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포크까지 2달...이더리움 경제구조 논쟁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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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el Rose O'Leary
Rachel Rose O'Leary 2018년 8월9일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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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제안서가 계속 쏟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제출된 여섯 건의 이더리움 개선 제안서(EIP, Ethereum Improvement Proposal)는 모두 오는 10월로 예정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전에 이더리움의 코드를 바꾸자는 구체적인 제안을 담고 있다.

논의의 중심에는 이른바 이더리움의 “난이도 폭탄(difficulty bomb)”이 있다. 난이도 폭탄이란 시가총액 450억 달러에 달하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플랫폼에 기본적으로 내장된 코드 가운데 하나로, 이더리움 블록을 채굴하고 보상을 받으려면 계속해서 조금씩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들여야 한다는 코드다. 만약 이더리움의 기본 설정을 그대로 두면 새로운 블록을 채굴할 수 없는 이른바 이더리움 “빙하시대”가 오게 된다.

원래는 이더리움이 블록체인 내 합의 알고리듬을 바꾸는 과정, 즉 비트코인의 선구적인 작업증명 알고리듬에서 지분증명이라는 대안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더 쉽게 하기 위해 코드에 추가된 난이도 폭탄은 내년 초에 다시 가동되도록 설정되어 있다.

당분간은 이더리움이 지분증명 방식을 유지할 계획이므로 난이도 폭탄을 지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려면 지금 해야만 한다. 또한, 이더리움의 보안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 이더를 어떻게 보상으로 지급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도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폭탄의 재가동을 늦춘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우선 난이도 폭탄 재가동을 미루면 채굴자들은 블록을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 이는 현재 3이더(ETH)인 이더리움 보상을 폭탄 재가동을 지연함과 동시에 줄여야만 암호화폐 생성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전체 토큰 개수를 2,100만 개로 제한해둔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은 보상 모델에 대한 공식적인 합의가 없기 때문에 생성되는 토큰을 얼마나 줄여야 할지에 관해 저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채굴자의 몫을 추가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지만, 반대로 채굴자가 지금보다 더 많은 이더리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게다가 이런 논의를 탈중앙화 네트워크에서 한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들에게는 보유한 토큰에 비례해 투표권을 주는 방식이 대개 쓰이는데, 이는 때로 너무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연산능력을 동원해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데 이바지하는 채굴자들이 투표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더리움이 선을 보인 뒤 지난 3년 동안 난이도 폭탄 문제를 비롯해 채굴 방식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이미 여러 차례 불거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토큰 발행량을 비롯해 통화정책에 관한 문제에서는 채굴자들과 투자자들이 서로 정반대 결과를 상정하며 대립하기 일쑤다. 이더리움 개발자 레인 레티그는 코인데스크에 이렇게 말했다.
폭탄의 연기 자체에 대해서는 특별한 논란이 없지만, 이더리움 발행과 관련해서는 논란이 많다. 그리고 이는 곧 이더리움 자체에 대한 논란으로 번진다. 왜냐하면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이? 아니면 따로?


이더리움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허드슨 제임슨은 지난 3일 핵심 개발자 회의에서 두 개의 메커니즘을 분리하자는 해법을 제안했다. 즉 각각의 논쟁을 따로 하나씩 해결하자는 것인데, 문제 하나를 먼저 해결하고 그다음 문제로 넘어가자는 말이다.

“나는 이 문제들을 분리함으로써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경제적, 기술적 변화이며 다른 하나는 그만큼 논쟁이 많지는 않은 순수한 기술적 변화이기 때문이다.”

몇몇 개발자들은 이에 반발하며 두 가지 문제는 본질적으로 서로 엮여있으므로 통합적인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더리움 개선 제안서만 보더라도 난이도 폭탄이나 보상 일정에 영향을 주는 문제를 따로 해결하자는 제안서도 있고, 반대로 한데 묶어서 해결하자는 제안서도 있다.

* 표로 정리한 새로운 이더리움 개선 제안서 6개

EIP 858: 채굴 보상 3이더에서 1이더로 줄이자.

EIP 1227: 채굴 보상 3이더에서 2이더로 줄이자.

EIP 1234: 난이도 폭탄 재가동 뒤로 미루고 채굴 보상 3이더에서 2이더로 줄이자.

