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S의 교훈: 순수한 온체인 거버넌스는 시기상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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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2018년 7월8일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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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거버넌스는 어렵다.

무수한 논란을 낳은, 내내 정신없던 EOS 출범으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확실한 결론이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더욱 매끄러운 거버넌스와 확장성(scalability)을 보장해주는 합의 알고리듬을 구축했다는 호평을 받던 40억 달러 규모의 EOS 프로젝트마저 의사결정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우선 EOS 합의 알고리듬의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는 21개의 대표노드(BP) 선출에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대표노드는 EOS 블록체인상에서 거래를 검증하며 하루에 1만 달러를 보상으로 받는다. 거래를 검증하고 새로운 블록이 생성되는 것을 관장한다는 의미에서 블록 생산자(Block Producer)라고도 불린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EOS 핵심중재포럼(ECAF)은 대표노드들에 의심스러워 보이는 계정 27개를 동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EOS가 블록체인을 마음대로 감시한다는 논란이 일었고, 중앙화된 통제에 대한 반발과 함께 EOS 블록체인이 과연 변경할 수 없는 속성(immutability)을 지녔는지에 대한 의심도 생겨났다. EOS 핵심중재포럼의 대표단 가운데 한 명이 대표노드를 상대로 소송을 걸겠다고 위협했고, 핵심중재포럼이 작성했다는 가짜 문서가 발견돼자 뉴욕에 있는 대표노드가 자리를 걷어차는 일도 있었다.

EOS를 개발하고 출범 전까지 관리해온 블록원(Block.one) 재단의 CTO이자 창립자인 댄 라리머(Dan Larimer)는 EOS 핵심중재포럼이 실수를 저질렀으며, 이로 인해 EOS의 신뢰성에 해가 간 것이 의심스러운 계좌가 도난당해 자금을 잃는 것보다 더 큰 피해였다며, EOS 헌법을 다시 작성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출시 3주 만에 일어난 이 승강이는 암호화폐 트위터에서 볼만한 구경거리로 떠올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봤을 때 EOS의 위임지분증명(DPoS)을 통한 합의 알고리듬을 비롯해 블록체인에 관한 의사결정을 블록체인 위에서 진행하는 이른바 온체인(on-chain) 거버넌스 방식을 그저 오락거리처럼 다루고 평가해버리기에는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테조스(Tezos)도 ICO로 2억 3,200만 달러를 모으며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했지만, 테조스 재단의 자금 운영 방안을 놓고 창립자들과 재단 이사들 사이에 분란이 발생해 홍역을 치렀다. EOS와 테조스 사태 모두 사람들 사이의 뿌리 깊은 불신이 얼마나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인지를 다시 한번 강하게 일깨워 주었다.

만연한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메커니즘이나 기관을 설립하여 커뮤니티 내에서 신뢰를 공유하고 쌓아나가야 한다. 전체 시스템이 탈중앙화와 중앙화 가운데 어느 쪽을 지향하든 간에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큰 돈이 걸려있을 때 분쟁 해결 메커니즘 내에서 공동의 신뢰를 쌓는 것이 특히 어렵다는 점이다.

“신뢰 쌓기”라는 난제


사실 나는 테조스와 EOS 창립자들, 그리고 디크레드(Decred), 네오(NEO), 카르다노(Cardano) 등의 노력을 응원하고 있다. 이들은 투표나 지분저당(staking) 같은 프로토콜 차원의 솔루션을 통해 블록체인 내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려 애쓰고 있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뒤흔들었던 논쟁이나 하드포크를 피하면서 중요한 변화나 업그레이드에 대한 블록체인 커뮤니티의 의사결정을 도우려 애쓰고 있다.

온체인 거버넌스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혹은 우리의 선택지가 무질서, 독설, 교착상태 아니면 사용자의 신원을 노출시키는 외부 법률 솔루션을 도입하거나 외부 정부 단체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돈과 불신이 결합했을 때의 파장을 극복하기 위한 알고리듬을 설계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지금 우리는 분명히 보고 있다.

EOS가 출범하기 전에 커뮤니티 회원간 논의를 통해 창시된 EOS 핵심중재포럼은 처음부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논쟁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그럴 때는 오프체인에서 이를 다루는 메커니즘이 필요할 거라는 인식에 따라 핵심중재포럼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불명확한 규정과 중재 프로세스로 인해 포럼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질문 하나. EOS 커뮤니티가 위임지분증명 메커니즘에 대한 맹목적일 정도의 낙관 아래 생겨나지 않았더라면 더 안전한 설계로 모든 참여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을까?

다시 말해 온체인 거버넌스 옹호자들이 제기하는 비합리적인 주장이 근본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EOS의 위임지분증명 알고리듬은 EOS에 많은 돈이 몰리자 곧바로 시험대에 올랐다. 초대형 ICO는 EOS의 평가가치가 높으리라는 기대를 불러왔고, 이것이 탐욕과 불신을 불러왔다. 그리고 이는 EOS 네트워크 내에서 권력과 영향력을 획득하는 자가 시스템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을 거라는 인식을 부추겼다.

