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의 NFT 판매기] 3회, 다양한 NFT를 힐끔힐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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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
김태권 2021년 4월18일 10:00
왼쪽부터, 김태권(만화가), 박성도(뮤지션)
왼쪽부터, 김태권(만화가), 박성도(뮤지션)

김태권은 만화가고 박성도는 뮤지션이다. 두 사람은 처음에 생각했다. '우리 작품을 NFT로 발행하면 술술 팔리지 않을까.' 오픈씨를 둘러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올라온 작품도 많고, 큐레이션도 별로 안 되어 있었다. 팔리지 않는 작품도 적지 않아 보였다. 두 사람은 깨달았다. '전략이 필요하구나!'

과연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야옹야옹 NFT 게임]

김태권(만화가) : 오픈씨는 자주 들어가죠?

박성도(뮤지션) :  고양이가 눈에 띄어요. 오픈씨 보며 '왜 이렇게 고양이가 많아?' 하며 피식 웃었는데, 잘 보니 하나하나 다 다른 고양이들이더라고요. 교배도 하고 출산도 한다던데요. 가격도 엄청 비싸고요.

김(만) : 아, '크립토키티' 말씀이죠? 적지 않은 언론이 크립토키티를 NFT게임의 성공사례로 언급해요. 그런데 크립토키티가 계속 잘된 것은 아니에요. 한때 주목을 받다가 중간에 인기가 쑥 빠진 적이 있었어요. 회사가 흔들릴 정도였나 봐요. 이런 이야기는 또 입소문을 많이 타지 않더라고요.

박(뮤) : 옛날에 유행하던 다마고치 생각을 했어요. 다마고치와 크립토키티는 닮았어요. 블록체인 다마고치라고 해도 될까요? 얼굴 모를 사람들한테 자랑할 수가 있죠. 이런 점은 옛날 다마고치보다 나아요.

그런데 다마고치 생각하면 많이 비싼 느낌이에요. 뭐라도 하나 할 때마다 수수료를 내는 구조도 문제고요. 예전에 다마고치 즐기던 사람들이 큰 무리 없이 참여할 수 있다면 어땠을까 상상도 해봐요. 그랬다면 크립토키티 인구가 꾸준히 늘었을지도 모르죠.

크립토키티도 2018년에는 힘들었다.

크립토키티 드래곤. 출처=크립토키티 캡처
크립토키티 드래곤. 출처=크립토키티 캡처

김(만) : 크립토키티 만들던 회사도 고민 많았을 거에요. 그 회사의 이번 선택은 오프라인 수집품에 더 가까워 보여요. 최근 화제가 되는 미국 프로농구 카드 있죠? NBA카드를 NFT로 발행하는 대퍼랩스가 바로 그 회사에요.

박(뮤) : 아, 깉은 회사네요. 'NBA탑샷' 만드는 그 회사가 크립토키티 만들던 곳이군요.

김(만) : "교배 가능한 가상의 고양이의 토큰을 독점적으로 소유할 권리 이러쿵저러쿵" 설명이 길면 사용자가 늘기 쉽지 않죠. 반면 "농구카드를 온라인으로" 쪽은 많은 사람이 쉽게 이해할 것 같아요.

박(뮤) : 옛날에 학교 앞에서 팔던 연예인 카드가 기억나요. 스포츠스타 카드도 있었고요.

김(만) : 포켓몬스터 카드나 유희왕 카드도 있죠. 매직더개더링이나 하스스톤도 카드로 진행하는 게임이고요.

박(뮤) :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즐겨 하세요?

김(만) : 아니, 나이가 많다보니 같이 할 사람이 주위에 별로 없더라고요(시무룩).

박(뮤) : 아.

나이를 실감하는 두 사람이었다.

 

[모나리자를 카드로 만들면]

김태권(만화가) : 카드 이야기를 한 이유는, 우리도 참고할 만한 방법 같아서에요.

박성도(뮤지션) : 우리가 카드를요?

