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동맹, 긴 침묵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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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 Allison
Ian Allison 2018년 5월10일 00:23
이미지 출처 : gettyimagesbank

이더리움 기업용 표준지침 발표


만들어진 지 1년 반이나 지났지만,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얼라이언스(Enterprise Ethereum Alliance, EEA)는 그동안 별 활동 없이 조용했다.

꾸준히 새로운 멤버가 충원된 것을 제외하면 활발하게 진행된 프로젝트도 적었다. 일각에서는 이 컨소시엄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블록체인인 이더리움의 기업용 표준을 끝내 만들어내지 못하라는 추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지난달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얼라이언스의 경쟁자인 분산원장 컨소시엄 R3의 기술 이사는 <미디엄>에 쓴 글에서 EEA는 끝내 기업용 표준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며 그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을 보면 이더리움은 기업이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쟁자들이야 EEA를 일찌감치 파묻어 버리고 싶겠지만, 마침내 개방형 표준 작업의 대강을 보여주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한 지난 2일은 EEA가 그야말로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난 날로 기록될 만하다.

이번 발표가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기업형 블록체인 간에 상호 운용을 가능하게 하는 공개적인 작업으로는 첫 번째 시도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회사들이 개념 증명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제품을 받아들일 시기가 되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당장 컨소시엄에 포함된 업체만 해도 BBVA, 크레딧 스위스, 그리고 JP모건과 같은 글로벌 은행부터 블록체인 스타트업,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전통적인 테크 기업에 이르기까지 무려 500개가 넘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지난 1월에 임명된 EEA의 첫 대표이사인 론 레스닉은 이렇게 다양한 회사들이 참여한 상태에서 불과 1년 반 만에 표준 모형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비교적 빠른 진전이라고 주장했다.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 전기·전자 기술자 협회) 표준 담당 부처가 개발한 무선통신 표준 간의 상호 운용성을 증진하기 위해 만들었던 WiMAX 포럼의 회장을 역임한 레스닉은 통신사들 간의 표준에 관해서라면 백전노장인 셈이다. 레스닉은 코인데스크에 이렇게 말했다.
다른 표준기구들을 보면 이런 작업에 대개 3년 정도가 걸린다. 실제로 IEEE에서는 무언가 결과물을 내놓으려면 4년 정도는 걸린다.

거기에 더해 표준 개발은 원래 더디고 돌다리도 두드리며 가는 과정이라고 레스닉은 이야기한다. (그래서 승인이 필요 없는 빠른 혁신 속도에 익숙해져 있는 많은 암호화폐 창업가들이 표준 개발을 피해왔다)

하지만 제대로 되기만 한다면 표준 개발이 가져다줄 이점은 상당히 많다.

"이더리움 클라이언트 회사들은 모두 이런 구성요소들 및 컴포넌트, 그리고 이들이 서로 어떻게 정보를 주고받는지에 대해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만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 기업이나 기관이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솔루션에 대항하여 경쟁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이정표


레스닉은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얼라이언스가 로드맵에 제시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히며, 전체 작업은 연말이 되기 전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단계로 EEA가 발표한 프로토콜 스택 구조를 보면, 전체 다섯 개의 층위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쪽에서부터 보면 베이스레벨 P2P 네트워크 프로토콜 레이어가 있고, 그 위에는 코어 블록체인 레이어가 있어 합의와 트랜잭션 실행, 그리고 (체인 내부 및 외부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업무를 조직화한다.

그 위에는 체인 안팎의 프라이버시와 스케일링을 전담하는 레이어다. 그다음은 이른바 권한을 관리하고 승인하거나 블록체인 안팎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오라클(Oracle)이 서로 어떻게 작용할지를 규정해놓은 레이어다. 마지막으로 가장 위에는 애플리케이션 레이어가 있다.

기업형 이더리움 스택 구조를 밝힌 데 이어 머지않아 세부 사항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레스닉은 말했다. 그러고 나면 다시 테스트넷과 인증 프로그램이 뒤따를 예정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퍼블릭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데도 관심이 있으므로 EEA는 퍼블릭 이더리움 네트워크와 기업 전용 (프라이빗) 블록체인 작업 사이에 전반적인 융합과 협업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레스닉은 말했다.

