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미중 통화패권 경쟁에서 누구 편?
피터 틸의 주장은 말이 되면서도 말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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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 Schiller
Ben Schiller 2021년 4월14일 20:00
출처=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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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미국을 무찌르기 위한 중국의 음모일까?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거물 투자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 8일 리처드 닉슨 재단에서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이와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나는 암호화폐를 옹호하고 비트코인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비트코인이 부분적으로 미국에 대한 중국의 금융 무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비트코인은 모든 법정화폐를 위협하지만, 특히 미국 달러를 위협한다.”

틸의 주장은 말이 되면서도 말이 되지 않는다.

우선 말이 안 되는 이유부터 설명하자면, 중국은 비트코인을 통제하지 않으며, 통제하려 해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탈중앙화 때문이다.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75%가 중국에서 일어나고, 이론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채굴 산업을 통제할 가능성도 있지만, 채굴은 세계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다시 시작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적응력이 높고, 아직까지는 정부 개입으로 별다른 영향을 받은 적이 없다.

만에 하나 중국이 비트코인을 통제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비트코인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화폐가 될 가능성은 줄어든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Ripple) 대표도 2018년에 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중국 정부가 개입해 비트코인을 통제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화폐를 사용하려는 나라가 얼마나 있을까?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화폐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틸의 발언을 보다 큰 관점에서 보면, 어느 정도의 일리는 있다.

당장은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신해 세계 준비통화가 될 가능성은 낮다. 거래 수단이 되기에는 가치저장 수단으로의 가치가 너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백만명이 비트코인을 보유하지만,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만 비트코인은 지정학적으로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통화 기술의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비트코인이 있어서 가치 전달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이 바뀌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꼭 은행이나 중개인이 없어도 금전적 가치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정부 중심의 세계관을 갖고 있는 중국 정부가 주목하는 것이 바로 이부분이다. 중국 정부는 세계 블록체인 서비스 네트워크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위안을 만들면 기업이나 개인이 준비통화를 사용할 필요성이 없어지고, 무역에서도 미국 금융망을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출처=Irina Iriser/Pexels
출처=Irina Iriser/Pexels

앞으로 우리는 틸의 발언과 비슷한 이야기를 더 자주 듣게 될 것이다. 물론 조금은 의아하게 들리는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 이용자가 미국의 국가 권력을 걱정하는 것은 조금 이상하긴 하다.) 그러나 2019년 페이스북의 데이비드 마커스가 디엠(옛 리브라, Libra)의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 중국의 통화 혁신 가능성과 그 위험에 대해 경고했던 것처럼, 중국은 좋은 핑곗거리가 될 수 있다.

당시 마커스는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우리가 올바른 답을 찾지 못한다면, 5년 후 중국 정부는 자체적으로 통제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위안을 가지고 세계 구조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경우 미국은 다른 국가에 대해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잃게 될 것이며, 오히려 반대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앞으로 중국이 더 많은 블록체인 무기를 개발하는 동안, 통화 접근방식에 대한 논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프라이버시와 감시, 국가 주도 방식과 민간 주도 방식, ‘깨끗한’ 비트코인과 ‘위험한’ 비트코인에 대한 논쟁이 포함된다. 아울러 우리는 오랜 기간 라이벌 관계에 있던 주체들이 새로운 종류의 분쟁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어느 쪽을 택할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영어기사: 임준혁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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