김(만) : 기사들을 쭉 모아서 읽어보니, NFT를 설명하는 두 가지 모델이 있더라고요. 하나는 '모나리자'라고 해두죠. 모나리자 같은 비싼 예술 작품을 오프라인에서 사고파는 것처럼, 창작물의 NFT를 비싼 값을 받고 파는 거에요.

박(뮤) : 비플 작품의 NFT가 785억원에 팔린 사례가 이쪽이군요.

김(만) : 또 하나의 모델은 '농구카드'라고 부를까요? 여러 작품을 내놓고 각각의 작품마다 비싸지 않은 값으로 여러 장의 토큰을 발행하는 거에요. 오프라인에서 마이클 조던의 한정판 선수 카드를 여러 장 인쇄한다거나, 여러 장의 판화를 찍어내는 상황 같은 거죠. 그러다가 나중에 희귀본이 되면 값이 오르기도 해요. 어지간한 미술작품에 맞먹는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하죠.

박(뮤) : 맞아요. NBA탑샷 카드가 '억' 소리나는 값에 거래된다고 했죠.

김(만) : 사람들은 왜 돈을 주고 살까요? 예술작품이건 희귀 카드건 말이에요. 방안에 감춰두고 혼자서만 보려고 그럴 수도 있어요. 반면 전시해놓고 남들한테 자랑하고 싶어하는 마음도 있죠. 오프라인의 미술품이나 수집 카드는 두 가지 다 맞는 이야기 같아요. 반면 NFT는 전시하고 자랑하는 경우에 적절하겠죠. 한번 공개되었던 디지털 파일은 얼마든지 복제가 가능하니까요.

박(뮤) : 물론 자산으로서의 가치도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미술품이나 수집 카드를 사두었다가 나중에 비싸게 파는 경우도 있으니까요(역시 우리 운명은 일확천금인가요).

김(만) : 아무튼 우리도 고민을 해봐야 해요. 우리 작품이 모나리자처럼 팔릴까요, 아니면 농구 카드처럼 팔릴까요? 굳이 이야기하면 나는 만화가니까 농구 카드에 가까운 쪽을 생각해요.

박(뮤) : 음, 그렇다면 나 같은 경우는 어쩌죠? 어떻게 음악을 카드로 만들 수 있나요?

김(만) : 아, 카드로 만들자는 건, 규격에 맞는 모듈로 만들자는 의미에요. 카드라고 해서 디자인을 카드 모양으로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고요. 캡슐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포켓몬스터가 들어가는 공 같은 것일 수도 있고요.

이렇게 모듈로 만들어 내놓는다면, 이와 비슷한 작품이 비슷한 규격으로 꾸준히 시리즈로 나올 거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메시지를 시장에 줄 수 있어요. 음악의 경우에 어떻게 할 지는 생각을 해봐야겠네요.

박(뮤) : 안그래도 미국의 록밴드 원리퍼블릭의 프론트맨 라이언 테더가 그래피티 작가의 작품과 음원을 결합한 NFT작품을 조만간 경매로 진행한다고 해요.

라이언 테더가 NFT를 발매한다.

출처=오리진 프로토콜
출처=오리진 프로토콜

김(만) : 라이언 테더면 유명한 사람 아닌가요?

박(뮤) : 유명하죠. 이 사람은 아델, 비욘세 등의 프로듀서기도 하고, 다양한 산업과 예술분야에 투자가로도 명성이 높아요. 그래서 누구보다 NFT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많은 가능성을 예측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기존의 음원이 노래 제목과 뮤지션의 이름을 새겨넣는 아트워크 정도였는데요, 앞으로 디지털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형태의 비쥬얼아트와 결합한 음원을 내겠다는 거죠.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이제 배우와 로케이션 촬영하고 편집하는 형태의 뮤직비디오는 사라질지도 몰라요.

김(만) : 변화의 바람이 무섭네요. 더 많은 것이 달라지기 전에 어서어서 이 바람에 올라탑시다. 우리도 서둘러 우리 작품을 올려야겠어요. 오픈씨건 다른 플랫폼이건 말이에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박성도(뮤지션) :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요, 앞으로 무슨 일이 펼쳐질지 궁금해요. NFT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할 것 같아요.