"그쪽에서 우리의 스택을 보았으니 기업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 것이다. 기업 쪽의 네트워크가 성장하면 설혹 그것이 전용 네트워크라고 해도 퍼블릭 이더리움 메인 네트워크에 실제로 연결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

청산, 결제를 비롯해 금융 분야에서 가능한 활용 사례를 언급하며 레스닉은 이더리움 재단이 기업의 필요를 파악한 뒤 회원사들의 기여를 통해 필요한 작업을 구현해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컨소시엄도 이에 보답할 준비가 돼 있다. 최근 런던 블록체인 엑스포에서 EEA 설립위원 중 한 명이었던 제레미 밀러는 EEA의 기능 일부가 거꾸로 이더리움 개선 제안(EIP) 형태로 이더리움 퍼블릭 블록체인 코드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이버시 문제


이더리움은 애초에 퍼블릭 블록체인으로서의 용도만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바로 여기에 EEA가 당면한 과제의 핵심이 있는데, 블록체인은 모든 노드에 일어나는 거래에 관한 사항을 전부 다 발송한다.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기업들이 사용하려면 수정이 불가피한 부분이다. 바로 이 부분이 EEA와 코다(Corda), 패브릭(Fabric)과의 차이이기도 하다.

R3의 브라운이 이더리움과 기업은 함께 갈 수 없다고 주장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한 말이다. 브라운은 "이더리움은 모든 참여자와 모든 데이터를 공유하는 기반 위에서 작동한다"고 지적하며 "비즈니스에 접목하기에는 이러한 공개 네트워크가 애초에 구조적으로 잘못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레스닉도 EEA 안에서 "가장 큰 논쟁"은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것이었다고 인정한다. 어떨 때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오가야 하며 프라이버시가 어느 정도까지 강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계속되고 있다고 레스닉은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유럽연합 거주자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해주고 그에 따라 업체들이 데이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려는 유럽연합의 일반데이터 보호규제(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때문에 일이 더 복잡해졌다. 레스닉은 이에 관해 아직 명확히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규제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열려 있는 문제이고 심지어 규제 당국도 이제 막 발표된 일반데이터 보호규제를 어떻게 적용하고 운영할지 확실히 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EA의 스택 구조 가운데 프라이버시를 담당하는 세 번째 레이어는 어떤 데이터가 체인에 발송되고 어떤 트랜잭션이 신뢰할 수 있는 실행 환경에서 일어나야 하는지를 선택하는 메커니즘을 관리하게 될 것이다. 레스닉은 말했다.

"프라이버시를 구현하기 위해 서로 다른 여러 방법이 있다. 메인 네트워크상에서 처리할 것인가, 아니면 체인 외부에서 처리할 것인가, 아니면 양쪽 모두를 조합할 것인가? 설혹 암호화되어 있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공유할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많이 보여줄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프라이버시 문제에 관해 지난해 'EEA라는 왕관에 박힌 보석'이라고 묘사되기도 했던 JP모건 체이스의 쿠오럼(Quorum)은 영지식 증명을 금융 블록체인 설계에 포함함으로써 선구적인 작업을 수행했다. 현재 쿠오럼이 JP모건에서 분사해 나올 수 있다는 소문이 도는 가운데, 쿠오럼을 이끌던 앰버 발데트는 JP모건을 떠나 아직 이름도 정해지지 않은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어쨌거나 레스닉은 제트캐시를 개발한 팀이 계속해서 EEA가 하고 있는 일의 일부분을 담당할 것이며, JP모건도 여전히 스택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고 확인해 주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EEA가 어느 한 쪽 편을 들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쪽 세계에서는 모든 멤버가 동등하게 취급받는다. JP모건의 쿠오럼은 블록앱스나 클리어매틱스 등과 동등하게 다룬다. 만일 멤버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내가 불러서 단단히 한소리 할 것이다. 지금 참여하지 않고 있다면, 스펙이 공개되고 난 뒤에 원하는 것이 들어있지 않다고 해서 다른 말을 하거나 우리를 비난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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