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 시대, 중앙집중형 고용정책은 안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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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이 글을 쓴 최공필 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은 미국 버지니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국제금융/화폐금융/거시계량경제) 학위를 받았다. IMF 위기 직전인 1997년 3월 '경제전망과 금융외환시장 동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자체 개발한 국가위험지표를 통해 외환위기를 미리 경고해 이름을 알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코노미스트, 세계은행(World Bank) 컨설턴트, 국가정보원 경제담당 NIO, 우리금융지주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등 다양한 경력을 쌓은 보기 드문 경제학자다.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을 자주 해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을 달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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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출현이 본격화되고 있는 현 시대의 화두는 고용창출이다. 그런데 방법이 마땅치 않다. 오죽하면 정부가 나서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고용절벽을 극복하려 나서겠는가? 그런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지금의 노력이 지속적인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위험이다.
이미 새로운 세상에는 참여자들 스스로의 자발적 노력을 통해 초연결 환경에서 새롭게 필요하게 된 다양한 수요기반을 파악하고 충족시키는 것이 고용의 근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 중후장대산업과 같이 큰 자본이 장기간 필요한 것이 아니기에 대기업이나 정부가 딱히 나서야 할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를 정책노력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일자리 창출 지원방식도, 주도하는 주체도 시대의 상황과 맞지 않다. 미래재원을 당겨 쓰는 고육지책보다는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려는 민간 스스로의 노력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급박할 수록 변화된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면밀한 준비를 통해 모두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놀라울 정도의 외면과 단기 실적만 찾는 과거방식에의 집착이다.

싫든 좋든 지금은 초연결 환경의 시대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연결로 만들어진 변화 속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동안 주로 경제행위는 법적으로 인정받은 신뢰주체를 근간으로 이루어졌다. 고도성장기에는 효율적인 관료 시스템으로 구축된 신뢰의 토대가 비교적 건실하게 유지되었기에 민간들도 시장에서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외부 환경은 안주하고 싶은 우리를 비웃듯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제 겨우 성과를 즐길만하게 되었는데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할 정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작 변해야 할 기득권과 시스템은 그대로 둔 채로 당장의 성과를 위해 상당한 재원이 동원되고 있는 속수무책의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촘촘한 연결로 인해 국경과 산업 간 영역구분 없는 직거래가 가능해지면서 현 체제의 효율성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급작스레 경쟁력이 처지는 부문을 지탱하기 위한 임시방편의 처방들이 강화되고 있다. 사회적 공감대에 기초한 각종 인프라 및 제도 구축의 속도에 비해 기술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각종 시장마찰적 요인관리를 위한 정책수요는 늘어가지만 부지런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미온적이어서 모두가 망연자실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제라도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미래”를 제대로 파악하고 준비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핵심은 연결된 환경에서 민간 스스로의 다양한 연관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과거의 패러다임은 소수의 신뢰토대를 근간으로 작동하는 중앙화된 폐쇄형 구조이다. 참여의 기회가 중앙에 의해 관리되면서 소위 적격자만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신뢰구축의 기본원리가 선별과 배제이다. ‘스펙쌓기’가 유효했던 시대였다. 그러나 개방된 환경에서는 다수가 딱히 허가 없이도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 경제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엄청난 정책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은 연결의 상실을 뜻하며 젊은이들의 시장참여도 여전히 제한적이다.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비용절감을 위한 자동화와 효율화를 추구하는 기득권들의 폐쇄적 지배구조 하에서 새롭게 진입할 틈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정부가 억지로 고용을 강요할 수 없다. 이미 글로벌 대기업들은 플랫폼화를 진행했고, 플랫폼 운영자로서 수익을 독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래저래 플랫폼에 참여하여 수익에 기여한 민간들의 보상체계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플랫폼 경제의 특성상 수익은 고용자 외에도 시장 참여자들이 알게 모르게 만들어주는데, 수익을 나누는 구도는 여전히 그들만의 세상 안에서 이루어진다. 정부개입의 여지는 줄어들고, 사회공동체로서의 이웃에 대한 시각은 편협한 평가기준의 잣대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포용과 개방의 대원칙에 관한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가 우선적으로 다져져야만 상황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미 엄연히 자리잡고 있는 초연결 환경에서 시사하는 가치창출의 근본은 IoT이전에 민초끼리의 연관이다. 아직 허용되는 연관은 수직적 구도하의 제한적 수평적 연관이다. 결코 공정경쟁이 지켜질 수 있는 연관이 아니다. 기존 신뢰주체들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록 만들어질 수 있는 연관은 제한적이며 네트워크 효과도 커지기 힘들다. 무조건 연관을 늘여가는 것만이 대수는 아니다. 소위 파이프라인 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이 되기 위한 개방과 협업의 자세를 함양해야 한다. 무한경쟁을 자신의 틀 안에서 해결하는 과정에서 좁혀진 시각은 그동안 중앙화된 체제 기반 위에서 인터넷 경제를 구현해온 결과이다. 이제라도 경쟁력의 원천을 보다 넓고 개방적인 시각에서 재구성해야 한다.

