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3 제트캐시(ZEC).

제트캐시의 CEO 주코 윌콕스(Zooko Wilcox)가 한 달에 버는 돈이다. 1 제트캐시가 현재 $175 정도니,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매달 4천만 원 정도를 월급으로 받는 셈이다. 그가 세운 제트캐시는 어느덧 6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로 성장했다. 윌콕스는 지난달 말 Zcon0에서 한 발표 중에 연봉으로 환산하면 4억 원이 넘는 그의 급여를 공개했고, 이는 소셜미디어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분명 새로운 암호화폐 만드는 법 가운데 내가 전혀 모르는 무엇이라도 있던 것 아닐까?"

2억 6천만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다지코인(dogecoin)을 만든 잭슨 팔머가 윌콕스의 급여를 듣고 에둘러 비꼬며 남긴 트윗이다.

특히 몇 주 전 업그레이드 오버윈터를 앞두고 제트캐시 지갑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개발 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하드포크를 하겠다고 위협 아닌 위협을 한 끝에 커뮤니티 안에서 부랴부랴 성금을 모아 문제를 해결했던 사건을 떠올리면 윌콕스가 받는 적잖은 돈은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일처럼 보인다. 지갑 개발자 D. 제인 머서는 자신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제트캐시 생태계에 기여하는 바에 비해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했고, 이는 당연히 전체 제트캐시 네트워크의 보안이나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윌콕스가 정확히 얼마를 어떤 식으로 받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단 제트캐시 운영 방침에는 창립자가 받는 보상(founders reward)이 명시돼 있다. 제트캐시는 채굴되는 코인의 20%를 회사 몫으로 가져가고, 창립자는 이 가운데 일부를 보상으로 받는다.

제트캐시는 처음부터 직원과 투자자의 보상을 채굴, 즉 새로운 코인 발행과 연동해두었다. 이 점은 제트캐시 블록체인이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어마어마한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사기니, 쓰레기 코인이니 따위의 말들이 무성했다.

이 때문에 아예 하드포크가 일어나 제트클래식(zclassic)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비트코인 프라이빗의 레트 크레이프튼은 제트캐시가 출범한 지 며칠 만에 포크를 단행했고, 제트클래식은 현재 3천만 달러 규모로 평가되고 있다.

ICO나 사전 채굴, 이른바 "공정 출시(fair launch)"처럼 업계에서 자주 쓰이는 투자 유치 방식과 달리 제트캐시가 채택한 창립자 보상 방식은 총 4년간 창립자와 회사에 보상을 지급하도록 해두었는데, 이는 실리콘밸리 방식을 따른 것이다. 코인메트릭스의 닉 카터는 암호화폐 업계에서 대체로 창립자 보상 방식이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분히 실험해볼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방법을 찾는 노력은 언제나 장려해야 한다. 다만 암호화폐 업계 사람들은 대개 너무 이상을 좇다 보니 공정 출시 방식과 같이 (이론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방식을 더 좋아하기는 한다."

윌콕스의 발표에서 드러난 연봉 365만 달러는 전체 제트캐시 발행량의 0.9%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제트캐시 회사 몫으로 책정된 20% 가운데 나머지 19.1%는 제트캐시 재단, 회사, 그리고 나머지 창립자 44명, 투자자, 자문위원들에게 지급된다. 채굴자들은 나머지 80%를 나누어 갖는다.

이더리움 재단의 허드슨 제임슨은 코인데스크에 "제트캐시가 각각의 몫을 정할 때만 해도 제트캐시 가격과 전체적인 암호화폐 가치가 얼마가 될지 몰랐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윌콕스가 받는 액수에만 집중하면 사람들이 흥분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윌콕스가 마음먹고 월급을 꼬박꼬박 달러로 바꾼다면 그는 순식간에 백만장자가 될 것이다.

혼합 모델

투자 유치 방식과 채굴된 암호화폐 배분 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불거지면서 자연스레 제트캐시컴퍼니(Zcash Company)의 중앙화된 운영 방식도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제트캐시컴퍼니는 블록체인 기본 코드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주체다.

