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릭, 한국 대학생들 만나 이더리움 인재상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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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중
윤형중 2018년 4월3일 13:44
비탈릭 부테린이 2일 서울 연세대에서 한국 대학생들을 만나 이더리움재단이 원하는 인재상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윤형중 기자


지난 2일 방한한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24)은 이날 오후 서울 연세대를 찾아 130여명의 대학생을 만났다. 부테린은 이더리움재단이 찾는 인재상을 제시하는 한편, 이더리움재단이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 중인 '확장성' 논란에 대해 학생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만남에는 이더리움 재단에선 부테린을 포함해 15명이 참석했고, 포항공대와 연세대, 서강대, 서울대 등 각 대학교에서 결성된 블록체인 학회원들이 참석했다.

비탈릭 부테린은 강연에서 블록체인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술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중앙화된 시스템보다 500배 가량 느린 이더리움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프로그래밍 언어도 마찬가지다. 어셈블리어를 사용한 시스템이 파이선을 사용한 시스템보다 수백배 빠르다"며 돌발적으로 "여기 어셈블리어 사용하는 개발자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시 부테린이 "파이선으로 개발한 적이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말하자, 청중들 가운데 수십 명이 손을 들었다. 파이선은 간결한 문법으로 비전공자도 다소 쉽게 입문할 수 있는 컴퓨터 언어다. 부테린은 파이선과 어셈블리어의 관게에 빗대어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역설했다.

사진 윤형중 기자


이날 채용을 주제로 강연을 한 이더리움재단의 알버트 니는 "이더리움재단에서는 높은 연봉과 멋진 타이틀, 안정감 등을 누릴 순 없지만, 열정적이고 뛰어나며 이타적인 사람들과 일할 수 있고, 블록체인 역사에서 특별한 시기에 특별한 문제점들과 씨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연세대의 블록체인학회에 참여하고 있는 이용준(경제학과 2학년)씨가 "비개발자가 블록체인 분야의 일을 하려면 반드시 코딩을 배워야 하는가, 아니면 개발자가 아니라도 이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나처럼 경제학도가 아닌 역사학도, 문학도가 기여할 수 있는 방법도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부테린은 "이 자리에 온 이더리움재단 사람 가운데 4명, 즉 25%정도만이 개발자"라며 "그동안 채용한 사람 중엔 경제학도와 사회학도를 비롯해 윤리학을 전공한 사람도 있었다. 최근에는 행동경제학에 정통한 사람을 뽑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단의 개발자인 버질 그리피스(Vergil Griffith)는 "컴퓨터 화면 속에는 분명 개발자들이 해야할 일들이 있다. 그러나 화면 건너편에는 사람이 있다. 결국 이 일도 사람의 심리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개발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고 말했다. 이더리움재단에서 유일한 한국인인 존 최는 "나도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코딩이 필요할 것 같아 약간 공부하긴 했다. 그러나 개발자들과 대화를 나눌 정도의 코딩 이해력만 있으면 되고, 경제학적 측면에서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 답했다.

비탈릭 부테린이 강연을 마친 뒤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윤형중 기자


블록체인을 공부하는 학회원들로 구성된 학생들은 이더리움을 포함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맞이하고 있는 최대 현안인 '확장성'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질문을 던졌다. 고려대 블록체인학회(쿠블)의 한 학생이 "샤딩이나 플라즈마 같은 노력이 트릴레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란 질문을 던졌다. 틀릴레마(trilemma)란 비탈릭 부테린이 제기한 개념으로 블록체인에서 세 가지 문제가 서로 얽혀있어 동시에 개선하기 어렵고, 한 가지 문제를 개선하면 다른 두 가지 문제 중의 하나 이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 세 가지 문제는 확장성(scalability), 보안(security), 분산화(decentralization)다. 부테린은 이 질문에 대해 "완벽하진 않지만 이더리움재단에서 노력 중인 샤딩, 플라즈마 등의 프로젝트가 트릴레마 이슈를 더 잘 관리할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에서 박사 과정 중인 한겨레씨는 "데이터를 쪼개서 저장 전달하는 샤딩을 적용하면, 쪼개진 체인 사이에 정보가 오고갈 때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샤딩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질문했고, 부테린은 "그건 예전에 설계된 샤딩의 방식이고, 지금은 머클루트만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큰 부담이 안 된다"고 답했다. 부테린을 포함한 재단 관계자들은 공식적인 행사를 마치고서도 30여분간 학생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부테린의 국내 일정을 이더리움재단과 함께 기획한 크립토서울의 강현정 대표는 "비탈릭이 빠듯한 일정에도 블록체인에 관심 많은 대학생들을 만나고 싶어했다. 이런 만남을 계기로 학생들이 세계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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