댄 라리머와 블록원의 다른 직원들, 그리고 EOS 지지자들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표노드들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다양한 견제장치를 신뢰하고 있다. 거래를 취소하기 위해서는 21개 대표노드 가운데 15개가 동의해야 하고, 대표노드는 사실상의 상시 투표를 통해 언제든지 바뀔 수 있으며, 하드포크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EOS를 운영하는 모든 이들은 누구도 함부로 행동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모든 장치가 존재함에도 EOS 시스템 내에는 불신이 팽배하고 심지어 블록체인이 마비되기도 한다.

이런 일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 아니다. EOS에 대한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3개월 전 블로그 포스트에서 한 말도 일리가 있다. 각자 다른 국가에서 일하는 대표노드들이 뇌물을 주고받거나 결탁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늘 그렇듯 돈과 권력은 부패를 부른다.

부테린과 함께 이더리움을 개발한 블라드 잠피르(Vlad Zamfir)는 코인베이스의 공동창립자 프레드 어샴(Fred Ehrsham)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토콜 기반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한 데 반박했고, 부테린도 잠피르의 의견에 동조하며 온체인 거버넌스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록체인 기술의 현주소를 보면 이들의 주장이 맞는 것 같다. 사용자 사이의 불신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이 메커니즘이 만들어내는 신뢰가 아직 부족하다.

현재로서 최선의 선택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길고도 길었던 비트코인의 블록 크기에 대한 논쟁과 그로 인한 하드포크는 결국 비트코인의 기술에 대한 주류 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리더십에 대한 개념이 오랫동안 정립되어 있었던 이더리움의 경우, 때로는 부테린이 CEO 같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테린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는 루머가 돌았을 때 이더리움의 가격이 하락한 것을 보면, 2016년의 DAO 해킹으로 잃은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부테린과 동료들이 하드포크를 지원한 이래로 이더리움의 중앙화에 대한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암호화폐 무정부주의자나 일부 블록체인 자유주의자들은 반발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알고리듬의 한계를 인정하고 인간이 주도하는 법적 기관에 분쟁 해결과 오프체인 거버넌스를 맡기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나는 허가형 블록체인을 계속해서 비판해 왔고, 특히 허가형 블록체인을 운영하는 컨소시엄이 혁신을 가로막고 사용자들을 인질로 잡는 부패한 문지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기업들은 자신들이 인식할 수 있는 법적 구조 내에서 블록체인이 운영되는 것을 편하게 느낀다. 법적 확실성도 분명 가치가 있다.

DAO의 실패를 보면서 우리는 코드와 법이 별개라는 것을 배웠다. 프로젝트 창시자들은 소프트웨어를 모든 법적 보루를 대체하는 시스템으로 정의함으로써 도둑이 시스템을 파괴하고도 논리적으로 자신은 불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돈을 잃은 사람에게는 의지하고 구제받을 곳이 필요했고, 그것이 결국 이더리움이 하드포크를 개발하게 된 사연이었다.

현재로서 해결책은 예측 가능한 법적 구조 안에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설계하여 법정 싸움보다는 유연하고 가벼운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다.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지만, 법적 프로세스를 똑같이 따르지는 않는 방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다. EOS 핵심중재포럼을 창립한 사람들의 의도는 오프체인 중재를 통한 분쟁 해결이었겠지만, 설계가 잘 되지 않았고 모든 행위자의 신뢰를 얻는 데도 실패했다. 이런 방식을 지지하는 사회적 동의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도 미지수다.

부자지간인 돈 탭스콧(Don Tapscott)과 알렉스 탭스콧(Alex Tapscott)이 세계 경제포럼에서 블록체인 거버넌스에 대한 전망을 발표하면서 말했듯, 인터넷의 거버넌스는 하나의 모델을 제시한다.

국제 인터넷 주소관리기구(ICANN), 국제 인터넷 표준화기구(IETF), 그리고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W3C)은 거버넌스와 분쟁 해결에 있어 꽤 신망을 받는 기구들이다. 미국이 오랫동안 국제 인터넷 주소관리기구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것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기구들은 다수 주주 구조를 통해 단일 단체나 정부 등이 인터넷 부동산 관리 규칙에 지나친 권력을 행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대부분 잠재웠다.

반조합주의(anti-corporatist)와 탈중앙화 원칙이 핵심인 블록체인들은 UN 같은 국제 포럼에 속한 정부들의 협상에 의존했던 이러한 인터넷 기구들의 출범 과정을 모방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표준 기구나 NGO들은 산업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W3C와 다른 표준 기관들은 이미 권한을 행사할 방도를 찾고 있다.)

이것이 불가역성과 검열에 대한 저항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할까?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절대적인 기준보다 훨씬 더 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많은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EOS 같은 온체인 거버넌스 모델이 이러한 시스템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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