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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재
유신재 2018년 3월28일 21:23
한겨레 자료사진
방글라데시 삿키라시. 한겨레 자료사진


4년 전 이맘때 방글라데시에서 한 달 가량 머물렀다. 그곳에 진출한 한국 의류기업 영원무역 공장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현지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에서 두 달에 걸쳐 취재준비를 했지만, 막상 도착하니 전혀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방글라데시는 국민들이 자신의 신분을 입증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행정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만나 이야기를 들은 취재원들이 실존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게 간단치 않은 일이었다. 10여 년 기자생활 중 처음 마주한 상황. 정부가 보증하지 못하는 신분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하나같이 집안 한 구석에 꼬깃꼬깃한 종이뭉치들을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있었다. 학교 졸업장, 병원 진료기록, 월급명세표, 이미 오래 전에 그만둔 직장의 사원증 따위를 말이다.

취재준비 과정에서는 좀처럼 납득할 수 없었던 의문들이 조금씩 풀렸다. 공장 건물이 무너져 숨진 노동자들, 공장에 불이 나 숨진 노동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보상을 하는 일이 왜 그리 더딘가, 길거리에서 발견된 주검이 누구의 것이고 왜 죽었는지 밝히는 게 왜 그리 어려운가 하는 의문들 말이다. 정부 기능이 취약한 국가의 국민들의 삶은 고달프고 위험하다. 공적인 신분 확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가장 기본적인 행정 서비스에도,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공정한 선거 제도에도, 보다 풍족한 삶을 계획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에도 접근하기 어렵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방글라데시가 다시 떠올랐다. 극심한 정치적 갈등, 부정부패, 국제관계 등 다양한 요인들에 발목을 잡혀있는 정부가 갑자기 행정력을 업그레이드한다는 건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이라면 정부 기능이 취약한 나라의 사람들에게 믿음직한 신원 확인 시스템을 마련해줄 수 있다. 암호화폐는 힘들게 번 돈을 이불 밑에 꽁꽁 숨겨두는 사람들에게 은행과 같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유엔(UN)은 시리아 난민들을 대상으로 이미 이 같은 실험들을 시작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블록체인 기술이 세계적 차원의 빈부격차 해소라는 인류의 가장 큰 숙제를 해결하는 데 획기적인 구실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나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블록체인을 접하며 방글라데시를 떠올렸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블록체인의 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을 펼치고 있다.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제도와 관행을 바꾸려는 아이디어와 실험들이 나타나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매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열정적으로 새로운 생각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강렬하고 즐거운 지적 자극을 경험하고 있다. 코인데스크코리아의 독자들과 이러한 즐거움을 나누고자 한다.

블록체인 기술과 사업모델을 선도하는 개발자와 기업들은 주로 미국에 집중돼 있다. 중국에서도 최고의 두뇌들이 블록체인 분야로 뛰어들고 있다. 국외 소식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서는 온전한 블록체인 전문 매체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판단, 지난해 여름 창간 준비를 시작하면서부터 국외 전문 매체들과 협력을 모색했다. 그 중 세계적으로 권위와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코인데스크(coindesk.com)와 반 년 동안 협의를 거쳐 제휴를 맺게 됐다. 블록체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국내 독자들에게도 이미 잘 알려진 코인데스크는 2013년 창간한 블록체인 분야 전문 매체다. 코인데스크가 제공하는 비트코인 가격지수(Bitcoin Price Index)는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한 세계 유력 매체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지수로 자리잡았다. 매 분기마다 블록체인 기술의 최신 발전 상황을 분석하는 연구보고서 ‘스테이트 오브 블록체인(The State of Blockchain)’을 발간하고 있다. 코인데스크가 해마다 뉴욕에서 개최하는 컨퍼런스 ‘컨센서스(Consensus)’는 블록체인 업계에서 가장 권위있고 규모가 큰 행사로 자리잡았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코인데스크의 영문 기사를 우리말로 번역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번역 작업은 <뉴스페퍼민트>(newspeppermint.com)가 맡는다. 뉴스페퍼민트는 ‘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제공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2012년부터 주요 외신 기사를 선별해 번역해온 미디어다. 경제, 경영, IT, 인공지능, 의학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멤버들로 구성된 뉴스페퍼민트는 다방면에 걸친 블록체인 관련 기사를 번역하기 위한 최고의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국내 뉴스는 코인데스크코리아 소속 기자들이 책임진다. 아이폰이 처음 한국에 들어온 2010년 통신분야 담당으로 기자생활을 시작한 윤형중 기자는 경제주간지(매경이코노미), 종합편성채널(TV조선), 한겨레신문을 거쳐 코인데스크코리아 창간멤버로 합류했다. 취재원의 말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원자료를 분석하는 습관이 밴 기자다. 새로운 기술이 바꿔나갈 세상과 구조적인 문제의 개선에 관심이 많다. 박근모 기자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 법학을 전공했다. 수년 동안 IT 전문 블로그를 운영했다. 취미삼아 운영한 블로그였지만 리뷰 대상 기업들로부터 항의를 받을 정도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법 입소문이 났다. IT 전문매체 <키뉴스>에서 2016년 말부터 블록체인 분야를 전담했고, 지난 2월 코인데스크코리아 준비팀에 합류했다. 국내에서 가장 앞서 블록체인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기자로 손꼽힌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가 깊은 경제, 금융, 정보기술(IT), 법률,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글도 선보인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전주용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센터장,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사단법인 C.O.D.E. 이사장),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김열매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윤준탁 SK플래닛 11번가 기술기획 담당 매니저 등이 현재 코인데스크코리아의 필진이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성급한 흥분과 섣부른 비관을 모두 경계한다. 다만 신중하고 진지한 자세로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블록체인 세상을 탐구해 나갈 것이다. 그 흥미로운 여정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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