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블록체인: 제조업의 판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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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2018년 5월10일 11:28
casey, token economy

제품의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는 과정을 모두 아우르는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는 기업형 블록체인 기술의 성패를 가를 핵심 분야이자 이른바 킬러앱으로 떠올랐다. 이미 여러 차례 개념 증명, 시험 운영, 조기 출시 등을 거치며 기대치가 높아졌고, 다음 주 코인데스크가 주최하는 컨센서스(Consensus) 콘퍼런스의 전체적인 주제도 기업형 블록체인 기술 가운데 가장 먼저 "실용화될" 기술에 맞춰져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스마트 계약, 데이터 공유 프로토콜, 암호 기술을 사용한 추적을 구현한 프로젝트 덕분에 무역 금융은 날개를 달았고, 위험 관리는 개선됐고, 통관 절차는 간단해지고 투명해졌지만, 세계 무역에서 가장 중대한 변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 변화란 바로 사물인터넷과 3D 프린팅, 그리고 기타 자동화 기술이 마침내 지리적인 제약조건으로부터 제조업을 해방시킬 때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블록체인 기술은 진가를 발휘하여 완전히 새로운, 탈중앙화된 실시간 주문제조 방식으로 생산(on-demand production)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전 세계 경제의 권력 지형을 다시 짜게 하는 대사건이 될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도달하려면 관련 기술이 두루 발전해야 한다. 또한, 제조업자들이 열린 자세로 경쟁하는 동시에 협력하고, 협력하면서 경쟁하는 균형 잡힌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제조업자들은 그 과정에서 블록체인이 할 수 있는 역할에 관해서도 마음을 열어야 한다.

현재는 대형 제조업체, 배송 및 무역, 유통 업체들이 공급망을 개별 기업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공급망이란 공급자가 미리 인증을 받아 구매자의 신뢰를 확립한 뒤에야 비로소 들어갈 수 있게 되는 일종의 클럽 같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자연히 주요 소매업체나 제조업체와 같이 중앙화된 단일 주체, 혹은 집단적으로 인정받은 기존 공급업체들의 컨소시엄이 관리하는 분산원장을 바탕으로 한 프라이빗 블록체인 시스템을 선호한다. 승인을 받아야만 참여할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기존 공급망 관리의 "클럽" 성격을 강화하게 된다.

하지만 머지않아 소위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 기술이 보급되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재빨리 다양한 주문에 맞춤형 제조를 할 수 있게 된다. 이제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제품을 바로바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 제조업자들은 당장 3D 프린터 공급자와 협력을 맺어야 한다. 그런데 3D 프린팅 산업의 역사가 짧아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업체들도 많을 것이므로, 제조업체와 3D 프린팅 업체 사이에는 기존에 쌓아둔 신뢰 관계가 빈약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일일이 승인이 필요한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당장 이 업체를 블록체인에 들일지 말지 승인하는 주체가 낯선 외부 세력에 대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진입장벽을 세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도 있다. 아무리 새로운 블루오션이라고 해도 매출을 올릴 기회가 무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른 사업체와 제휴를 맺는 데 더 열린 자세로 접근하는 기업들은 승인이 필요 없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것이 공급망 관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만일 아주 간단한 암호 기술을 활용해 3D 프린팅 기계만 식별해낼 수 있고, 거래, 데이터 송신과 전반적인 성과 등 공급망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별도의 승인이 필요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공증하는 장부에 저장할 수 있다면, 이런 시스템 하에서는 사용자들이 매우 손쉽게 생산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고, 고객의 요구에 응대하기도 훨씬 쉬워진다.

멋진 신세계

분명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없지 않다. 결국, 모든 것은 별도의 허가 없이도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이 확장성 문제를 얼마나 잘 풀어내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확장성 문제란 거래량이 늘어나도 이를 어느 수준 이상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갖추는 문제를 뜻하고, 이는 결제 체계와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비롯한 상호운용 프로토콜 등 이른바 "두 번째 층위(layer two)"에 해당하는 기술이 발전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또한, 서로 연결된 프린터, 센서 및 기타 장비들로 구성된 하이테크 제조 네트워크가 신뢰성 높은 데이터를 제공하고 탈중앙화된 신뢰 시스템이 이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내장된 칩을 인증하는 표준도 제정해야 한다.