김태권(만화가) : 그러게요. 게임도 앞으로 많이 달라질 거에요. NFT를 이용하면 게임 간 아이템 이식이 가능할 것 같다는 예측을 봤어요. 어떤 게임에서 아이템을 얻으면 다른 게임에 가져가서도 쓸 수 있다는 거에요. 아이템의 소유주가 누구인지가 플랫폼이 아니라 블록체인에 기록되니까요.

물론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야기고, 게임 유저들이 정말 좋아할지 아닐지는 모를 일이죠. 예를 들어 내가 새로 게임을 시작했는데 오래된 다른 게임에서 짱 먹던 사람이 아이템 전부 들고 와서 이 게임에서도 바로 짱을 먹는다면 어떨까요. 나 같으면 그 게임 안 할지도 모르겠어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미국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은 2020년 4월 포트나이트에서 연 콘서트에는 1230만명이 참여했다. 출처=트래비스 스콧 유튜브
미국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은 2020년 4월 포트나이트에서 연 콘서트에는 1230만명이 참여했다. 출처=트래비스 스콧 유튜브

박(뮤) : 팬덤 문화에도 변화가 올 것 같아요. 아이돌 팬클럽 같은 경우에 아이돌 사진을 카드로 만든다면 가지고 싶어할 거에요. 그런데 그 카드가 한정판인 데다 일련번호까지 붙어있고, 자기가 모은 카드를 전셰계의 수 많은 사람들한테 자랑할 수도 있다면? 경매를 해서라도 갖고 싶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겠죠.

김(만) : 그러게요. 소장이나 자랑의 의미도 있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예술인을 후원한다는 취지로 NFT를 사주는 팬도 있을 거고요.

박(뮤) : 그리고 나는 메타버스도 주목하고 았어요. 몇년전에 마시멜로라는 디제이가 포트나이트라는 메타버스 게임 안에서 공연을 했어요. 유저들은 실시간으로 게임공간안에서 공연을 즐겼죠.

그때 음악산업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그런데 여기에 NFT가 연결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엄청난 시장이 아닐까요? 아직 메타버스 NFT 콘서트는 요원하지만, 언젠가는 진짜로 이걸 하는 사람이 나오겠죠.

김(만) : 메타버스는 글쎄요, 나는 회의적이에요. 많이 성장할까요? 콘서트나 팬미팅은 이벤트 차원에서 가끔 메타버스로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번번이 메타버스에 들어가는 일은 번거롭지 않을까요? 옛날에도 아바타 채팅이 있었죠. 하지만 결국 우리는 텔레그램하고 카톡으로 대화하잖아요.

박(뮤) : 그런데 이미 미국의 초둥학생 70퍼센트가 메타버스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어요. 메타버스의 전망은 밝지 않을까요. 게다가...

김(만) : 게다가?

메타버스와 NFT의 결합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내용과 생태계라는 지적

박(뮤) : 사실 메타버스 운영하는 사람들한테 우리 같이 나이든 사람들은 고려 사항이 아니지 않겠어요?

김(만) : 아하,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이건가요? 우리는 늙었다(시무룩).

박(뮤) : 나이 든 건 사실이니까요(시무룩).

 

과연 나이 든 두 사람은 시대에 맞는 작품을 만들어 NFT로 판매할 수 있을 것인가?

글 : 김태권, 박성도


김태권(만화가)

김태권(만화가)

김태권(만화가)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쓴다. 저서로 '불편한 미술관', '히틀러의 성공시대',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등이 있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나는 역사다'와 '창작의 미래', '영감이 온다' 등의 칼럼을 연재한다.

박성도(뮤지션)

박성도(뮤지션)

박성도(뮤지션)

밴드 원펀치로 데뷔하여, 2017년 <낮과 밤>을 발표하며 개인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가수 이상은의 기타리스트, 프로듀서, 영화 <미성년> 등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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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2021-04-22 14:52:16
시무룩하지 마세요!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