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첫 '블록체인 주지사' 예비후보의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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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c Ross
Alec Ross 2018년 4월13일 04:30
이미지 출처: wikipedia.org


* 글을 쓴 알렉 로스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혁신 자문위원회의 선임위원을 지냈고, <미래의 산업>이라는 책을 썼다. 그는 현재 민주당의 메릴랜드 주지사 예비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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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그리고 나는 블록체인 기술을 믿는다.

위의 두 문장이 나란히 쓰이는 경우를 본 적이 없는 분 많으실 줄로 안다. 이는 공공부문이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잡지 못하고 뒤처졌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활용하는 건 마치 깨끗한 신재생에너지 혁신을 받아들이거나 환자의 목숨을 살리는 신약 개발을 장려하는 것처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아직 그런 세상은 오지 않았다. 블록체인을 비롯한 새로운 기술에 밝은 사람이 정치하겠다고 나서면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여겨진다. 나는 이 인식을 바꾸는 데부터 시작하려 한다.

나는 메릴랜드주 주지사에 도전하는 민주당 예비후보다. 수도 워싱턴 D.C.와 이웃한 메릴랜드주는 기술과 혁신을 가장 앞장서서 이끄는 곳이다. 나는 공공부문과 기술 관련 창업기업 양쪽에서 경력을 쌓았다.

나는 블록체인과 분산원장 기술을 오랫동안 눈여겨보며 공부했고, 이 현상을 최근 내가 쓴 책 <미래의 산업>에 자세히 담았다. 더 많은 독자가 블록체인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책을 쓰는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

이제 나는 변화를 이끄는 힘을 지닌 블록체인 기술을 공공부문에 들여오는 데 앞장서려 한다. 델라웨어주나 일리노이주가 이미 발 빠르게 블록체인과 관련해 의미 있는 실험을 했다. 이들의 노력은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여전히 나는 올드 라인 스테이트(Old Line State, 역전의 용사를 낳은 주라는 뜻으로 독립전쟁 당시 조지 워싱턴 장군이 메릴랜드주 출신 부대원들의 용맹을 치하해 붙인 별명. 이후 메릴랜드주의 별칭으로 굳어졌다.)라는 다소 모순적인 별명과는 무관하게 메릴랜드주야말로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한 혁신을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역량을 충분히 갖춘 곳이라고 믿는다.

블록체인 관련 기업을 제대로 지원, 육성하며 블록체인의 이점을 행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도입해 혁신을 이루는, 블록체인을 품은, 블록체인을 앞세운 메릴랜드주를 미국 다른 주는 물론 전 세계 모든 나라, 모든 정부에 당당히 보여주는 것이 나의 꿈이자 목표다.

블록체인을 키워내기에 더없이 좋은 기반

다음은 메릴랜드주가 두각을 나타내는 산업 분야 목록이다.

생물공학과 생명과학
IT, 사이버보안
첨단 제조업
국방, 연방정부
항공우주 방위산업
금융업
에너지와 친환경 산업
농업
하나같이 블록체인을 적용해 혁신을 이루기 꼭 알맞은 업종이다. 민관 협력 제휴 프로젝트, R&D 투자, 공공부문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 등 각각 분야별로 맞춤형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다.

또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메릴랜드의 대학교와 함께 앞으로 생겨날 블록체인 관련 일자리에 알맞은 인재를 육성하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블록체인 업체들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시험해보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출범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으로 메릴랜드주의 브랜드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보 보안, 진실성, 그리고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사실을 기록하는 것 등 블록체인의 근본적인 가치는 곧 시민을 위해 복무하고 봉사해야 하는 공공기관이 최우선으로 갖춰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정부에 도입하는 것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일이기도 하다.

출생 신고와 사망 신고, 교육과 의료보험, 사업자 등록, 건축 허가, 세금 신고, 각종 법원 판결 등 사회가 굴러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수많은 결정과 그 기록을 정확히 남기고 보관하는 일은 정부가 맡은 기본적인 업무 가운데서도 특히 중요한 일이다. 시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정부에 그 일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상당히 오랫동안 국가는 신원 증명, 재산 등기와 가치, 거래 공증, 각종 허가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기록을 증명하고 보관할 때 종이에 도장을 찍어 문서의 진위를 표시하는 방법을 썼다. 문서 위변조, 사기, 부패가 파고 들 틈이 많았고, 사람이 기록을 적고 옮기다 실수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 투명성을 보장하는 방법도 마땅치 않다 보니, 가끔 정부가 시민을 위해 복무하는 건지 아니면 시민들이 정부의 시스템에 끌려다니는 건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도 많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렇게 중요한 문서들을 처리하고 증명하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 획기적인 기술적 토대를 제공한다. 제대로 구현된다면 블록체인 덕분에 온 사회의 신뢰가 높아질 것이다. 중요한 기록을 관리하는 권한이 권력이 되어 정부가 이를 잘못 쓰기도 했지만, 이제 블록체인 덕분에 권한은 분산되고 권력도 민주적으로 나뉠 것이며 투명성은 높아지고 업무 비용은 줄어들 것이다.

