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집과 편가르기가 블록체인 발전 가로막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2018년 5월28일 14:36
마이클 케이시는 코인데스크 자문위원회 위원장이자, MIT 디지털 화폐 연구모임의 블록체인 연구 선임 고문이다. ‘Token Economy’는 마이클 케이시의 고정 칼럼이다.




 

casey, token economy

코인데스크의 연례행사인 컨센서스 콘퍼런스를 보면 암호화폐 커뮤니티와 블록체인 커뮤니티의 구성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2015년에 열린 첫 번째 행사에 참석했던 500여 명은 대부분 비트코인의 가치뿐만 아니라 기존의 화폐와 은행을 대체한다는 야심찬 목표 또한 진심으로 믿는 이들이었다. 물론 씨티은행이 스폰서였고 은행업계 종사자들도 참여한 행사였기에 금융기관이 블록체인을 접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반면, 지난주에 열린 네 번째 컨센서스 행사에는 104개 국가에서 총 80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의 분야 또한 자동차 제조업에서 보험회사, 정부 기관, 심지어는 패스트푸드 체인에 이를 정도로 다양했다.

외연의 확장은 내적 갈등을 가져온다. 수많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모인 이 커뮤니티는 외부인들을 배척하고 당황스럽게 하는 다양한 분파로 나뉘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지지하는 순수주의자들은 기존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받아들여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만드는 것을 기득권 강화라 공격한다. 반대로 기업들은 이들을 순진한 이상주의자라 깎아내리며, 그들이 주장하는 복잡한 모델은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게다가 순수주의자들로 이루어진 암호화폐 커뮤니티끼리도 비트코인의 미래를 놓고 다투고 있으며, 이더리움, XRP, EOS, 혹은 그 외 수백 개의 소위 '알트코인'들 사이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벌어진다.

"암호화폐 트위터"에는 사기에 대한 고발과 타 개발자들에 대한 개인적인 공격이 워낙 많아져 "암호화폐 트위터(crypto Twitter)"라는 말이 이제는 조롱, 신랄함, 그리고 인신공격 등과 동의어로 취급될 정도다.

갈등을 피할 수는 없다. 또한, 개발자들이 이런 갈등 때문에 자신의 프로젝트를 계속 개선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이로운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여타 규제기관들이 각종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입장을 취하려 하는 지금, 블록체인 기술의 엄청난 잠재력을 믿는 사람들이 힘을 합칠 수 있다면 블록체인의 발전에 좀 더 도움이 되는 법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여기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 초기 개발에 주도적이었던 순수주의자들은 규제에 저항하는 성향이 암호화폐의 DNA에 새겨진 본능과도 같다고 주장한다. 한편으로 일리 있는 말이기도 하다. 이들은 "누구든지 다 덤벼! (Bring it on)"라고 말하곤 하며, 비트코인과 모네로, 그리고 다른 암호화폐들을 중개인이나 마찰이 없는 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사회적 도구라기보다 자신들의 부를 위한 안전한 피난처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이제 소수다. 커뮤니티의 상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인류를 위한 커다란 잠재력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블록체인 활용 사례를 찾아 시험하고 있으며, 이러한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입안자, 규제기관, 그리고 조심스러워하는 일반 대중을 모두 한배에 태워야 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관점들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고, 이 간극은 결국 신뢰라는 문제에 대해 어떤 접근법을 취하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자유지상주의 성향의 암호화폐 강경파는 "무신뢰" 사회라는 이상, 곧 자기 자산을 관리하고 다른 사람과 가치를 교환하는 일에 개인이나 기관, 기계, 소프트웨어 등을 신뢰해야 할 필요가 없어지는 사회를 꿈꾼다.

