섯번 째로 큰 나라다. 그 동안 언론에서는 인도 정부가 암호화폐를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 여러 번 주요 소식으로 다뤄지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그저 소문일 수도 있으나, 암호화폐에 대한 인도 정부의 입장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인도인들의 관심도 쉽사리 꺾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 정부가 암호화폐를 금지할 것이란 소문에도 불구하고, 인도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하려는 거인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업계 대표 거래소인 바이낸스(Binance)는 2019년 인도의 가장 큰 암호화폐 거래소 와지르엑스(WazirX)를 인수하면서 인도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주에는 코인베이스(Coinbase)가 인도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인도 인구는 14억명에 육박하며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대부분 젊고 (중위연령 28~29세) 기술에 능숙하다. 지난 몇 십년 동안 인도는 수많은 테크 프로젝트가 진행된 세계적인 개발 허브로 성장했다.

인도의 암호화폐 옹호론자이자 유튜브 인플루언서인 카시프 라자는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 중 하나로, 인도의 28~29세 젊은이들은 혁명에 동참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도인은 전 세계에서 중국인 다음으로 많다. 5억명이 넘는 인도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인터넷을 사용한다. BB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기가바이트의 모바일 데이터가 12.37달러, 세계 평균은 8.53달러인 반면, 인도에서는 0.26달러만 지불하면 된다.

이에 대해 암호화폐 거래소 우노코인(Unocoin)에서 최고과학자를 지낸 모하메드 로샨 고사츠(GoSats) CEO는 인도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경제”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고사츠는 온라인에서 쇼핑하고 비트코인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앱 서비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암호화폐에 대한 인도 정부의 입장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 인도인들은 비트코인 도입에 소극적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인도는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2020년 국가별 암호화폐 도입 순위에서 1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인도인들의 기대는 상당하다. 2018년 쿼츠(Quartz)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비트코인 구매의 10%는 인도에서 발생했다. 시밀러웹(SimilarWeb) 자료에서도 P2P 비트코인 거래 플랫폼 팩스풀(Paxful)의 사용량이 미국 다음으로 인도에서 가장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로샨은 지난해 암호화폐에 대한 인도인들의 전반적인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하면서, “암호화폐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람들도 이제는 NFT(대체불가능토큰)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금 모으기

와지르엑스는 인도의 가장 큰 암호화폐 거래소로, 2019년 바이낸스에 인수됐다. 현재 인도 암호화폐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다. 와지르엑스 CEO 니샬 셰티에 따르면 와지르엑스는 현재 18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셰티는 인도 전체 암호화폐 앱 다운로드 건수와 웹 이용 관련 정보 등을 모두 취합하면, 인도의 암호화폐 이용자 수가 총 1천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셰티는 인도인 이용자 중 대다수가 암호화폐를 사서 거래하지 않고 보유한다고 밝혔다. 와지르엑스 고객의 10~15%는 “매일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거래 비중이 큰 고객”이지만, 암호화폐를 송금 도구로 활용하는 고객은 그리 많지 않다. 셰티는 인도에서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사람은 150만명 정도인 반면, 암호화폐를 구매해 보유하는 사람은 약 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코인게코(CoinGecko)에 따르면 와지르엑스의 현재 일일 거래액은 5500만달러 정도지만, 2020년 1분기에만 적게는1600만달러에서 많게는 1억4100만달러까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셰티는 인도 암호화폐 시장 전체의 일일 거래액이 1억5000만달러에서 3억5000만달러 사이를 오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인도인들이 보유하는 암호자산의 총 가치는 15억달러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셰티는 이 중 최대 55%가 비트코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인도인들에게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 즉 하나의 저축수단이다.

카시프 라자는 인도인들이 금을 저축수단 삼아 모으는 습관이 있다고 말하면서, 그 밑바탕에는 강력한 문화적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문화적으로 언제나 저축을 중시해왔다. 그만큼 늘 많은 양의 금을 저축했고, 인도의 모든 가정이 금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축하의 의미로 금을 선물한다. 이렇게 모은 금은 장신구 형태로 다음 세대에 물려준다.

반면 인도에서 외화 매입은 오래전부터 정책적으로 제한돼 왔다. 그래서 남아메리카나 서유럽처럼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달러를 매입해 저축하는 문화는 그리 발달하지 못했다.

조지메이슨대학 싱크탱크인 메르카투스 센터(Mercatus Center)의 선임연구원 슈르티 라자고팔란이 블룸버그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인도의 ‘규제왕국(License Raj)’ 시기였던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외화를 보유하려면 구체적인 목적이 있어야 했고, 사전에 중앙은행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당시 인도 정부는 일반 가정집을 불시 검문해 달러와 금괴 등을 압수했다고 한다.

비트코인은 통제와 몰수가 어렵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던 지난해와 같이 전반적인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도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셰티는 인도의 기성세대는 금을 투자 대상으로 삼지만, “안정적인 금보다는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비트코인이 젊은 세대에게 더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루노(Luno)에서 사업개발을 총괄하는 비제이 아야르도 젊은 인도인들은 금보다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루노는 코인데스크 자매회사다.)

