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 '제로 수수료'가 암호화폐 시장에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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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 Hochstein
Marc Hochstein 2018년 7월23일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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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투자 중개업체 로빈후드(Robinhood)의 공동 CEO 블라드 테네프(Vlad Tenev)는 암호화폐 시장에는 이제 갓 발을 들인 새내기다. 로빈후드는 오랜 격언을 따라 어느 정도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사업 전략을 택했다. 사실 어느 정도 출혈을 감수하는 정도가 아니라 경쟁의 판도 자체를 뒤집어놓을 수 있는 전략이기는 하다.

로빈후드는 올해 초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크립토(Robinhood Crypto)를 출시했다. 시장에서 거래 수수료 자체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는 로빈후드인 만큼 암호화폐 시장에 나서는 출사표라고 다르지 않았다. 로빈후드 크립토는 거래 수수료를 한 푼도 받지 않는다.

전설 속 영웅의 이름에서 따온 회사 이름처럼 테네프는 코인데스크에 로빈후드가 모두를 위한 공공선을 앞당기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에 투자하려고 마음먹은 소비자들, 특히 젊은 밀레니얼 세대가 멋도 모르고 얼기설기한 외환 거래 같은 시장에서 수수료를 4~5%씩이나 내는 지금의 눈 뜨고 코 베이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을 타개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으면 다른 업체들보다 비교우위를 점하게 되지만, 테네프는 업계에서 거래 수수료라는 개념이 자취를 감출 날이 결코 멀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여전히 그저 예전 방식이 아무래도 익숙해서 편한 사람들이 없지 않지만, 그런 사람들은 계속 줄어들기 마련이다. 수수료를 내고 거래하는 방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마찬가지 경로를 밟을 것이다. 앞으로 1~2년만 지나도 암호화폐 투자와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 대부분이 (지금처럼) 수수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게 될 것이다."

2013년 설립한 로빈후드 파이낸셜(Robinhood Financial)은 주식, 옵션 등 전통적인 투자 상품을 취급하는 거래 플랫폼이었고, 이트레이드(E-Trade), 찰스 슈왑(Charles Schwab) 등 다른 할인 중개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은 처음부터 로빈후드 사업 모델의 핵심이었다. 로빈후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고 거래 플랫폼을 꾸려 왔다.

수수료 대신 로빈후드는 고객 계좌의 현금이나 증권에 지급되는 이자를 나누어 갖는 식으로 이윤을 낸다. 로빈후드 골드 같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유료로 팔기도 한다. 현재 로빈후드 고객은 500만 명이 넘는데, 로빈후드의 등장으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고, 업계의 거래 수수료가 40% 가까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에서 로빈후드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수익을 올릴 계획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일단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모은 고객이 로빈후드에 계정을 만들면 이들을 기존 핵심 사업으로 끌어들이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테네프도 최근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암호화폐 사업의 우선 목표는 로빈후드가 구축한 투자 시스템, 거래 생태계로 사람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는 것이다. 당분간은 그렇게 함으로써 손해만 보지 않는 전략을 취할 생각이다."

그 기준에 따르면 일단 초반 결과는 고무적이다.

"출시 이틀 만에 로빈후드 계정을 열겠다는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고객이 100만 명이 넘었다."

판도

거래 수수료를 없앤 로빈후드의 모델이 많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분명 매력적인 대안이지만, 사실 암호화폐에 투자하거나 거래하는 플랫폼 분야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 수많은 업체의 소비자를 향한 구애가 그야말로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

코인데스크가 테네프에게 암호화폐 거래 분야에서 누구를 가장 큰 경쟁자라고 생각하느냐 묻자, 그는 "이미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 많은 소비자가 암호화폐를 사고 거래하는 플랫폼은 모두 다 경쟁자"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테네프는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를 대표적인 경쟁자로 꼽았다.

