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좇아 수천명 우르르 ‘코인 빚투’…초보일수록 크게 흔들려
리딩방에 코인 분석·종목 추천
매수·매도에 집단으로 뛰어들어
‘대박 혹은 쪽박’ 도박장처럼 변질
고수 사칭해 개인 이득 취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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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슬기 한겨레 기자
전슬기 한겨레 기자 2021년 4월26일 10:10
빗썸 본사 사무실 로비에 설치된 암호화폐 시세 전광판.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빗썸 본사 사무실 로비에 설치된 암호화폐 시세 전광판.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암호화폐 경고 발언’ 여파로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10% 이상 폭락한 지난 23일. 천여 명이 몰려 있는 암호화폐 카카오톡방에는 오전부터 수백 개의 메시지가 쌓였다. 이 방은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마이너 코인), 이른바 잡코인을 분석해 종목을 찍어주는 ‘리딩방’이다. 이 곳은 운영자가 지난달 찍은 ㄱ종목과 ㄴ종목이 38~76% 수익률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코인 시장을 분석하는 운영자는 이달에도 ㄷ종목을 찍어 매수가와 매도가를 제시했다. 그런데 300원 이상 오를 것으로 예측했던 ㄷ코인은 이날 74원까지 추락했다. 이달 초 평균 가격인 190원에 샀다면 평가액이 투자 원금의 반토막에도 못 미치게 된 것이다.

카톡방에는 “5천만원을 대출 받았는데 절반 남았습니다. 돈이 녹아내리네요.”, “수익률 -70%입니다. 한강에 가야 하나요?” 같은 하소연이 쏟아졌다. 코인을 추천한 운영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분석한 코인의 가치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리딩방 회원들을 달랬다. 일부 참가자들은 “하느님도 이럴 때는 ‘존버’(힘든 과정을 참고 버틴다)하실 것”이라며 흔들리지 말자고 설득하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다들 코인, 코인 하길래 아무나 다 돈을 버는 줄 알았네요”라며 자조 섞인 한탄을 내놨다.

출처=일론 머스크 트위터
출처=일론 머스크 트위터

암호화폐 분석 가능하다는 ‘네임드’…이를 쫓는 ‘코린이’
암호화폐 투자의 가장 큰 위험은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기업의 실적과 내재가치를 바탕으로 가격이 움직이는 주식과 달리 암호화폐는 오르고 내리는 것에 근거가 없다는 우려다. 개발자가 장난으로 만들었는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말 한마디에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고 있는 도지코인이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 시장이 커지자 전문 투자자들 사이에 암호화폐 가격 움직임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들 전문 투자자는 차트, 호재, 개발사 및 기술력 등을 근거로 가격의 흐름을 예상하고 대응한다. 차트의 경우 6~7개의 기본 움직임이 언급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정 가격선을 두고 두 번의 상승 고점을 찍으면 매도를 해야한다는 규칙 등이다. 호재로는 카카오·야놀자 등 유명한 기업과의 연관성, 거래소 상장 여부,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최근 부상하는 기술 적용 등이 꼽힌다.

전문 투자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네임드’(실력이 검증된 사람)로 불리면서 분석 내용을 공유하기도 한다. 알트코인 카톡방 운영자 또한 ㄷ코인을 추천한 이유로 차트, 호재 등을 거론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 과열로 ‘네임드’를 따라 무작정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이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워낙 어려운 시장이다 보니 고수가 올렸다는 글에 특정 코인이 등장하면 수백~수천여 명이 우르르 몰려가 매수, 매도에 동참하는 식이다. 이런 분위기는 잡코인일수록, 초보 투자자인 ‘코린이’(코인 어린이)일수록 심하게 나타난다. 많은 투자자가 한꺼번에 움직이다 보니 수익이 생기면 암호화폐 대박 신화 기대가 더 강해지고, 반대로 손실이 나면 피해 규모가 더 커진다. 이런 ‘묻지마 투자’가 시장이 점점 도박장처럼 되는 데 주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악용 사례도 나온다. 순수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네임드’도 많지만, 일부는 고수를 사칭해 투자자들을 모은 후 가격을 밀어 올려 개인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의심도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리딩방에서 주는 정보를 지난 3개월 동안 따라한 30대 박아무개씨는 “총 3백만원으로 찍어준 6개 알트코인을 샀는데 수익률이 100%까지 올랐다가 며칠새 -30%로 급전직하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시장 자체가 분석과 예측이 가능한 투자처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자금 유출입의 특정한 규칙 등을 활용해 주식과 비슷한 기술적 분석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아직 암호화폐가 어떤 수익을 창출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친구 몇 명과 암호화폐를 분석해 1억원 정도 투자를 하고 있는 40대 김아무개씨는 “차트와 호재, 개발사와 기술력 등으로 코인도 실체 있는 분석이 가능하다”며 “현재 암호화폐 시장이 문제가 되는 것은 스스로 공부를 하지 않고 누군가의 말에 휩쓸려 함부로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다”라고 비판했다.
비트코인 한 종목이 다수 코인의 운명을 흔드는 시장 특성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김씨는 “아무리 잡코인에 대해 잘 분석을 하고, 가치를 발견해도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흔들리면 속절없이 투자가 실패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잘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묻지마 투자’ 경고하는 코인 대박 주인공들
최근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암호화폐 대박’의 주인공들도 ‘묻지마 투자’에 대해서는 경고를 보낸다. 신한카드에서 일하다 투자금 2억원을 30억원으로 만들어 퇴사한 것으로 유명한 20대 한정수씨. 그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컴퓨터 전공 지식 등으로 충분히 공부를 한 후 투자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메이저 코인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주로 가지고 있다. 알트코인은 가치가 있는 것만 소액 투자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17년부터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미래가 있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며 “알트코인은 허무맹랑한 것들이 많아 구별을 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차트를 보지 않는다. 개발자, 관련 사용자들 및 프로젝트 등 없어지지 않을 객관적인 정보를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씨는 “암호화폐에도 영원한 상승은 없다”며 “스스로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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