메릴랜드주 정부는 주 정부 가운데서도 이미 앞장서 신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잘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조직 전체로 보더라도 관련 경험이 풍부한데다 기술에 밝은 유능한 공무원도 많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담대한 도전정신과 블록체인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과 비전을 과감히 제시하는 지도자다.

나는 오랫동안 한 발은 IT 산업에, 다른 한 발은 정부에 담근 채 양쪽을 넘나들었다. 국무부에서 일할 때는 미국 외교 정책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업무를 맡았다. 새 기술 덕분에 업무 속도는 빨라졌고, 업무의 틀이 바뀌더니 이내 변화는 혁신을 불렀다. 무엇보다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는 일은 계획대로 진행됐고, 부처 전체를 개선시켰다.

주 정부가 시도할 수 있는 실제 사례

주 정부가 우선 실행에 옮길 만한 사업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정보 보호: 정부가 수집해 보관하고 있는 개인정보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절대 다른 데 유출되면 안 되는 민감한 정보다. 그런데 우리 모두 알다시피 이렇게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잦아졌고, 데이터 보안, 개인정보 보호 등에 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블록체인은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믿을 만한 기술이다. 기록은 암호화되어 안전하게 보관되지만, 동시에 기록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도 분명한 장점이다. 메릴랜드 주민 가운데 데이터 보안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지난해 주 정부는 데이터 유출 혹은 개인정보 침해 관련 고지 요건을 강화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법은 강화했지만, 아직 실제로 안전하게 데이터를 관리하고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하지는 않았다. 다음번에 해야 할 일이 바로 그 작업이다.
재산 등기: 개인의 재산을 정확히 기록하고 그 기록을 보관하는 일은 공공기관의 업무 가운데 특히 중요한 일이다. 토지 등기, 부동산 증서, 차량 등록증 등은 모두 시민의 재산을 증명하고 그 가치를 보증하는 문서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시민의 재산 기록을 필요할 때 꺼내볼 수 있되 누구도 기록을 조작할 수 없도록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편리하고 안전하면서 비용도 덜 든다. 문서에 정부가 증명한다는 도장 하나 받으려고 관공서에 가서 한참 동안 줄을 서 기다렸던 모든 메릴랜드 주민들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당장 변화에 나서야 한다.
거래 증명: 정부는 세수(稅收)를 제대로 관리하고 운영할 책임이 있다. 세금으로 조성한 공공기금이나 공적 자금이 눈먼 돈으로 인식돼 부실하게 관리되고 비효율적으로 펑펑 쓰이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아예 돈을 빼돌리려는 범죄자도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세금으로 거둔 돈이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쓰이는지 추적할 수 있다.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하면 모든 상품, 서비스 용역과 조달사업에 쓰인 돈의 기록이 남고, 이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문서를 공증하고 민간 부문의 계약을 확인하는 일도 할 수 있다. 밀실 행정이나 짬짜미가 횡행한다는 정부에 씌워진 오명을 단숨에 씻어내는 데 블록체인 기술은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법 준수 여부 감사: 법과 규정을 잘 지키는지 감시해야 하는 규제 당국이 하는 일 가운데도 거래 증명을 활용할 수 있는 사례가 아주 많다. 예를 들어 재배부터 판매까지 마리화나의 경로를 추적해 규정이 잘 지켜졌는지, 세금은 잘 내는지 추적하고 감사할 수 있다. 블록체인에 남은 기록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
신원 확인: 정부는 모든 시민의 신원을 확인해 신분증을 발급한다. 시민들은 신분증을 가지고 자신을 증명해야 학교에 가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투표도 하는 등 필요한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메릴랜드주는 이 신원 확인 절차를 복잡한 서류 없이 더 간편하면서도 안전하게 할 것이다. 보안이 확실한 블록체인 상의 신원 확인 서비스 덕분에 시민들은 마음 편히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뛰어난 비용 절감 효과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진화는 계속된다

정부에 블록체인 혁명을 일으킨다는 말은 지금 있는 모든 기관, 조직을 해체하고 이를 블록체인으로 대체한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현행 제도와 기능을 개선하고 강화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이 제공하는 대안을 적절히 버무리면 기존 조직의 뼈대를 유지하면서도 공공 서비스가 나아지고 궁극적으로는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중앙 관리자가 필요 없는 익명의 블록체인 환경을 지금 당장 전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우선 주요 기록을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온 정부 기관이 기존의 경험과 역량으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관리하되 새로운 기술은 적합한 분야에 도입돼 정부를 보조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개시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이미 다 개발돼 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보급률도 시민들이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지장이 없을 만큼 높다. 정부가 도입할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시행착오는 그 규모와 깊이를 고려해보면 이미 민간부문 시장에서 다 거치고 겪었다.

요컨대, 이미 중요한 걸음을 내딛는 데 필요한 기술적인 요건은 다 갖춰졌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인 의지다.

번역 :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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