팬데믹으로 암호화폐의 인기가 더 높아졌을 가능성도 있다. 수 개월간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데다가, 일부 인도인들은 일자리마저 잃게 되면서 돈을 벌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 이와 관련해 라자는 인도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규 등록 건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셰티도 2020년 3월 이후 와지르엑스의 이용자 수는 세 배, 거래액은 최소 8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인도인들이 페이팔이나 테슬라와 같이 비트코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미국 IT기업들을 관심 있게 보는 것도 인도에서 비트코인의 인기가 오르는 이유 중 하나다.

셰티는 “미국 테크 기업들이 인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인도의 전통 금팔찌. 출처=Sonika Agarwal
인도의 전통 금팔찌. 출처=Sonika Agarwal/Unsplash

암호화폐의 다양한 용도

2018년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해외자금이 유입되는 나라다. 그만큼 인도에서는 암호화폐의 대표적인 용도가 송금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소한 아직까지는 암호화폐를 해외송금 목적으로 사용하는 인도인들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로샨은 그 이유 중 하나가 보통 해외에서 일하는 인도인들은 젊은층이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인도에 남아있는 가족은 대체로 나이가 많기 때문에, 해외에서 암호화폐로 돈을 보내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경제포럼의 알펜 셰스는 규제 불확실성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가만있지 않을 것 같다면, 암호화폐를 왜 사용하겠는가? (이전에) 인도준비은행이 은행에서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한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암호화폐는 넘어서는 안될 선이 됐다.”

다만 그는 젊은 세대의 경우 비트코인을 다른 방법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5~26세 이상의 밀레니얼 세대는 비트코인을 장기 투자자산으로 생각한다. Z세대는 결제에 중점을 둔다. 그들은 말한다. 은행에서 발급하는 카드를 없애고, 사토시를 사용하고 싶다고.”

 

규제 불확실성

2013년에 인도의 첫 암호화폐 거래소 우노코인이 탄생했다. 다음날 인도 중앙은행인 인도준비은행(RBI)는 암호화폐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인도준비은행은 인도의 은행들이 블록체인 실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장려하면서도,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2018년 4월, 인도준비은행은 시중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소 등 관련 기업에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인도 암호화폐 업계가 즉각 반발하면서 법정 싸움이 시작됐다. 2020년 3월, 인도 대법원은 업계 손을 들어줬고, 인도준비은행의 암호화폐 금지 방침은 철회됐다.

인도 정부가 암호화폐 규제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이었지만, 의회에 법안이 발의된 것은 올해 1월이었다. 법안은 향후 인도준비은행이 발행하는 암호화폐를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아울러 일부 확인되지 않은 보도 내용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된 IP주소를 금지하고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정기업부 장관은 지난 15일 정부가 “모든 옵션을 차단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소 희망적인 발언을 했다.

“사람들이 블록체인, 비트코인, 암호화폐 등을 실험해 볼 수 있도록 특정 창구는 열어 둘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인도 정부는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기업 파악에 나서고 있다. 지난 25일 인도 기업부는 4월 1일부터 인도 기업들이 암호화폐 보유 내역을 재무자료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발표했다.

인도 규제당국은 또 인도 화폐 루피의 가치와 연동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인도 암호화폐 업계는 정부가 암호화폐를 금지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 암호화폐를 전면 금지하면 암호화폐 이용자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11월 발간된 인도준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서 암호화폐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수는 342곳에 이른다.

와지르엑스의 셰티는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법안을 발의한 것은 진전이다. 최소한 암호화폐와 규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업계 차원에서 우리는 정부가 이 새로운 기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암호화폐 규제가 도입되면 그 동안 소수의 암호화폐 기업만 이용할 수 있었던 은행 서비스를 모든 기업이 받을 수 있게 되며, 업계 내 사기 행위도 척결 가능하다.

루노의 아야르는 “정부가 암호화폐를 금지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장에 공포심리가 생긴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몇 달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시장이 위축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는 “재정장관이 혁신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밝힌 만큼, 업계는 전반적으로 향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셰스는 아직은 정부 방침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암호화폐에 매우 가혹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다만 지금은 정부 내에서도 의견 충돌로 일관성이 없는 상태다.”

그는 정부 내에서 의견 통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 관계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사람들도 아는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셰스는 다만 규제당국이 새로운 현실에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봤다. 따라서 암호화폐가 국가에서 발행하는 화폐와 경쟁할 수 없도록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만 금지하고, 암호화폐 투자로 얻은 수익은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해 세금을 부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라자와 로샨은 인도에 있는 대부분의 암호화폐 거래소는 인도와 함께 해외 지점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악화되면 언제라도 인도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암호화폐 거래소가 주로 찾는 지역은 싱가포르, UAE, 에스토니아 등이다.

한편 셰스는 정부가 암호화폐를 금지할 수 있다는 소문은 오히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암호화폐를 금지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일반대중 사이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내가 아는 모든 인도인들은 비트코인에 호기심을 갖고 있다.”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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