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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다시 생각하다를 찾아주신 모든 분께 환영의 인사를 보낸다.
이번 주는 인터넷이 월가를 상대로 (적어도 며칠 동안은) 승리를 거둔 한 주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의 개인투자자들이 주축이 돼 미국 비디오게임 유통업체인 게임스탑(GameStop)의 주가를 무섭게 끌어 올렸다.
그 결과 헤지펀드들은 막대한 손실을 봤고, 개인들이 모여 형성한 네트워크가 어떻게 무료 트레이딩 툴과 소셜미디어(밈, meme)를 활용해 과거 엘리트 계층이 좌지우지하던 경제적 결과를 성취해 내는지를 잘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스탑’과 게임스탑의 공매도를 이끈 헤지펀드 ‘멜빈 캐피탈(Melvin Capital)’, 그리고 레딧 안에 있는 주식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r/WallStreetbets)’가 만들어낸 이 놀라운 이야기는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기득권에 반감을 품은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분위기에 딱 맞는 맞춤형 스토리였다. 소위 ‘WSB(월스트리트베츠) 효과’가 이번주 ‘돈을 다시 생각하다’의 주제다.
‘대중 vs 기득권’의 분열 구도에 더해, 이번 주에는 다보스 아젠다(Davos Agenda) 가상행사도 있었다. 이번 행사는 매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대신 열린 행사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CEO들 등 각국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나와 돈을 다시 생각하다 팟캐스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쉴라 워렌이 세계경제포럼에서 블록체인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데, 오랜 기간 WEF에서 상무이사를 맡아온 에이드리안 몬크를 이번주 게스트로 초대했다. 우리는 암호화폐 개발자와 행동주의 개인 투자자 등 급진적인 외부 세력이 가져오는 변화를 WEF에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눠 보았다.
한국시각으로 1월30일 오전 1시를 기준으로 비트코인과 이더(ETH)의 연초 대비 수익 증감률을 보면, 지난해 말 비트코인이 우세였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수익 증가율에서 비트코인은 27%에 그쳤지만, 이더는 92%이나 증가했다.
그렇다고 이번 달 비트코인이 그랬던 것처럼, 이더 가격이 조정기를 거치지 말란 법도 없다. 다만 우리가 이제는 다른 이야기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말이 하고 싶다.
이런 관점은 비트코인을 인터넷상에서 가치를 저장하고 거래하는 소프트웨어 스택(software stack)의 기본 레이어로 본다. 비트코인은 간단하지만, 거래 내역을 바꾸는 데는 큰 어려움이 따르는, 매우 안전한 가치저장 수단이다.
금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도 용도가 다양하진 않다. 그저 예치해 놓고, 다른 투자 상품이나 금융 활동에 도움이 될 담보로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개방형 프로토콜 위에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개발자들은 금 수탁업체가 금괴를 이용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창의적인 활동들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여기에 이더리움과 디파이가 들어오게 된다. 디파이 개발자들은 스마트계약, 오라클, 탈중앙화 거래소,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다중 서명 시스템을 갖추고, 탈중앙화된 금융 상품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세계를 계속해서 비트코인과 엮고 있다. 지난해 여름, WBTC 등 (비트코인을 담보로 놓고 발행한 이더리움상의) 랩트비트코인 토큰 발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다.
소프트웨어 스택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면, 이더리움은 미들웨어이고, 디파이는 그 애플리케이션 레이어를 지배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더리움 2.0 초기 단계에서 프로젝트를 향한 낙관론이 있어 보인다. 비콘 체인(Beacon Chain)에 스테이킹(예치)된 이더(ETH) 규모는 꾸준히 늘어 지난 27일 현재 280만개를 넘어섰다. (현재 가치로 약 4조2천억원). 실제로 이더 가격이 1월 내내 꾸준히 올라 지난 24일 최고가($1,476.12)를 경신했다는 점 자체가 이더리움 2.0 프로젝트에 대한 확신을 보여준다.
이야기에 관해 말을 하고 있으니, 시장을 정당화하는 이야기를 보여줄 차트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지난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이, 대선으로 인한 혼란이 가져온 공포가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코인데스크 글로벌 뉴스 에디터인 케빈 레이놀즈의 관점을 빌려보았다. 나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면, 디스토피아 상황에 대비한 화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믿는다. 그럼에도 이 아이디어를 차트로 담아내는 작업이 너무도 쉬웠다는 사실이 적잖이 놀라웠다. 그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이 선거와 관련해 한 발언들을 몇 건 꼽아 코인데스크의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 슈아이 하오에게 전달했고, 본지 자회사인 트레이드블록(TradeBlock)에서 받은 4개월짜리 비트코인 시세 차트 위에 이를 표시했다. 나머지는 노란 선이 다했다.
