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페이팔, CBDC 시대를 준비한다
각국 CBDC를 연결하는 플랫폼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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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vi Ratna
Tanvi Ratna 2021년 4월17일 20:00
출처=플리커
출처=플리커
코인데스크 칼럼니스트 탄비 라트나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새로운 정책 접근방식을 연구하고 자문하는 정책4.0(Policy 4.0)의 CEO다.

지난달 대형 결제 업체 비자(VISA)페이팔(PayPal)이 그동안 하나의 ‘투기자산’으로만 여겨졌던 암호화폐를 실질적인 ‘결제수단’으로 격상했다. 이를 둘러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이 두 업체가 암호화폐보다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또 다른 분야가 있음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바로 그것이다.

비트코인이 처음 출시됐을 당시, 암호화폐의 상호운용성을 깊이 연구하는 프로젝트는 단 한 개도 없었다. 12년이 지난 지금은 코스모스(Cosmos), 폴카닷(Polkadot), 체인링크(Chainlink) 등 블록체인 상호운용을 가능하게 하는 다수의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한편 CBDC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CBDC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나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리고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CBDC의 앞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상호운용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CBDC의 상호운용성 문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결제의 사용이 늘면서 전 세계 중앙은행은 CBDC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BDC를 국내에 도입하는 것만 해도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각국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CBDC 프로젝트 사이의 격차와 기존 금융 인프라와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CBDC가 완전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서로와 호환 가능한 기술, 코딩 언어, 그리고 기준을 사용해야 한다. CBDC를 둘러싼 세계적인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국가별로 다른 규제 환경을 통일하고, CBDC를 법정통화로 인정하기 위한 기반을 만드는 것 또한 CBDC의 상호운용성 문제를 구성하는 큰 부분이다.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국제결제은행(BIS) 등 여러 단체는 거액결제용 CBDC의 국경 간 이동을 위해 다수의 CBDC를 취급할 수 있는 중간 ‘다리’를 설치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에서 진행 중인 CBDC 실험은 공통적으로 ‘통로형’ 네트워크를 접목해 실시간으로 국경 간 결제를 처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여기서 내려진 결론 중 하나는, 스위프트(SWIFT)와 같은 새로운 국제 결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서로 다른 체인 사이에서 발생한 거래를 검증해 거래 내용이 양쪽 체인에 기록된 데이터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컨센서스 절차를 담당할 제3의 중개자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금세탁방지(AML) 규제 등 자금 이동 관련 법의 이행을 보장할 수 있고, 동시에 이중지불 문제도 방지할 수 있다. 전 세계 CBDC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술적인 인터페이스가 요구될 가능성도 있으며, 어쩌면 공동의 청산 시스템이 필요할 수도 있다. 결제 업체의 역할은 여기서 시작된다.

 

상호운용성 문제 해결 위한 역량 갖춘 결제 업체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기업과 상점, 그리고 정부가 디지털 결제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동안, 비자는 이들 사이의 결제 처리에 필요한 인프라와 상호운용을 위한 환경을 마련했다. 비자의 대표 솔루션인 비자넷(VisaNet)은 전 세계 200개국의 정부와 1만5000개 이상의 금융기관, 4600만개 이상의 상점과 기업, 그리고 30억명 이상의 개인 카드 이용자가 사용한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 결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비자는 미국 내 결제 뿐만 아니라 국제 결제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CBDC의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는 것이다.

페이팔은 비자와 다른 형태의 결제 업체지만, 결제 상호운용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능은 동일하다. 비자의 주요 서비스 분야는 결제 처리인 반면, 페이팔은 3억7700만명의 개인과 상인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결제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온라인·모바일 지갑 서비스에 중점을 두는 페이팔은 더 많은 상품을 선보이며 다양한 채널에서 이용 가능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자, 마스터카드와 같은 카드 업체를 포함한 다양한 결제 업체와 상점이 페이팔을 매개로 결제를 처리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페이팔은 디지털 지갑, 오프라인 상점과 온라인 상점, 그리고 할인 정보 서비스 등의 업체 사이에서 결제 상호운용성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CBDC의 상호운용성은 블록체인에 비해 구축하기가 훨씬 어렵다. 기술적으로도 복잡하지만, 다양한 국가의 복잡한 규제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입률, 속도, 확장성 외에 이들 결제 업체의 가장 큰 장점은 시스템이 아니라, 현재 운영되고 있는 모든 지역의 관련 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결제 업체들은 CBDC 상호운용성을 구축하는 데 있어 블록체인 업체들에 비해 월등한 이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이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출처=Pixabay
출처=Pixabay

혁신은 이미 시작됐다

대부분의 주요 결제 업체들은 CBDC와 디지털화폐 분야에 진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혁신에 나서고 있다. 마스터카드(Mastercard)는 최근 CBDC 연구를 위한 가상 실험 플랫폼을 출시했는데, 이미 여러 은행이 이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법정화폐를 시험, 연구하고 있다.

은행과 금융 서비스 기업, 그리고 소비자는 이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CBDC의 발행과 유통, 교환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과 상업은행, 테크 기업과 컨설팅 회사 등은 CBDC 관련 기술 설계 방식을 평가하고, 실사용 사례를 검증하고, 기존 결제 시스템과의 상호운용성을 평가한다. CBDC 운영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흔히 제시되는 방안은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이나 승인을 받은 결제 업체 등을 통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고 유통하는 것이다.

다양한 통화를 지원하는 마스터카드 직불카드 이용자들은 해당 플랫폼에서 최대 18가지 전통화폐와 디지털 화폐를 구매, 보관, 교환 또는 판매할 수 있으며, 세계 ATM 출금 서비스를 일정 횟수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비자는 US달러코인(USDC)으로 이뤄지는 비자카드 결제를 처리하기 위해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솔루션을 구축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에서 최초로 연방 신탁업 허가를 받은 디지털 자산 은행 앵커리지(Anchorage)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Crypto.com)이 비자 카드 결제 대금 중 일부를 USDC로 정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앵커리지는 비자의 유일한 디지털 화폐 결제 협력사다. 이 모든 역량과 앵커리지와의 협력관계는 향후 비자의 CBDC 결제 처리 업무에 도움을 줄 것이다.

페이팔은 일주일 전부터 이용자의 디지털 지갑에 담긴 비트코인, 이더, 비트코인캐시, 그리고 라이트코인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바꿔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자의 “암호화폐 잔고가 충분”한 경우, 페이팔 지갑에 암호화폐 결제 기능이 자동으로 추가된다. 페이팔은 아직 CBDC 관련 전략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내에서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BDC는 기존 금융 인프라를 뒤흔들 수 있는 막대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다만 CBDC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상호운용성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아직 대부분의 금융 기관들은 디지털 화폐를 경계하고 있지만,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등의 결제 업체들은 암호화폐와 CBDC의 개념을 이미 받아드렸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도입을 위한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CBDC의 세상에서 이들은 상호운용성 기능을 제공하며 스스로 틈새 시장을 구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영어기사: 임준혁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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