모네로의 개발자 호워드 추는 지난 3일 트위터에 "제트캐시컴퍼니가 블록체인을 운영하고 관장하는 지금의 방식을 버리지 않는 한 언젠가는 미국 정부가 제트캐시를 폐쇄하거나 공동 관리 형식으로 사실상 장악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비트코인 개발자 피터 토드는 제트캐시의 이른바 투명한 거래 방식이 프라이버시는 약화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연구를 인용하며 사실 이런 결과는 제트캐시가 처음 계획을 발표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문제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투명한 거래 방식을 택하면 자연히 거래 당사자의 지갑 주소도 투명하게 남겨야 하니 자연히 프라이버시 수준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제트캐시는 출시할 때부터 이용자의 익명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보다 투자자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데 더 관심이 많았다. 제트캐시 이용자들이 익명성을 보장받기 어려운 것은 구조적으로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 2년간 제트캐시컴퍼니는 회사 몫의 보상으로 받은 코인을 기술 개발에 다시 투자했다. 초기에는 거래에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거추장스럽게 쳐놓은 장막 때문에 거래 속도도 느렸지만, 이제는 데이터 크기도 줄어들어 거래 속도도 빨라지고 투명성도 높아졌다.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익명성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것은 프라이버시 코인으로서 마냥 자랑할 사안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탈중앙화된 속성을 지닌 암호화폐를 제트캐시처럼 권한을 중앙에 집중한 채 운영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를 두고는 제트캐시 커뮤니티 안에서도 꾸준히 이의제기가 있었다.

윌콕스는 지난주 대담 중에 "제트캐시가 오픈소스 제품인지 단일 회사가 만들어낸 소프트웨어 제품인지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둘 다라고 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참여하는 이들 사이에 합의가 제대로 이뤄졌느냐가 중요하다며 제트캐시 이용자들은 모두 창립자가 받는 보상이나 제트캐시컴퍼니의 역할을 알면서도 제트캐시를 선택한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제트캐시의 운영 방식이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모네로로 갈아탈 수 있다. 누구도 이를 막지 않는다."

윌콕스는 또한, 코인데스크에 제트캐시의 모든 코드가 오픈소스이며 검증할 수 있는 코드이기 때문에 이른바 신뢰에 관한 부담이 전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제트캐시가 제공하는 보호된 주소(shielded addresses)의 익명성을 이용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제트캐시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는 코드로 만든 플랫폼이니 믿을 수 있다는 뜻이지, 제트캐시컴퍼니 자체의 신뢰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바로 이 점에서 거버넌스 구조로서도 큰 이점이 있다고 닉 카터는 코인데스크에 설명했다.

"제트캐시는 (다른 암호화폐 프로젝트보다) 분명 조금 더 기존 기업에서 택했을 법한 거버넌스 구조를 채택했다. 블록체인 이용자들끼리 협력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상적인 방식은 사실상 포기해야 했지만, 대신 암호학 관련 전문가들을 직접 채용해 블록체인 운영과 관리를 맡길 수 있게 됐다."

회사가 지배구조를 다소 복잡하게 꼬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제트캐시도 지난해 제트캐시 재단을 만들어 창립자 보상의 많은 부분을 재단에 귀속하도록 체계를 바꿨다. 여전히 그 보상의 대부분은 윌콕스가 양도한 것이지만, 어쨌든 제트캐시 재단은 의사결정이나 개발 문제의 부담을 덜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독립적인 단체다.

재단의 앤드루 밀러 이사장은 "제트캐시가 유능하고 믿을 수 있는 기술팀을 꾸려 중요한 일들을 잘 처리해낼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JP모건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총괄하다 댑스토어 클로버(Clovyr)를 창업한 CEO 앰버 발데트(Amber Baldet)와 제트캐시 공동창업자 이안 마이어스(Ian Miers)를 재단의 새로운 이사로 선출한 제트캐시 재단은 프라이버시에 중점을 둔 암호화폐 생태계를 확장하도록 제휴를 맺고 지원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매달 10억 원이 넘는 6,563 제트캐시(ZEC)가 재단에 들어온다. 발데트는 재단이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데 있어 창립자 보상을 통한 재정적 지원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사적으로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돈을 모으는 일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재단을 운영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투자를 유치하고 돈을 모으는 일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권력 구조

발데트는 또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유용하다는 점을 예로 들며 제트캐시의 지배구조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창립자 보상도 여기에 포함된다.