그런 코인베이스도 이용자의 결제 방법이나 사용하는 통화 등 몇 가지 요인에 따라 1.5%에서 많게는 4%까지 거래 수수료를 떼간다. 그리고 환율에 따른 마진(spread)도 코인베이스의 수입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빈후드처럼 수수료 자체를 없애고 시장에 나온 경쟁자는 코인베이스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지금까지 로빈후드는 시가총액 기준 가장 큰 암호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두 가지만 취급하고 있으며, (곧 라이트코인과 비트코인 캐시 추가 예정) 미국 17개 주에서만 로빈후드를 쓸 수 있다. 반대로 코인베이스는 로빈후드가 추가하려는 암호화폐까지 총 4가지 암호화폐를 취급하며 곧 다섯 번째로 이더리움 클래식도 추가할 예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실상 미국 전역에서 코인베이스를 쓸 수 있고, 국제적으로도 승인을 받아 시장을 확대해 왔다. 현재 코인베이스 이용자는 2천만 명으로 로빈후드 이용자보다 네 배나 많다.

테네프는 스퀘어(Square)가 만든 캐시 앱(Cash App)도 경쟁자라고 언급했다. 캐시 앱에서는 비트코인을 살 수만 있는데, 미국 내 47개 주에서 영업하고 있기에 로빈후드보다 고객들과 접촉면이 넓다. 스퀘어는 거래 규모와 시장의 가격 변동에 따라 환율 마진을 챙기지만, 로빈후드처럼 거래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 스퀘어의 캐시 앱 이용자는 총 700만 명에 달하는데, 대부분이 달러를 보낼 목적으로 초기에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이다.

거래 비용을 절감한 것 외에 로빈후드는 주식, 옵션, 주식상장펀드(ETFs)에 이어 이제는 암호화폐까지 모든 자산을 한 곳에서 거래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많은 주문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내세운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많지도 않은 거래를 처리하는 데 며칠씩 걸린 적도 있으므로, 거래량은 장점으로 내세울 만하다.

테네프는 지난 1월 말 몇몇 거래소가 몇 일 동안 마비돼 거래를 처리하지 못했을 때 CB인사이트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고객의 거래 주문을 문제없이 전부 다 처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래 비전

테네프는 로빈후드가 이제 막 암호화폐 시장에 발을 들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단은 로빈후드의 주력 상품이라 할 수 있는 기존 주식거래를 비롯한 거래 플랫폼으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모집한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테네프는 암호화폐 거래 분야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코인데스크에 "암호화폐 상품은 로빈후드의 기존 시스템과 관계없이 그 자체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시장의 가능성을 잘 알고 있다. 암호화폐의 발전을 예의주시하며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을 계획이다. 필요한 인력도 많이 고용하고 암호화폐 전담 조직도 만들어 멀리 내다보며 준비하고 투자할 것이다.

실제로 로빈후드는 지난달 시리즈D 투자로 3억 6,300만 달러를 모았으며,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미국 내 더 많은 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로빈후드의 또 다른 공동 CEO 바이주 바트(Baiju Bhatt)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서두르지 않고 확실히 우리 길을 가다 보면 가장 큰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이 되겠다는 목표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빈후드 크립토의 모회사인 로빈후드 마켓(Robinhood Markets)은 최근 은행 업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자 규제 당국과 필요한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네프는 코인데스크에 언젠가는 ICO 토큰 거래도 로빈후드에서 할 수 있을 날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암호화폐 시장과 관련해 우리가 취급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해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ICO 토큰도 우리 플랫폼에서 취급하는 다른 토큰과 똑같이 취급되고 거래되지 말란 법은 없다."

테네프는 장기적으로 거래 수수료는 아예 사라질 것이고, 앞으로 전통적인 자산 거래나 암호화폐 거래에서 모두 "(로빈후드가) 시장의 리더로서 혁신을 계속해나가야 하는 만만찮은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빈후드가 주식 거래 플랫폼으로 창업한 지 이제 5년이 되었다. 암호화폐 분야에 뛰어든 건 올해 초의 일이다. 이렇게 젊은 기업이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일지 모르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의 책임'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자신감의 발로로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 테네프는 지금 로빈후드가 도전자이자 후발 주자로 있으면서도 언젠가는 업계 최고가 되어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거라고 믿고 있다.
앞으로 5년만 지나면 경쟁 구도도 그야말로 완전히 바뀔 것이다. 장담컨대 5년 뒤면 이 분야의 구도는 로빈후드와 로빈후드를 목표로 삼은 스타트업들의 대결로 압축될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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