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포크로 거저 받은 코인도 세금 매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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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ri Marian
Omri Marian 2018년 4월4일 10:57
이미지 출처: gettyimages


이 글은 옴리 마리안(Omri Marian)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법학 교수가 코인데스크에 기고한 글이다. 마리안 교수는 미국 변호사협회 세제분과 위원으로 암호화폐 과세와 관련된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현재 미국의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말정산 마감일(4월17일)을 앞두고 암호화폐로 얻은 수익에 대해 어떻게 세금을 매겨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곧 암호화폐 과세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참고할 만한 쟁점을 미리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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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2017년 7월 31일 기준으로 비트코인을 처분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었다면, 이튿날 당신은 암호화폐 지갑에 보유한 비트코인 양과 같은 비트코인 캐시가 들어와 있는 걸 확인했을 것이다. 바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적어도 비트코인 캐시 얼마를 소유할 권리가 있다는 일종의 증서라도 받았을 것이다.

만약 비트코인 캐시를 받자마자 이를 바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달러 화폐로 교환했다면 그 돈은 과세대상 소득이 되고, 당신은 그 액수를 정확히 신고해야 한다. 돈으로 바꿨다면 간단한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좀 더 복잡한 질문이 남는다. (하드포크로 받은) 비트코인 캐시 자체도 과세 대상일까?

미국 세법(IRC)에는 암호화폐에 어떻게 세금을 매길지에 관한 구체적인 조항이 없다. 당연히 비트코인에서 비트코인 캐시로 분화한 과정을 일컫는 하드포크에 대한 규정도 없다. 암호화폐라는 개념 자체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개념이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현재 세법에서 참고할 만한 조항으로는 2014년에 제정된 지침 정도가 있지만, 여기에도 암호화폐가 새로 생겨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은 마땅히 찾기 어렵다.

명확한 법 조항이 없을 때 변호사나 판사들은 이미 있는 세법의 적용을 받는 비슷한 거래를 찾아 그 사례에 비추어 과세 기준을 세우곤 한다. 안타깝게도 하드 포크에 관해서는 이런 비슷한 거래 사례조차 없다.

세법 조항을 샅샅이 뒤져봐도 하드포크 혹은 하드포크와 비슷한 상황에서 세금을 어떻게 매기고 거둘지에 관한 설명이 없다. 그러다 보니 법 조항과 상황에 관한 해석이 분분한데, 이 가운데 합리적인 주장도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쏟아져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2017년 특정 시점에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가 하드포크로 분화돼 새로 태어난 코인을 받게 된 사람들은 납세의 의무를 다하려고 해도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이 글에서는 왜 하드포크에 관한 조세 규정이 불확실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고, 무엇보다 미국 국세청에 이런 문제에 관해 방침을 오해의 소지 없이 분명히 해줄 것을 촉구하려 한다.

하드포크가 낳은 난제들

미국 대법원은 과세 대상 소득의 정의와 특징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부의 가치가 분명하고, 그 가치가 명백히 실현됐으며, 납세자가 온전한 지배력을 가지는 모든 소득"이 과세 대상이다.

이 문장을 쪼개어 보면 세 가지 구성 요건을 찾을 수 있는데, 먼저 그 가치가 분명해야 한다는 요건은 하드포크로 분화된 암호화폐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 비트코인을 보유한 사람이 추가로 받은 비트코인 캐시는 어쨌든 그 가치가 분명히 정해져 있다. 하지만 나머지 두 가지 요건, 즉 그 가치가 실현돼야 한다는 것과 (납세자가) 온전한 지배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하드포크에 적용했을 때 해석이 엇갈릴 소지가 다분하다.

먼저 가치가 실현됐느냐는 요건부터 따져보자. 가치가 실현된 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긴다는 규정은 소득세법의 근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곧 납세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것과 실질적으로 다른 어떤 것을 손에 넣게 된 거래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 캐시는 비트코인과 실질적으로 다른 자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사람들은 언젠가 일어날 것이 틀림없던 하드포크를 염두에 두고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해석해야 할까? 비트코인 캐시는 새로운 종류의 자산인가? 아니면 비트코인에 원래 내재하는 가치를 증명한 것에 불과한가?

비트코인 캐시를 갖게 되는 것은 원래 들고 있던 비트코인을 소유한 것과 다르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다른 속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들면 될 것을 마다하고 굳이 체인을 둘로 나누는 소란을 감수하며 만들어낸 비트코인 캐시라는 것이 비트코인과 다를 바 없는 거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반면에 당신이 소유한 땅에서 광물을 발견해 캐낸 상황을 가정해보자. 광물은 그 광물이 묻혀있던 토지와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토지를 소유한 당신이 당신 땅에서 캐낸 광물이라도 그 광물을 팔아서 이득을 얻기 전까지는 광물을 캤다는 것 자체를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팔기 전까지는 (내 땅에서 캔) 광물이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규정은 그렇게 규정을 정했기 때문에 성립한다는 점이 바로 문제다.

게다가 (채굴이라는 개념이 아무리 비트코인에서 중요하더라도) 광물을 캐는 작업과 하드포크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토지와 광물은 단 한 순간도 같은 적이 없었다. 땅 주인은 묻혀있던 광물을 캐냈을 뿐, 광물을 만드는 데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다.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비트코인 캐시를 받은 이유는 분명하다. 비트코인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들고 있던 사람들에게만 분리된 체인에 따라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캐시를 함께 보유할 권리가 주어졌다. 이들은 그 어디서 무엇도 직접 캐내지 않고 새로운 걸 얻었다.

