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며든' 밀레니얼 세대의 변
미니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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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정인선 2021년 4월24일 20:52

또래 친구들보다 3~4년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덕분에 평소엔 스스로 밀레니얼 세대라고 말하기 민망해도, 금융 서비스 경험만을 놓고 보면 누구보다 밀레니얼적(?)이라고 말하기에 자신 있다.

창피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예금과 적금을 제외하면 이더리움 가격이 지금의 10분의 1 수준이던 2년 전 처음 암호화폐를 조금 산 게 난생 처음 경험한 금융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어디 가서 '크립토 네이티브 세대'라고 말하고 다녀도 되지 않나. 

최근에는 용기를 내 주식을 처음 샀다. '홈쇼핑처럼 쉬운 금융 서비스'를 내세우며 새로 출범한 토스증권에 계좌를 만들었다. 초보 투자자라면 누구나 산다는 국내 한 대기업 주식을 샀다.

암호화폐 거래소만큼은 아니지만, 매끄러운 UX(사용자 경험) 디자인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계좌 개설과 입금, 증권 구매 등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휴대폰 페이스ID 인증만 거치면 대부분 기능을 쓸 수 있었다. 그래도 적지 않은 돈이 오가는 일인데, 장벽이 이렇게 없어도 되나 우려가 될 지경이었다. 

토스증권. 출처=구글 플레이스토어 토스 캡처
토스증권. 출처=구글 플레이스토어 토스 캡처

기왕 낸 용기를 조금 더 내 보기로 했다. 해외 주식 투자에도 도전했다. 토스증권은 아직 해외 주식 거래를 지원하지 않아, K 증권사 계좌를 추가로 개설했다. 평소 즐겨 사용하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주식부터 매수했다. 

자칭 '크립토 네이티브 세대'에게 전통 증권사를 통한 거래는 어색하고 불편했다. 보통은 '주식→코인' 순서로 투자를 경험하다보니 처음 암호화폐에 입문하면 24시간 돌아가는 장에 적응하기 어렵다고들 하던데, 내겐 정해진 시간에만 장이 돌아가는 게 오히려 낯설었다. 평소 11시면 잠자리에 드는 편인데, 해외 주식을 사려면 장이 열리는 밤 늦은 시간까지 졸음과 싸워야 해 힘들었다.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건 토스증권에서 산 주식을 K 증권사로 보내려고 보니 전화 통화나 영업점 방문 등 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었다. 종이 형태의 실물 증권에서 출발해 (국내에서는) 전자 증권이 도입된지 2년이 채 안 됐다는 걸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속으로 암호화폐를 사고팔던 경험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었다. 

'블록체인 플랫폼의 블록 컨펌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암호화폐의 경우 대체로 지갑 주소만 알면 쉽게 이 거래소에서 저 거래소로 보낼 수 있는데...'

머리로는 알고 있던 차이지만, 뒤늦게 투자를 시작하며 직접 경험하고 나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어느새 '코며들어(코인에 스며들었다는 말을 줄인 것)' 있었구나!"

최근 권은희 국민의당 국회의원이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150만명이 넘는 2030세대가 이들 거래소에 신규로 계정을 만들어 암호화폐 거래를 시작했다. 토스증권도 출범 두달만에 200만명의 신규 고객을 모았고, 이 중 70퍼센트인 140만명 가량이 2030세대라고 한다. 

주식보다 코인 투자로, 혹은 전통 금융회사보다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금융을 먼저 경험하는 세대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수록 기존에 당연하게 여겨진 장벽들이 더는 당연하지 않게 되는 속도 또한 빨라지지 않을까. 5년 뒤, 10년 뒤 나보다 더 '크립토 네이티브' 한 세대들이 써 내려갈 금융의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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