이와 대조적으로 초심자 대다수를 포함한 커뮤니티 구성원 대부분은 블록체인 기술이 신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뢰를 강화하는 기술로 생각한다. 즉, 변경이 불가능한 블록체인 원장에 돈과 데이터 거래를 기록해 기존의 신뢰 부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거짓 없이 기록된 신뢰할 만한 기록을 공유함으로써 블록체인 밖에서도 계약을 맺는 데 필요한 인간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고 거래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신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중개인을 필요 없게 만드는 비트코인의 힘과 탈중앙화라는 이상을 내가 강력하게 믿고 있긴 하지만, 신뢰의 필요성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최소한 내가 살고 싶은 세계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사유재산을 지키는 유일한 안전 보장 수단이 내가 사용하고 싶지도 않은 총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암호화폐 강경파는 이런 입장을 순진하다고 말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신뢰하지 말고 검증하라"는 문구를 중요한 기도문처럼 떠받들고 있지만, 나는 로널드 레이건이 말했던 원래 문장을 더 좋아한다. "신뢰하되 검증하라"

우리가 번성하려면 신뢰는 불가피하다. 마음이 열려있고 기꺼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가치를 교환하게 될수록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경제학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부는 창출되는 것이지 어딘가에서 빼앗아 오는 것이 아니다. 협동과 네트워크 효과가 이를 잘할 줄 아는 조직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디지털 경제를 사는 지금은 더욱 그러하다. 이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서로 가치를 교환하기 위해 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신뢰다.

공급망이나 사물인터넷 등 암호화폐가 아닌 다양한 블록체인 응용 분야가 성공하려면, 블록체인에 사용자와 기계가 데이터를 입력하는 단계에서 이들을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순수주의자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이 현실과의 접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블록체인이 있든 없든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기록하고 이를 저장하는 과정을 개선하고 이중지급 거래가 생겨날 가능성을 제거하며 각 입력 데이터의 출처에 대한 변경 불가능한 체인을 만드는 것은 어느 단계도 완전히 믿을 수는 없는 현재 상태에 비해 한 걸음 더 나가는 것임은 분명하다.

코드는 법이 아니다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주로 블록체인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변경 불가능성과 기록 추가만 가능하다는 특징 때문에 "쓰레기가 입력되면 쓰레기가 출력된다"는 문제를 지적한다. 편집이 가능한 기존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오류가 발생하면 이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양측이 모두 동의하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거래를 복구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블록체인 기술에서도 "쓰레기"를 제거하는 것과 사실상 같은 결과가 나타나도록 처리할 수 있다. 이는 인류의 신뢰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계약 당사자들이 약속을 지키게 만드는 법망과 자율적인 규제를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블록체인 기술의 표준과 거버넌스 모델,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성장을 지원하는 법적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법을 꼭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때로 법을 바꾸는 것보다 지금의 법을 블록체인 모델에 적용할 방법을 찾고, 또 어떻게 해야 블록체인 기술과 충돌하지 않을 수 있는 명확한 법리 해석을 내릴 수 있는지 찾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DAO(탈중앙화된 자율 조직,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투자자들은 법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힘겹게 배웠다. 이더리움에 기반을 둔 그 악명 높은 펀드에 있던 치명적인 결함은 스마트 계약의 기반이 되는 코드에 버그가 있다는 사실 외에도 그 코드의 기능을 정의한 계약 내용을 어떤 법으로도 무효화시킬 수 없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다.

해커 혹은 해커들은 그 펀드에서 5천만 달러를 찾았고, 자신들은 버그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가진 고유한 특성을 이용했을 뿐, 이는 완벽하게 합법적인 행동이라 주장했다. 투자자들이 해결을 요구하며 이를 복원하기 위한 하드포크를 진행하자고 이더리움 핵심 개발자들을 설득하자 "코드가 바로 법"이라 주장하던 DAO는 자신들의 고집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기술이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공식적인, 그리고 비공식적인 지배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는 사회적인 기반구조가 절실하게 필요하며, 이러한 지배구조 안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컨센서스 콘퍼런스에 참석한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현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