체인 분리와 주식 분할

그래서 하드포크는 보유한 주식에 비례해 지급되는 배당 혹은 주식 분할에 비유되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이기도 한다. 주식을 나누기로 할 때 주주들은 원래 보유하고 있던 주식에 비례해 정해진 비율에 따라 새로운 주식을 받는다.

현행법상 주식 분할은 대체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또한 명확히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식 분할과 하드포크가 유사한 점이 없지 않지만, 여전히 하드포크를 주식 분할에 비유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명확하지 않다. 주식 분할을 생각해보면, 원래 들고 있던 주식이든 새로 받은 주식이든 같은 회사의 지분이라는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증서라는 점은 똑같다. 체인을 분리한 뒤 새로 지급되는 암호화폐가 소유하는 자산은 기존 암호화폐가 소유하는 자산과 다르다. 원장이 분리돼 완전히 독립된 시장에서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는 새로운 화폐인 셈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아직 명확한 지침이 없기 때문에 일단 보수적인 해석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보수적인 해석이란 하드포크를 통해 비트코인 캐시를 받은 건 자산 가치가 실현됐다는 뜻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가치가 실현됐으면 그에 맞는 세금을 매길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보수적으로 해석한다고 해도 여전히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먼저, 정확히 언제 그 가치가 실현된 것으로 봐야 하는가? 그리고 가치가 실현됨으로써 소득은 정확히 얼마만큼 발생한 것인가?

다시 말해, 비트코인 캐시나 체인이 분리되면서 발생한 암호화폐를 자동으로 받게 된 것을 소득으로 신고한다고 할 때 정확히 소득 액수를 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이 부분에서는 또 온전한 지배력에 관한 요건도 관련이 있다.

실현된 가치의 액수란 보통 실현되는 시점에 정해진다. 즉, 납세자는 자산의 가치를 실현할 때 비로소 거래를 통해 얻은 자산에 대한 온전한 지배력을 가지게 된다. 세무 계산상 수입(소득)으로 간주하여 과세 대상으로 삼는 인정수입(constructive receipt)에 관한 조항을 보면, 가치가 실현되는 시점은 곧 납세자가 소득을 쓸 수 있게 되는 시점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급여를 수표로 받았을 때 수표를 입금하지 않음으로써 소득 신고를 누락할 수는 없다. 그 수표를 입금하지 않고서는 수표에 쓰여 있는 액수의 돈을 수중에 넣을, 즉 그 가치를 실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원래 코인을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는 체인이 분리되는 순간 새로운 코인에 대한 소유권이 생기는 셈이다. 이렇게 본다면 하드포크의 순간 가치가 실현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체인이 분리되는 순간 가치가 실현된다면 그 실현된 가치가 0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왜냐하면, 새로운 코인이 생겨난 그 순간은 아직 그 코인을 거래하는 시장이 생겨나기 전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가격이 합의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이를 종합해 정리해보면, 비트코인 캐시를 받는 상황은 세금을 매겨야 하는 과세 대상이다. 다만 과세 대상인 소득의 실현된 가치가 0달러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일리 있는 반론도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하드포크 전에 비트코인 캐시가 온라인에서 선물(先物)로 거래됐다. 선물 거래가격을 토대로 역산하면 하드포크 하는 순간에도 이미 비트코인 캐시는 0보다 큰 가치를 지녔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선물이 거래되던 온라인 플랫폼은 소위 "공인된 거래소"가 아니다. 세법상 어떤 자산의 시장 가치를 판명할 때는 반드시 공인된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격만이 참고 대상이다. 체인이 분리되는 순간에 발생한 자산에 대해 얼마를 세금으로 매겨야 적당한지는 결국 계속 논란으로 남는다.

게다가 많은 사람은 코인베이스 같은 중개소에 개설한 지갑에 암호화폐를 보관한다. 이런 경우 가치가 언제 실현되었는가를 규명하기 더 복잡한 측면이 있다. 코인베이스를 포함한 중개소가 하드포크를 인정하고 시스템상에서 비트코인 캐시 생성을 지원하기로 하기 전까지는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도 비트코인 캐시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개소가 고객의 암호화폐 지갑에 하드포크로 생겨난 새 코인을 넣어줄 때쯤이면 이미 시장에서 새 코인 가격이 형성된 뒤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갑에는 다소 시차를 두고 들어왔지만) 어쨌든 새로 받은 코인의 실현된 가치가 얼마인지도 시장 가격을 토대로 계산할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또 있을 수 있다. 투자자는 언제든 하드포크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중개소의 지갑에서 암호화폐를 인출한 뒤 하드포크로 생겨난 새 코인을 수령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정수입 원칙으로 돌아가면 여전히 실현된 가치를 0달러로 볼 근거가 있는 셈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요컨대 현행법상에서 하드포크를 과세 대상으로 봐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더라도 여전히 실현된 가치를 얼마로 봐야 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으므로, 소득을 신고할 때 얼마로 적어내야 하는지 마땅한 기준이 없는 셈이다.

2017년에만 여러 차례 하드포크가 일어났다. 무엇보다도 국세청이 하드포크에 어떻게 세금을 매길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정해 지침을 내리는 것이 시급하다.

국세청이 실제로 이 과제를 제대로 해낼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당장 최근 통과된 세제 개편안에 따라 세부 사항을 마련하고 조율하는 일만 해도 어마어마한 작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관련 규정을 마련하는 일이 아무리 시급하다고 해도 국세청의 발등에 떨어진 불의 불길이 워낙 거세다.

번역 :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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