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4천억원 모은 페이(Fei) 프로토콜, 첫날부터 '삐끗'
'1개=1달러' 콘셉트의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
제네시스 이벤트에 이더(ETH) 63만9000개 모여
중앙화 거래소 이용자들 매도에 알고리즘 '약점'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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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1년 4월5일 19:01
출처=페이 프로토콜 홈페이지
출처=페이 프로토콜 홈페이지

탈중앙화 스테이블 코인 페이 프로토콜(Fei Protocol)을 만든 페이 랩스(Fei Labs)가 지난 3일 제네시스 이벤트로 63만9000개의 이더리움을 모금하고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로 난관에 빠졌다. 

페이 프로토콜은 이더(ETH)를 일종의 담보로 삼아 탈중앙성을 유지하는 콘셉트의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스테이블 코인 페이(FEI)는 '정해진 가격 곡선(bonding curve)'에 따라 이더로 구매할 수 있는데, 판매 초기에는 개당 가격이 1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다. 차후 많은 사람이 FEI를 구매 할수록 가격 곡선에 따라 매수 가격이 상승해 종국에는 FEI 1개가 1달러 가치에 도달하게 되는 방식이다. 

통상 이렇게 정해진 가격 곡선에 따라 코인 판매를 할 경우에는 초기 참여자일수록 높은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 이번 페이 프로토콜의 제네시스 이벤트에 약 13억달러(한화 약 1조4677억원)에 달하는 이더가 모인 이유다. 

페이 랩스가 제네시스 이벤트에 참여한 이들에게 페이 프로토콜의 거버넌스 토큰인 트라이브(TRIBE)를 일정량 에어드롭하겠다고 밝힌 것도 열광적인 참여가 일어났던 이유 중 하나였다. 이렇게 페이는 코인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암호화폐 시가총액 55위로 뛰어오른 독특한 스테이블 코인이 됐다. 거버넌스 토큰인 트리브 역시 시가총액 110위 권으로 진입했다. 

테더(USDT)나 유에스디씨(USDC) 같은 스테이블 코인들은 대부분 중앙화 발행기관이 있고, 해당 기관에서 발행하고자 하는 스테이블 코인 가치만큼의 자산을 은행 등 금융기관에 예치한 후 발행하는 식의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페이는 이런 중앙화 기관 없이 탈중앙화 방식으로 가치가 미화 1달러에 고정되어야 하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이들이 정한 핵심적인 가치 안정화 방법은 '정해진 가격 곡선'과 다이렉트 인센티브(Direct Incentives)라는 자체 알고리즘이다. 페이 가격이 1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이용자들이 알아서 페이를 매수하게끔 매수 보상(mint rewards)를 지급하고, 페이 가격이 1달러 이하인데도 매도하는 이용자들에게는 소각 패널티를 부과하는 게 이 알고리즘의 골자다. 인센티브 지급과 패널티 부과를 통해 페이 가치를 1달러에 근접하게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페이 프로토콜 홈페이지에 가면 소각 패널티와 매수 보상 비율이 고지되어 있다. 5일 오후 5시 현재 소각 패널티는 21.665%, 매수 보상은 15.644%다. 

그러나 코인을 출시한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아 이같은 가격 안정화 구조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제네시스 이벤트 이후 받은 페이를 엠엑스씨(MXC)나 게이트아이오(Gate.IO) 등 중앙화 거래소에서 판매하는 이용자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 '정해진 가격 곡선' 상에서의 페이 가격은 0.95달러다. 이 상태에서 누군가 탈중앙화 거래소를 통해 페이를 판다면 그는 21%에 달하는 소각 패널티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중앙화 거래소를 통해 페이를 팔 경우에는 소각 패널티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페이를 판매하는 이용자는 중앙화 거래소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암호화폐 데이터 기업인 코인마켓캡 통계에 따르면 실제로 5일 오후 5시 현재 중앙화 거래소에서 판매되는 페이 가격은 약  0.79달러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페이 코인에 대한 매수-매도는 모두 중앙화 거래소를 통해 이뤄지기 쉽다. 최악의 경우에는 페이 가치가 1달러라는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페이 프로토콜 거버넌스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논의 중이다. 가장 빠른 방법은 페이프로토콜 거버넌스에서 정해진 가격 곡선을 이용한 이더 매수를 해서 일단 페이 코인의 가격을 1달러에 도달시키는 것이다. 소각 패널티는 페이 코인의 가격이 1달러에 근접할수록 줄어든다.

블록체인 컨설팅 기업인 블록패치 김근영 대표는 "페이 가치가 1달러에 도달하기만 하면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될 것 같기는 한데,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신규 이용자들은 상황을 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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