이런 시나리오는 아직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사고 실험은 매우 색다른 모습의 세계 경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며, 이러한 경제 체제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것들이다.

정밀 부품 제조업체 무그(Moog Inc.)의 혁신팀이 살펴본 도전 과제 하나는 3D 프린팅으로 제조한 부품 솔루션인 베리파트(Veripart)를 구상했을 때 대두됐다. 무그는 해커의 공격이나 사람의 오류로 인해 3D 프린터로 만들어낸 제품에 결함이 있는지 확인할 때 서로 다른 3D 프린터 간에 공유하는 소프트웨어 파일들이 잘못되지 않았는지 보증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그는 또한, 소프트웨어 개발 코드가 한 엔지니어에서 다음 엔지니어로 넘어가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블록체인과 비슷한 분산 신용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런 변화가 일어난다면 제조업 전체의 소유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다. 노동집약적인 공장과 조립 라인들은 과거의 유물이 될 것이고, 원료 생산에서부터 최종 제품을 만들어내는 생산 과정의 단계 자체가 훨씬 적어질지도 모른다. 고도로 개인화가 가능한 제품의 다양한 디자인에 따라다니는 지적재산권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다.

오늘날의 생산 과정을 살펴보면 제품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그 반대 방향으로 돈이 흘러오는 대단히 순차적이고 반복적인 생산 과정이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돼 있음을 알 수 있다. 3D 프린팅과 제조업의 혁신이 블록체인 기술과 만나면 공급망 관리 자체가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팀워크로 굴러가는 모델로 바뀔 것이다. 제조업은 서로 다른 지적재산권들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의 협력을 통한 결과가 될 것이고 이들은 스마트 계약을 통해 최종 판매로부터 들어온 금액을 각각 미리 합의한 비율로 나누어 가질 것이다. 영화나 음악 프로젝트에 기여한 주체들이 로열티를 어떻게 받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이러한 "디맨드 체인"의 세계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서는 컨센서스 콘퍼런스 첫날인 오는 14일 발행될 코인데스크 고문 핀다 웡 (Pindar Wong)의 글을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노동의 새로운 의미

이러한 세상은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그려본 미래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사람의 노동과 제조업의 분리, 창조적 작업의 가치가 계속 높아지는 일은 분명 현실화될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의 제조업 노동에 생계를 기대던 이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일 수 있지만, 성공적인 디자이너와 유명 브랜드를 소유한 이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권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공평하고 조화로우며 혁신적인 사회를 이룩하려면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과 발명가들이 더 좋은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앞세워 경쟁에 뛰어들고 그 결과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가꿔가야 한다. 진입장벽을 낮추고 중간에 사사로운 이익을 좇아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려는 이들의 권력을 줄이며 혁신을 추구하는 노력이 계속되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도 탈중앙화된 구조가 매우 중요하다. 세계 경제가 진화할수록 중앙에서 관리하지 않고, 매개자 없이도 신용을 담보하며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신원을 포함한 데이터, 아이디어를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뜻이 맞는 어떤 사람과도 거래하고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선호할 것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결국 중앙에 관리하는 권력 없이, 중간에서 인위적으로 거래 당사자들을 이어주는 매개자 없이 굴러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미래일 테지만 동시에 매우 잘못될 가능성도 있다. 오픈소스, 오픈액세스, 그리고 승인이 필요 없는 혁신 원리와 같은 기본적인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이 모델이 균형을 잃지 않고 구현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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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이시는 코인데스크 자문위원회 위원장이자, MIT 디지털 화폐 연구의 블록체인 연구 선임 고문이다. ‘Token Economy’는 마이클 케이시의 고정 칼럼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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