EIP 1276: 난이도 폭탄 폐기하고 채굴 보상 3이더에서 2이더로 줄이자.

EIP 1227: 난이도 폭탄 폐기하고 채굴 보상 3이더에서 5이더로 늘리자.

EIP 1240: 난이도 폭탄 폐기하자.

(위로 갈수록 난이도 폭탄은 그대로 두자는 주장, 아래로 갈수록 채굴 보상 줄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

이더리움 개선 제안서에서 따라 바뀐 코드는 2019년부터 적용하기로 예정된 가운데, 제안서 중 두 개는 난이도 폭탄을 완전히 제거하자고 주장한다. 먼저 EIP 1240은 단순히 폭탄을 제거하고, EIP 1276은 폭탄을 제거하고 이더리움의 보상 구조도 수정하여 현재 보상으로 블록당 3이더를 지급하던 것으로 2이더로 낮추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EIP 1234와 EIP 1227은 비록 보상으로 지급하는 이더의 양에 관해서는 의견이 다를지 몰라도, 폭탄 재가동을 미루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다른 두 개의 제안서는 단순히 발행 속도를 수정하고 싶어 한다. EIP 858은 난이도 폭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보상을 1 ETH로 줄이고 싶어 하며, EIP 1276은 보상을 2 ETH로 수정하고 싶어 한다.

보안의 대가


이 논의가 더 복잡해지는 이유는 이더리움 사용자들이 보안에 얼마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에 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개발자들은 애초에 블록체인 보상과 관련해서 의견이 일치한 적이 거의 없다)

이더의 물가상승률이 공격에 대한 저항성, 즉 네트워크를 장악하기 위해 악질적인 해시 파워를 사용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물가가 오르면서 보유한 이더의 가치가 점차 줄어들어 본질적으로 이더 보유자들이 세금을 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처럼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분증명 방식인 캐스퍼로 이더리움 합의 알고리듬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이더 발행 총량을 제한하는 방안에 관한 논의도 벌써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합의 알고리듬을 바꾸는 데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더 발행 총량을 논의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겠냐는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레티그는 코인데스크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난이도 폭탄이 처음 설치됐던 2, 3년 전을 생각해보면, 그때는 2018년쯤에 캐스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었다. 계획대로 됐다면 폭탄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을 것이다.”

공급 일정도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레티그는 또 캐스퍼로 업그레이드한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캐스퍼로 업그레이드한다고 해도 발행 일정, 보상, 물가 상승 등 많은 문제가 남아있다. 이 문제는 한 번도 최종적으로 확정된 적이 없다. 이것을 캐스퍼의 매개변수화(parameterization)라고 하는데, 캐스퍼는 아직도 미완성이다.”

각계의 우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발자들도 난이도 폭탄에 관해 정반대 의견을 내세우며 대립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애초에 폭탄은 캐스퍼가 적용될 때까지만 유지될 예정이었지만, 어떤 개발자들은 난이도 폭탄을 영구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더리움 핵심 개발자 닉 존슨(Nick Johnson)은 회의에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아도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은 난이도 폭탄을 유지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거의 개발자인 미칼 졸투(Mical Zoltu)의 제안서(EIP 1240)는 정반대로 난이도 폭탄을 완전히 제거하자고 제안한다. 졸투는 개발자 회의에서 소위 이더리움 체인의 “계획 단종”, 즉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소프트웨어가 단종되도록 프로그램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로서 계획 단종 때문에 여러 번 피해를 겪었다. 이제 이를 적극적으로 피하는 것이 나의 사업 전략이다.”

난이도 폭탄과 이더 발행량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자 채굴자들도 걱정하는 바를 말하기 시작했다.

ASIC 채굴기의 등장으로 인해 단종될 위기에 처한 GPU 기반 채굴기를 사용하는 채굴자들은 개발자들이 이 기회를 통해 이더리움의 채굴 알고리듬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GPU 채굴자들은 캐스퍼가 없을 때 이러한 변경을 하게 되면 블록체인이 더 탈중화된 상태로 회복될 것이라고 한다.

캐스퍼 개발자인 대니 라이언은 개발자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문제들은 동시에 논의되어야 한다. 커뮤니티 내의 많은 이들이 이 문제들에 대해 동시에 논의하기를 원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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