최근 들어 용처가 점차 개발되고 있는 블록체인이 본격적 가치창출 기반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이면서 제대로 된 세상을 설계하려는 젊은이들이 움직이고 있다. 기존의 고용방식이 아니라 연결로 다양하게 얽혀진 시장에서 고용주와 종업원의 도식적 관계가 아닌 협업 파트너로서의 관계가 구현되고 있다. 과거 연결되지 않았던 환경 하에서 연관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와 근로시간에 대한 전통적 패러다임이 본격적으로 와해되고 있다. 유연근무제와 긱(gig) 경제(임시직 중심의 경제) 같은 다양한 형태의 시장참여도 관찰되기 시작했다. 은퇴했다고 집에서 TV만 보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모두가 살아있는 한 노동시장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탈중앙화와 분산화는 블록체인 기반 위에서 구현 가능한 민간주도 시장경제의 핵심이다.

아직은 깨어나고 있는 초기 단계이지만 민간들이 스스로 신뢰주체로서, 주인으로서의 책임의식을 행사해야 하는 세상에 살게 된 점을 인식하게 된다면 기존과는 비교가 안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가능해진다. 탈중앙화가 가져다 줄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은 기존 모형으로는 산정하기도 힘들다.
독점적 플랫폼 운영자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우버나 에어비엔비의 몇 배 되는 가치창출 효과를 민간들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정부나 대기업들이 만들어주는 일자리에 의존하는 것은 스스로 탈피해야한다. 한곳에 재원을 집중시키는 것 자체가 초연결 환경의 지배구조상 적합하지 않다.
이미 기존 시장참여자들의 역할과 책임도 구분이 없어지면서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소위 다면적 시장의 전형적 특성이다. 따라서 개인들은 전통적인 마케팅의 대상으로서 인식되기 보다는 스스로 가치창출을 주도해가는 주체로서 보다 다양한 연관에 얽힐 수 있도록 많은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다양한 연관이 소위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기반 위에서 가능하다. 개인이 대강 5-6개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암호화폐는 바로 이같은 실험적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주변의 확실한 신임이자 인센티브이다. 따라서 아직 입증되지도 않은 인센티브와 신임투표에 대해 기존의 증권에 대한 가치산정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치 않다. 물론 묻지마 투자를 지양하고, 과도기의 신뢰토대를 유지하려는 정책적 의도는 충분히 존중되어져야 한다.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전례 없는 생태계를 건전하게 조성하려는 역할은 시대환경에 비추어 어느 노력보다 중요하다. 특히 중앙화된 체제에서 탈중앙화를 수용하는 포용적 자세는 미래 생태계 발전의 결정적 요소이다. 마찬가지로 거대한 신용 사이클이 끝나가는 마당에 전통적인 투자자산의 범주를 벗어난 암호화 자산(crypto assets)에 대한 노출도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한계를 보이고 있는 중앙집중화된 시스템을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커나가려면 이제라도 탈중앙화 세상의 다른 참여자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탈중앙화와 이를 구현해내기 위한 개방형 블록체인, 그리고 암호화폐와 젊은 사고방식이 더욱 중요해진다.
결론적으로 현 경제체제의 선도그룹들과 주체들은 보다 다양한 참여자들로 풍성해질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역사적인 자기혁신과 재창조의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다 함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다양성과 개방성의 생태계 조성은 미래 가치창출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으로 부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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