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DBC로 ‘위안 국제화’ 잰걸음
홍콩과 국제 결제기술 시험
미국 달러 패권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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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한겨레 기자
신기섭 한겨레 기자 2021년 4월5일 10:50
출처=Karolina Grabowska/pexels.com
출처=Karolina Grabowska/pexels.com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홍콩금융관리국과 디지털 화폐의 국제 결제를 위한 기술 시험을 진행하는 등 디지털 화폐를 개발해 위안을 국제 통화로 키우려는 시도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3일 인민은행이 중국-홍콩간 ‘디지털 위안’ 결제의 기술 시험을 시작했으며, 장차 국제간 결제에도 실제 활동할 의지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디지털 위안은 비트코인과 같은 민간의 가상 암호화폐와 달리 화폐 발행기관인 중앙은행이 정식 발행하는 화폐(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의 하나다.

디지털 화폐는 스웨덴 등 몇몇 국가의 중앙은행이 적극 연구하고 있는데, 최근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기관은 중국 인민은행이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을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미국 달러의 패권에 도전할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인민은행은 이미 선전·쑤저우·베이징 등 주요 경제 거점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했으며 이를 위해 지금까지 배포한 디지털 위안은 2억위안(약 340억원) 규모다.

공식 명칭이 ‘디지털 화폐 전자 결제’(DCEP)인 디지털 위안은 애초 소규모 소매 거래용으로 설계됐으나, 국경을 넘어 역외 결제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인민은행의 왕신 연구국장이 밝혔다. 왕 국장은 “여건이 성숙되고 시장의 요구가 있으면, 디지털 위안의 역외 결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은 현재 위안 표시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위안 국제화의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민은행이 홍콩금융관리국과 역외 결제를 위한 시험에 착수한 것도 이런 위안의 국제화 시도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은 디지털 화폐를 통한 국제간 결제를 위해 타이(태국), 아랍에미리트(UAE) 등과의 협력 강화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민은행은 홍콩금융감독국과 타이 중앙은행이 시작한 ‘다자간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가교’(mCBDC Bridge) 사업에 지난 2월 참여했다. 이 사업에는 아랍에미리트 중앙은행도 참여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이 사업은 국제간 자금 이체에 드는 비용을 낮추고 자금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은 각국 중앙은행, 민간 상업은행, 외환시장 등을 참여시켜, 개별 국가의 디지털 화폐 결제망을 연결하는 국제 거래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의 디지털 위안 관련 국제 협력이 일단은 미국과의 갈등에 대처하기 위한 방어적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 외환 보유액 중 미국 달러의 비중이 25년 새 최저치인 59%를 기록한 점을 고려할 때 위안의 국제 위상 강화를 위한 적극적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 개발 움직임은 유럽중앙은행(ECB) 등 다른 나라의 디지털 화폐 개발을 자극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결제은행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총재는 최근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설계는 경쟁보다는 전세계적 공동 작업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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