(참고: 본 차트는 미국 동부 시각으로 28일 오후에 만들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다음 날인 29일 이른 오전 개당 3만8천달러까지 급등하며 1월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WSB 효과가 나타나다’라는 새로운 챕터가 필요해 보인다.)
케빈은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 직후 기록했던 최고점을 기준으로, 선거 공포로 인해 1만달러가 추가로 올랐다고 주장했다. 나머지는 기관투자자들이 장기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포함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상황이 진정되고,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까지 끝나자, 비트코인 가격은 평상시(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경제 공황을 고려한)의 적정 가치로 수렴한 것이다.
지난 2014년 탈중앙화 자율 조직(DAO)이란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암호화폐 분야 선구자이자 DAO에 열정을 가지고 있던 조엘 디에츠는 ‘스웜(Swarm)’이라는 탈중앙화 기금 조성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플랫폼은 이후 기업들을 상대로 증권형 토큰 발행 툴을 제공하는 스웜 캐피탈(Swarm Capital)로 발전했다) ‘스웜’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중앙의 통제 없이 다수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조직의 모습이 떠오른다.
월가를 뜨겁게 달궜던 한 주가 지나고 나니, 이 단어가 특히나 더 적절해 보인다. 당연히 회원 수가 단숨에 440만명으로 늘어난 한 서브 레딧(Subreddit)의 개인 투자자들이 모두 힘을 모아 거대 헤지펀드들을, 그것도 게임스탑, AMC 엔터테인먼트(AMC Entertainment), 블랙베리(BlackBerry) 같은 이른바 ‘밈 주식(meme stock)’에서 ‘숏 스퀴즈(short sqeeze, 주가가 급등하는 바람에 저가에 공매했던 주식을 더 비싼 가격에 되사서 손실을 만회하는 것)’를 하도록 압박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베츠 개미들의 집단적 매수 움직임이 거대 기관들에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안겼다. 이 때문에 멜빈 캐피탈은 시타델(Citadel)과 포인트72(Point72)로부터 27억5천만달러에 이르는 긴급 자금을 지원받았다. 마치 개미 떼(swarm)가 코끼리를 공격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이번 월스트리트베츠 사태가 암호화폐 커뮤니티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만큼, 그 이름이 암호화폐 벤처에서 유래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아직 이런 다툼이 블록체인에서 일어나지 않았을 뿐, 암호화폐 업계 특유의 극적인 요소는 다 갖췄던 셈이다.
일례로 소셜 캐피탈(Social Capital)의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CEO가 CNBC와 한 유명한 인터뷰가 있다. 그는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에서 글을 읽다가 대장 개미의 말대로 투자해 50만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그는 “최근 이틀간 자신이 배운 교훈이 CNBC 시청자들에게 중요한 가르침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개미들의 반란은 지난 2008년 금융 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기득권층을 향한 매우 중요한 의미의 반발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기저에 오랫동안 존재해 온 월가에 반대하는 저항적 분위기를 닮았다.
게임스탑 사태가 더욱 전개될수록, 트위터는 이 사태와 암호화폐 업계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암호화폐 업계가 얻어야 할 교훈에 대한 이야기로 시끌벅적했다.
갤럭시(Galaxy)의 마이크 노보그라츠 CEO는 거대 기관들을 위해 조작하는 시스템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번 사태는 “디파이를 지지하는 커다란 움직임”이었다는 트윗을 올렸다.
그러던 지난 28일, 레딧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거래앱 로빈후드(Robinhood)에서 논란의 게임스탑 주식에 접근 자체가 불가하도록 매수 버튼을 아예 없애 버렸고, 로빈후드의 ‘스트라이샌드 효과’라 부를 법한 엄청난 반발이 뒤따랐다. 이에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탈중앙화된 거래소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반격에 동조했다. 그리고 셰이프시프트(Shapeshift)의 CEO 에릭 부르히스에게 이는 자사가 새로 내놓은 탈중앙화 서비스를 홍보할 완벽한 기회였다.
그리고 불가피하게도 암호화폐 업계의 ‘밈 토큰’인 도지코인(Dogecoin)에도 WSB 현상이 퍼졌다. 도지코인 가격은 800% 이상 급등해 신고점을 기록했는데, 코인데스크의 윌 폭슬리는 다음과 같은 트윗을 올렸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