"정말 좋은 전략인데, 다만 이름을 거부감 들게 붙인 게 문제라면 문제라고 생각한다."

발데트는 한발 더 나아가 창립자 보상을 혁신적인 인센티브 구조로 추켜세웠다. 개발자들과 제트캐시컴퍼니, 이용자, 투자자들이 모두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잘 굴러가야 득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윌콕스는 그래서 이를 "공동 운명체"라고 부르기도 했다.

"제트캐시컴퍼니는 망해서는 안 되고 영속해야 한다. 선의로 네트워크를 유지, 관리해 이용자들이 계속해서 제트캐시를 사용하고 싶게 해야 한다. 제트캐시가 통화로서 가치가 깎이는 건 양쪽 모두에게 좋을 게 없는 구조다."

카터는 코인데스크에 투명성도 이른바 창립자 보상 구조가 갖는 중요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창립자와 제트캐시 재단이 가져가는 보상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지만, 카터가 막상 여러 암호화폐 프로젝트와 암호화폐 스타트업의 지배구조, 보상 방식 등에 관해 조사를 해봤더니 제대로 된 데이터 자체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카터는 코인데스크에 "모으려던 데이터는 사전 채굴이 있었는지, ICO는 했는지, 공정 출시 방식을 택했는지, 혹은 네트워크의 일부는 창립자 몫으로 떼어놓았거나 사실상 관리하는 지분이 있는지 등 정말 간단한 것들"이었다며, "그 간단한 것들도 데이터를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제트캐시는 오히려 그런 면에서 아주 특별한 사례다. 처음부터 블록체인이 운영되면 채굴한 코인 가운데 누가 얼마를 차지할지 모두 공개돼 있기 때문이다.

카터는 또한, 암호화폐 커뮤니티 가운데는 누가 실제 권력을 가지고 해당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좌지우지하는지를 숨기면서, 실은 중앙집중화된 의사결정 구조를 가리고자 일부러 정교하고 복잡한 지배구조를 만들어 운영하는 곳도 더러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네트워크를 움직이는 권력 구조를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구조가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프로토콜 개발자들이 자기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혜택을 몰아줄 가능성도 커진다."

Zcon0 콘퍼런스에서 개발자들은 어떻게 하면 이용자들이 블록체인 기본 코드를 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했고, 이 가운데도 이용자들을 교육하고 사용하기 쉬운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여러 차례 나왔다.

윌콕스는 코인데스크에 이처럼 이용자를 폭넓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기로 한 것이 연봉을 공개하기로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놓으며, 무엇보다도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체 제트캐시 커뮤니티가 제트캐시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직접 결정을 내리게 될 텐데, 그러려면 관련 사항들을 모두가 자세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권력과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누가 돈을 관리하고 돈이 어디서 어디로 흘러 들어가 어디에 쓰이는지는 그래서 중요한 정보가 된다."

윌콕스의 연봉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이들이 많을 것이며 이에 관해 적잖은 논란이 일 것을 알면서도 윌콕스가 연봉을 공개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명확하고 투명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낫다. 정확한 사실이 알려지면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비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오히려 근거 없는 비난이나 뜬소문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그게 훨씬 낫다. 또한, 정말 비판받아야 할 이들은 중요한 정보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는 이들이다."

윌콕스는 제트캐시의 행보가 더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이 제트캐시에 관한 논의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블록체인 업계에 있는 다른 모든 프로젝트의 권력 구조와 보상 메커니즘을 꼼꼼히 알아보고, 진실을 공개하도록 요구하며 이에 관해 공론장에서 필요한 토론을 벌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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